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 중 16명 재계약했거나 KBO리그 거쳐간 선수…KT·두산은 3인 전원 경력자
내년 시즌 뛰게 될 외국인 선수들은 유독 KBO리그 유경험자가 많다. 24명 중 16명이 재계약에 성공했거나 과거 KBO리그를 거쳐갔던 선수들이다.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한 8개 팀이 최소 한 명 이상의 '경력자'와 사인했다. 삼성도 올해까지 4년째 함께한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재계약 협상을 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은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LG는 켈리-오스틴과 함께 간다
29년 만에 통합 우승의 감격을 맛본 LG는 외국인 선수 계약을 일찌감치 마쳤다. 우승의 주역인 케이시 켈리와 오스틴 딘이 그대로 팀에 남는다. 켈리는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에 재계약해 2019년부터 내년까지 6시즌 연속 동행하게 됐다. LG 구단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투수다.
켈리는 지난 5시즌 동안 LG에서 정규시즌 144경기에 등판해 68승 38패 평균자책점 3.08 684탈삼진을 기록했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30경기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이다. 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4.44로 고전했지만, 후반기에 평균자책점 2.90으로 반등했다. 무엇보다 한국시리즈 1차전(6⅓이닝 2실점 1자책점)과 5차전(5이닝 1실점)에서 연이어 호투해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켈리에게 '혹시 팀이 지면 (사흘만 쉬고) 4차전 선발로 나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켈리가 흔쾌히 '알겠다'고 하더라"며 "다행히 3차전에서 이겨 켈리가 더 쉴 수 있게 됐지만, 그때 내년에도 함께 가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켈리처럼 팀을 먼저 생각하는 외국인 선수가 한 명 있으면, 나중에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왔을 때도 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정규시즌 활약이 예년에 못 미쳤던 터라 계약 총액은 올해 18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 줄었다.
켈리는 "내년 시즌 다시 LG 팬들 앞에서 뛸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된다"며 "한국시리즈에서 팬들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꼈고, 내년에도 또 느끼고 싶다. 다음 시즌도 우리 팀원들과 함께 통합우승으로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LG 구단은 "통산 68승을 달성한 켈리는 이미 검증된 선수"라며 "2024시즌도 켈리와 함께하게 돼 든든하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다시 본인 모습을 찾은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팬들의 기대와 사랑에 보답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LG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0)도 총액 13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도장을 찍어 2년째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오스틴은 정규시즌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3 23홈런 95타점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그 결과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에서 총 투표수 291표 중 93.1%에 달하는 271표를 얻어 올해 최다 득표와 득표율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50 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해 큰 힘을 보탰다.
오스틴은 제임스 로니, 아도니스 가르시아, 토미 조셉, 로베르토 라모스, 저스틴 보어, 리오 루이즈, 로벨 가르시아 등으로 이어진 LG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은 선수라 더 값지다. 수년간 외국인 타자의 부진과 부상으로 고민해온 LG는 오스틴이 입단하면서 날개를 달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오스틴은 시즌 내내 주장 오지환과 견고한 중심타선을 이루면서 '오씨 형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진정한 '우승 청부사'인 셈이다. 오스틴은 구단을 통해 "다시 LG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라며 "LG 팬들의 응원은 최고였다. 팬들 앞에서 다시 설 수 있어서 큰 기대가 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차명석 LG 단장은 "오스틴은 LG의 통합우승에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했다"며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내년에도 좋은 활약을 기대한다"고 했다.
#KT, 쿠에바스-벤자민에 로하스까지
KT는 외국인 원투펀치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을 모두 붙잡았다. 올해 승률왕 쿠에바스와는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2019년 KT에 입단한 쿠에바스는 2021년 정규시즌 1위 결정전과 한국시리즈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통합 우승의 주역이 돼 '쿠동원(쿠에바스+최동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입단 네 번째 해인 2022시즌 중반 팔꿈치 부상으로 부득이하게 팀을 떠났지만, 지난 6월 보 슐서의 대체 선수로 다시 KT에 합류해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18경기에서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승률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 1차전과 4차전, 한국시리즈 2차전에 잇따라 등판하며 다시 한 번 KT를 향한 로열티를 보였다.
