수익성 개선·외연 확장 모두 실패…실적 부진이 최대주주 정의선 회장에 영향 미칠 수도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지난 3분기 누적 14조 5793억 원으로 전년 16조 2503억 원 대비 10.2%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8033억 원, 6140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32.5%, 25.8% 급감했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3분기 실적은 금리와 글로벌 경기, 완성차 시장 전망, 글로벌 물류 시황, 환율 등 변동성의 영향을 받아 전년 동기 대비 다소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의 부진 원인을 이규복 대표에게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이규복 대표는 지난해 12월 선임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현대글로비스를 이끌고 있다. 이규복 대표 체제에서 실적이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부정적으로 변하는 업황에 돌파구를 내놓지 못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이규복 대표는 1968년 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뒤 재무 관련 부서를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재무통으로 통하는 이유다. 그는 재무적인 관점에서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를 개선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규복 대표는 취임 후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사업 수완을 보여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재무통 경영인으로서 현재 현대글로비스를 이끌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통상 재무통 경영인에게 기대하는 수익성 개선 작업도 미흡했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재무통 대표를 내세우는 것은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려 할 때”라면서 “재무통 CEO에게는 비효율적인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역할을 기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판단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결단에도 눈길이 쏠린다. 이규복 대표가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은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인 정의선 회장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보유했다. 향후 정의선 회장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는데 부진한 경영지표는 이 같은 계획에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실제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현대글로비스의 목표 주가를 속속 내려잡고 있다. 하나증권은 3분기 실적과 관련, 현대글로비스의 목표주가를 25만원에서 2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2개 분기 연속으로 예상을 하회한 실적을 반영, 2023~2024년 실적 추정치를 하향했다”며 “해외 물류, 벌크, 중고차, 기타 유통 등 시황 사업들에서 예상보다 물량 및 운임 하락폭이 큰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가 증가한 것도 이규복 대표의 실책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는 높은 내부거래율로 오너일가 사익편취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외부 일감을 늘리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규복 대표 체제에서는 되레 내부거래 비중이 확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내부거래율 75.3%로 전년 동기 71.8%에서 3.5%포인트 상승했다. 내부거래율이 높아질수록 현대글로비스와 그룹 계열사 간 거래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이 역시 정의선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3분기 누적 매출·수익 지표 악화와 관련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운임료가 크게 올랐다”며 “현재 정상화되는 과정이다”이라고 설명했다. 내부거래 증가 이유로는 “현대차그룹의 물류 효율화에 따라 만들어진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는 공정위의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