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확산 시 단일성 보장될까 우려…CBDC 도입 미룰 수 없을 만큼 시급”
이 총재는 “규제를 받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은 그 이름과는 달리 가치 측면에서 불안정하다.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지급수단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중앙은행 화폐 등을 구축하면 금융 시스템이 과연 안정적으로 움직일지 의문이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 화폐의 단일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페이팔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인 PYUSD는 아직까지 미국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스테이블코인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에 의해 발행된다면 국가 간 자본 이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 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2년간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범용 CBDC 모의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를 금융기관의 테스트 시스템과 연계하는 실험도 했다. 다른 많은 국가가 유사한 파일럿을 진행했지만, 한국은행의 파일럿에서는 인터넷 등 통신이 단절된 상태에서 작동하는 오프라인 CBDC를 개발해서 CBDC에 현금과 같은 익명성을 구현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국제결제은행(BIS)과 협력해 1단계 파일럿에서 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2단계 파일럿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내년에는 일반인 10만 명을 대상으로 CBDC 기반의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실거래 테스트를 추진한다.
이 총재는 “CBDC 도입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성을 지닌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파일럿의 특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금 토큰을 활용한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CBDC 파일럿을 하는 국가들 중에서 일반인 대상의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는 국가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창용 총재는 “이번 파일럿에서는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의 참가만을 허용했지만 CBDC를 100% 담보로 해 발행되는 이머니 토큰, 특수 지급토큰에는 비은행 등이 참여하기를 희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은행의 경쟁 제고라는 긍정적 측면과 결제리스크 관리 강화라는 의견이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해 참가 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