벤자민은 총액 14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그 역시 이미 실력 검증을 마친 왼손 투수다. 지난해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빠진 뒤 대체 선수로 KT에 합류해 빈자리를 잘 메웠고, 올 시즌에도 29경기에서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로 제 몫을 했다. KT는 "벤자민이 쿠에바스와 함께 내년 시즌에도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 시즌 함께했던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와는 결별했지만, 새 인물도 엄밀히 말하면 '구관'이다. 2020년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던 멜 로하스 주니어를 연봉 90만 달러에 다시 영입했다. 로하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KT에서 네 시즌을 뛰면서 매년 3할대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외국인 타자다. 특히 2020년엔 타율 0.349(3위) 47홈런(1위) 135타점(1위) 116득점(1위) 장타율 0.680(1위)을 기록하면서 MVP에 올랐다. 그 활약을 발판 삼아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로 옮겼지만, 두 시즌을 뛰는 동안 통산 타율 0.220, 17홈런에 그친 뒤 퇴출당했다. 올해는 멕시코 리그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재기를 노렸다. 결국 자신이 가장 좋은 활약을 했던 친정팀 KT와 4년 만에 다시 손잡게 됐다. 나도현 KT 단장은 "로하스는 다른 리그에서 뛸 때도 꾸준히 지켜봤다.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재영입했다"고 전했다.
#SSG, 에레디아-엘리아스와 1년 더
SSG는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1년 더 함께하기로 했다. 에레디아는 총액 150만 달러, 엘리아스는 총액 100만 달러에 각각 사인했다. SSG는 "두 선수가 우수한 기량뿐만 아니라 훌륭한 프로 의식으로 팀과 한국 생활에 잘 적응했다고 판단해 재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에레디아는 올해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3 153안타 12홈런 7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6로 각종 타격 지표에서 수준급 성적을 냈다. 또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보살을 기록해 올해 신설된 KBO 수비상 외야수 부문을 수상하는 등 정상급 수비 능력도 뽐냈다. 에레디아는 "내년에도 SSG와 함께하면서 사랑하는 한국 팬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 꼭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엘리아스는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애니 로메로의 대체 선수로 5월부터 합류해 22경기에서 8승 6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후반기에는 사실상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엘리아스는 "지난해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응원을 보내준 팬들을 기억한다. SSG와 다시 계약해서 기쁘다"고 전했다.
#두산도 셋 다 KBO 경력자
알칸타라는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한 두산 마운드의 에이스였다. NC 소속이었던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압도적인 활약에 가렸을 뿐, 올해 한국에서 뛴 외국인 투수들 중 톱클래스였다.
알칸타라는 2019년 KT 위즈 소속으로 데뷔했고, 2020년 두산으로 이적해 20승(2패) 고지를 밟았다. 그해 다승왕과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석권한 뒤 한신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로하스와 마찬가지로 두 시즌 동안 4승 1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3.96의 기록을 남기고 짐을 쌌다. 두산은 그런 알칸타라에게 "다시 함께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알칸타라도 흔쾌히 두산으로 돌아와 보은의 활약을 했다. 그는 내년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KBO리그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브랜든은 두산의 전력 안정화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지난 6월 딜런 파일의 대체 선수로 합류해 18경기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9로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두산 구단 사상 최초로 '대체 외국인 투수 두 자릿수 승리'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브랜든에게 적응 기간이 필요 없었던 이유는 이미 이전에 KBO리그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도 아리엘 미란다의 대체 선수로 두산과 계약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3.60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지만, 재계약은 하지 못하고 떠났다.
두산은 올해 새로 영입한 딜런이 연이은 부상으로 맥을 못 추자 급히 대체자를 물색했다. 새 얼굴을 찾는 대신, 대만 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던 브랜든을 다시 호출했다. 브랜든은 '2년 연속 대체 선수 입단'이라는 이색 기록을 남기면서 두산으로 돌아왔고, 서로에게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입증했다. 브랜드는 내년 시즌 처음으로 두산과 함께 시즌 개막을 맞이하게 됐다.
