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태형 감독 “3년 내 우승”…한화 김강민 “새 팀에 대한 기대감 커”…LG 김현수 “공을 더 멀리 보낼 것”
캠프가 끝나는 3월 초까지 한 장소에 머무는 팀은 LG(애리조나)와 삼성(오키나와)뿐이다. 대부분의 팀이 2월 말엔 캠프지를 옮겨 실전 위주 훈련을 시작한다. KT·KIA·롯데·한화가 오키나와, 두산이 일본 미야자키, SSG가 대만 자이, 키움이 대만 가오슝에서 2차 캠프를 치르고 귀국한다. 가장 빨리 귀국하는 팀은 LG와 한화(3월 3일), 가장 늦게 돌아오는 팀은 KIA(3월 7일)다.
#3년 내 우승 꿈꾸는 김태형 감독
새 소속팀에서 치르는 첫 스프링캠프는 언제나 남다른 다짐과 함께 시작된다. 1년 만에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복귀하는 김태형 롯데 신임 감독도 그렇다. 2015년부터 8년간 두산을 이끈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KBO리그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인 롯데의 21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취임 직후 김해 상동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지켜보긴 했지만, 주축 선수까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스프링캠프는 김 감독에게도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1월 31일 괌으로 출국한 김 감독은 "새로운 팀에서 전지훈련을 떠나는 날이라 기대가 된다. 가서 할 일도 많을 듯한데, 구상했던 많은 것들을 잘 준비해서 캠프를 잘 마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김 감독은 최근 태국 파타야를 다녀왔다. 해설위원으로 바쁘게 보낸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름간 겨울휴가를 떠났다. 이 기간만큼은 생업과도 같은 야구를 잊으려고 했는데, 여행이 뜻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만나는 이들마다 2024년의 롯데 야구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계약서를 쓸 때까지는 몰랐는데 감독이 되고 나니까 (팀의) 인기를 실감했다"며 "누구는 롯데를 잘 부탁한다고 하고, 또 누구는 롯데가 가을야구를 갈 수 있는지 은근슬쩍 물어보더라.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야구를 많이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와 3년 계약(총액 24억 원)을 했다. 앞서 지휘봉을 잡았던 두산은 선수 시절부터 몸담았기에 속속들이 익숙한 팀이었지만, 롯데는 프로 사령탑으로 9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김 감독에게도 만만치 않은 숙제를 안길 팀이다. 가을 야구 단골 손님이자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위업을 쌓은 두산과 달리, 롯데는 최근 10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시즌이 단 한 해(2017년)뿐이다. 특히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하위권을 맴돌며 7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김 감독은 "롯데는 좋은 선수가 많지만, 포지션별로 교통정리는 필요하다"며 "현재 확실한 주전은 포수 유강남과 외야수 겸 지명타자 전준우, 외야수 윤동희 정도다. 대략 윤곽은 잡아놓았지만, 다른 주전 선수는 스프링캠프 경쟁을 통해 정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거란 건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한 경쟁은 과한 부담으로 이어진다"면서 "그런 부담은 덜 가졌으면 좋겠다. 롯데 선수들의 각오가 남다른 게 보이고, 전체적인 마음가짐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고 격려했다.
김태형 감독이 롯데에 온 목적, 롯데가 김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확실하다. 1992년 이후 31년간 염원해 온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다. 두산에서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김 감독도 취임식에서 롯데 팬들에게 '우승'을 약속했다. 김 감독은 "우승이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목표는 내 임기 3년 안에 우승하는 거다. 올해는 일단 가을야구 진출이 첫 번째 목표"라며 "내가 이 팀에 그냥 왔겠나. 성적을 내러 왔다. 하지만 선수들도 성적을 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서로 책임감을 가지고 한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롯데가 더 높이 도약하려면, 시즌 초반에만 반짝 잘하다 중반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뒷심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김 감독은 "왜 롯데가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건 내가 아니라 주장 전준우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농담하면서 "감독 입장에서 유독 롯데가 여름에 상승세가 꺾이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들을 하나씩 줄여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또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설렌다"며 "사실 감독 한 명 바뀌었다고 팀이 완전히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께서 이렇게 기대해주시는 만큼 모두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23년 만에 유니폼 갈아입은 김강민
한화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은 올해 스프링캠프가 가장 낯설 선수 중 한 명이다. 데뷔 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캠프를 떠나게 됐다. 2001년부터 SSG 랜더스(전신 SK 와이번스 시절 포함) 한 팀에서만 뛰었던 그가 지난해 11월 KBO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에 깜짝 지명됐기 때문이다. SSG는 은퇴를 앞둔 41세 외야수를 다른 구단이 탐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보호선수 35인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화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강민의 이름을 불러 야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강민은 국내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중견수이자 'SK 왕조'의 주역이었다. 한화는 그가 그라운드 안팎에 '강팀 DNA'를 이식해주기를 기대하면서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이적하게 된 김강민은 은퇴를 고민하다 한화 구단의 설득을 받아들여 선수 생활 연장을 택했다. 그 후 두 달 넘게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채 개인훈련에만 몰두하던 김강민은 1월 30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마음 정리가 끝난 듯 밝은 표정으로 "과연 어떤 질문이 나올까 고민이 많아서 잠을 못 잤다"며 "내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인터뷰를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분께 죄송하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강민은 SSG에 애정이 깊기로 유명했던 선수다. 김광현, 한유섬 등 김강민과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SSG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쉬움과 슬픔을 표현했다. 구단에 불만을 품은 일부 SSG 팬들은 홈 구장 SSG랜더스필드 북문 인근 대로변에 수십 개의 근조화환을 보내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역사를 잊은 구단에 미래는 없다', '선수를 기만하고 팬을 무시하는 어메이징 신세계 야구단 OUT' 등 과격한 문구로 화환을 덮었다.
