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하며 성정체성, 평화주의 신념 근거한 병역거부 주장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염기창)는 2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A 씨(29)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그해 11개월 형이 확정됐다. 그는 당시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군 생활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소하라는 경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아 기소됐다. A 씨는 1심 재판과정에서 “기회를 준다면 다시는 이 같은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A 씨는 갑자기 “동성애적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으로 개인의 인격과 생명에 대한 절대적 존중이라는 평화주의 신념에 근거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전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았을 때와 원심에 이르기까지 항소이유(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주장을 하지 않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가 1심에서 법정구속을 당하자 동성애자임을 내세우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피고인의 진술서와 가족, 지인들의 탄원서를 냈으나 피고인의 태도와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진술서와 탄원서만으로는 주장을 선뜻 믿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성정체성에 관한 주장과 주관적 신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안보 상황과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국가안보 확립 등 우리나라가 처한 제반 사정을 살펴보면 이를 종교적 이유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