두산이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를 내보내고 새로 맞아들인 선수도 역시 KBO리그 유경험자다. 'KT 출신' 투수 알칸타라로 재미를 본 두산은 역시 KT에 몸담았던 헨리 라모스와 70만 달러에 계약했다. 스위치 히터인 라모스는 2022년 KT 소속으로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정규시즌 초반 발가락 골절상으로 공백이 길어져 팀을 떠났다. 계약 해지 당시 성적은 타율 0.250 18안타 3홈런 4타점 10득점이었다.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간 라모스는 올해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 계약했다. 빅리그에서는 23경기에 나서 타율 0.243 18안타 5타점으로 평범한 성적을 남겼지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76경기 타율 0.318 13홈런 5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54로 정상급 활약을 했다. 두산은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 특성상 수비 능력을 갖춘 외야수를 물색하고 있었다"며 "라모스는 MLB 평균 수준의 수비력과 강한 어깨를 가졌다. 양쪽 타석에서 모두 강한 스윙을 하고 스프레이 히터라는 강점이 있다"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KIA·롯데·한화·키움도 '구관이 명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외국인 원투펀치였던 마리오 산체스와 토머스 파노니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확실히 붙잡았다. 총액 120만 달러에 재계약해 3년 연속 소크라테스와 동행하게 됐다.
소크라테스는 올해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5 156안타 20홈런 96타점 91득점을 올리면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안타, 홈런, 타점, 득점 모두 팀 내 최다 기록이다. 2021년 KIA 유니폼을 입은 후 견실한 중견수 수비와 함께 중심 타선에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 공수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옷 댄스'와 함께 부르는 소크라테스의 응원가는 타 구단 팬들도 모두 따라부를 정도로 중독성이 강해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소크라테스는 "내년에도 KIA 동료들과 한 시즌을 잘 준비해 팬들에게 꼭 우승을 안겨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롯데는 김태형 신임 감독이 "꼭 잡아달라"고 요청한 투수 찰리 반즈, 에런 윌커슨과 모두 재계약에 성공했다. 반즈는 총액 135만 달러, 윌커슨은 95만 달러에 사인했다.
반즈는 지난 두 시즌에 이어 3년째 롯데에 남는다. 지난해 12승 12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1승 1패 평균자책점 3.28으로 준수한 활약을 했다. 최근 두 시즌 합계 356⅔이닝(2위)을 던진 이닝 소화력도 빛났다. 롯데는 "반즈가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데다 올해 후반기 평균자책점 2.05로 전체 1위에 오른 안정감을 높이 샀다. 리그 정상급 왼손 1선발로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윌커슨은 올해 후반기 댄 스트레일리의 대체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7승 2패 평균자책점 2.26의 좋은 기록을 남겼다. 13번의 등판 중 11번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고, 삼진 81개를 잡는 동안 볼넷을 20개만 내주는 제구력도 뽐냈다. 롯데는 "윌커슨은 적응력이 뛰어나고 다른 문화를 존중할 줄 알며, 인성도 훌륭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두 투수는 계약 후 "얼른 부산으로 돌아가 최고의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 앞에서 던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한화 이글스는 투수 펠릭스 페냐와 총액 105만 달러에 다시 손잡았다. 페냐는 지난해 6월 닉 킹험의 대체 선수로 한화에 합류한 뒤 통산 45경기에서 16승 15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32경기에서 177⅓이닝을 던져 11승 11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제 몫을 했다. 한화는 세 번째 시즌을 함께할 페냐에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페냐는 "재계약할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 비시즌 동안 잘 준비해서 내년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키움은 투수 아리엘 후라도, 타자 로니 도슨과 재계약했다. 후라도는 총액 130만 달러, 도슨은 60만 달러를 각각 받게 된다. 후라도는 올해 30경기 선발 등판해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5로 수준급 성적을 남겼다. 키움은 "후라도는 경기 평균 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이닝 소화력과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꾸준함을 보여주며 에이스로 활약했다"고 재계약 배경을 전했다. 도슨은 지난 7월 애디슨 러셀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뒤 57경기에서 타율 0.336 3홈런 29타점 9도루를 기록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쾌활한 성격과 성실한 태도로 팀 동료들의 신임을 얻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