김강민 자신도 정든 SSG를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는 데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힘겹게 마음을 추스른 그는 "일단 프로야구 선수니까 야구를 계속 하는 데에 포커스를 맞췄다. 내가 2024년에도 선수로서 뛸 수 있는 결정을 한 것"이라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이제 야구장과 필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일찍 운동을 시작해 몸을 가꾸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SSG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23년이라는 긴 시간을 잊을 수는 없다"며 "나는 SSG라는 팀을 지금도 굉장히 좋아한다. 오랫동안 함께 지낸 후배들도 있기 때문에 안 좋은 감정은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강민은 SSG에서의 기억을 잘 보존하고 한화에서 성공적인 새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등번호 '0번'도 포기했다. 한화에서는 새 등번호 9번을 달고 뛴다. 그는 "0번은 SSG와 SK 팬분들이 나를 기억하는 번호가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한화에서는 또 다른 번호로 기억되고 싶다"며 "9번은 0번이랑 비슷하기 때문에 선택했다. 한 자릿수 번호를 받고 싶었는데, 대표팀에서 달았던 기억이 있는 9번이 조금 더 익숙했다"고 설명했다.
김강민은 2022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는 등 SSG에서 수많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경험한 '가을야구 베테랑'이다. 반면 새 소속팀 한화는 재도약이 절실한 만년 하위권 팀으로 분류된다. 김강민은 "새로운 팀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크다. 아직 한화 유니폼은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재질이 굉장히 편하더라. 자꾸 입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라며 "팀을 궤도로 올려놓는 데 내 있는 힘을 다 쓰겠다. 베테랑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야구 선수로서 내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LG의 잔소리꾼 자처한 김현수
LG는 지난해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해냈다. KBO리그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인 LG가 오랜 한을 풀자 축제의 여운이 연말까지 이어졌다. 고 구본무 LG 선대회장이 남긴 우승 유품 스토리까지 더해져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섰다. LG 베테랑 외야수 김현수는 이 순간 선수단의 방심과 자만을 가장 경계했다. 그는 1월 30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지난해 우승했다는 만족감보다는 걱정이 더 크다. 올라가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더 강해져야 정상을 사수할 수 있다. (우승했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꼴찌로 내려간다"고 강조했다.
김현수는 LG의 '옆집' 두산 베어스 출신이다. 2006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역대 최연소 타격왕(2008년)에 오르며 국가대표급 타자로 성장했다. 2015년엔 두산 소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그런 그가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2년간 몸담은 뒤 2018년 국내로 복귀하면서 라이벌 팀 LG로 이적하자 많은 두산팬이 충격에 빠졌다. LG는 당시 4년 총액 115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우승 청부사'로 김현수를 모셔갔다.
그 후 6년이 흘렀다. LG에서 일곱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는 김현수에게서 '두산'이라는 꼬리표는 걷힌 지 오래다. 그는 2022시즌을 앞두고 LG와 4+2년 최대 115억원에 다시 FA 계약을 했다. 사실상 'LG와 선수생활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말에는 또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하면서 LG의 줄무늬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리는 간판 선수로 거듭났다. LG 라커룸의 중심을 잡고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잔소리꾼'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하고, 강해질 수 있을지 스프링캠프 기간에 후배들과 얘기해보고 싶다"며 "아마 후배들에게 '훈련 열심히 하라'는 말을 계속 하게 될 것 같다"고 예고했다.
팀보다 먼저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각오도 다지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해 타율 0.293, 출루율 0.364, 장타율 0.383, 홈런 6개, 88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김현수'라는 이름값과 그 자신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김현수에게 올 시즌 타율 0.330을 새 목표로 제안했다. 김현수는 "지난해 개인 성적이 아쉬웠는데, 팀이 우승해서 묻힌 것 같다. 그만큼 비시즌에 더 열심히 준비했다"며 "공을 더 정확하게 치고 더 멀리 보내서 지난해 아쉬웠던 장타력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현수는 눈에 띄게 홀쭉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팀 동료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출국을 위해 차려 입은 수트도 예전에 비해 헐렁해졌고, 만나는 사람마다 "살이 얼마나 빠진 거냐"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는 "비시즌에 늘 체중 조절은 해왔지만, 지난해 허리 부상 등으로 시즌 중 훈련량이 부족해 살이 더 붙었다. 그래서 이번에 살이 빠진 게 더 두드러진 보인 것 같다"면서도 "올겨울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을 빼려고 노력한 건 사실이다. 평소 단 음식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채식 위주 식단을 잘 지켰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또 "아무리 부상이 있었다 해도 운동 부족으로 체중이 불어난 건 내 탓이다. 올해는 시즌 중에도 체중을 잘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스포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