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 ‘중국 1위’ 구쯔하오, 영암 ‘대만 1인자’ 쉬하오훙 영입…후보 없는 신진서의 킥스 발등의 불
KB국민은행이 타이틀 후원을 맡은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8개 팀 단일리그로 변화해 치러진다.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4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러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순위는 승점제로 가린다. 4 대 0이나 3 대 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 대 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1 대 3이나 0 대 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바둑용병 5명, 국내리그 첫 선
올 시즌 바둑리그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용병제’의 도입이다. 이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영입을 허용해 쟁쟁한 실력을 보유한 외국인 선수들이 바둑리그 무대를 누비게 됐다.
용병 출전의 물꼬를 가장 먼저 튼 팀은 한국물가정보다. 한국물가정보는 8개 팀 중 가장 먼저 중국의 강호 당이페이 9단의 영입을 선언했다. 2017년 LG배 세계기왕전 우승 경력이 있는 당이페이는 현재 진행 중인 제5회 몽백합배에서도 4강에 올라있는 초일류급 기사다. 이미 강동윤 9단과 한승주 9단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물가정보는 당이페이의 가세로 단박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박정상 감독은 “당이페이 9단이 워낙 속기도 강하고 개인적인 친분도 있어서 그냥 동네 친구한테 카톡하듯 연락해서 영입했다. 출전 의사를 묻자마자 한국바둑리그에서 정말 뛰고 싶다고 열정을 보였다.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한국물가정보가 당이페이 영입을 발표하자 이번에는 바둑메카 의정부가 중국 양카이원 9단의 출전을 알렸다. 양카이원은 몇 년 전까지 그저 그런 기사였지만 리쉬안하오 9단과 함께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가장 많이 실력이 늘었다고 평가받는 기사다. 비공식 세계바둑랭킹 집계 사이트인 고레이팅에서 13위에 위치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양카이원은 12월 19일 중국 선전에서 막을 내린 중국 대기사전에서 딩하오 9단을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바둑메카 의정부의 김영삼 감독은 “양카이원 9단이 속기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한국바둑리그에 특화된 선수가 아닌가 한다”라며 “대국료도 국내 기사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낯선 스튜디오 대국과 피셔방식(바둑을 빨리 두면 제한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에만 빨리 적응하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쉬하오훙 ‘가성비갑’ 기사
신생팀 마한의 심장 영암은 대만의 쉬하오훙 9단의 영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대만의 일인자 쉬하오훙은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명성을 떨친 인물. 당시 쉬하오훙은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 커제 9단을 연파하고 대만에 금메달을 안겨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현욱 9단은 쉬하오훙 9단이 이번 용병들 중 가장 가성비가 좋은 기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실력에 비해 몸값이 그리 비싸지 않다. 또 대만은 중국보다 자국 내 기전 수가 적기 때문에 출장 수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본다”면서 “무엇보다도 쉬하오훙 9단 본인이 일찍부터 한국리그 진출을 원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12월 말에는 또 하나의 영입 소식이 날아들었다. 중국랭킹 1위 구쯔하오 9단이 원익 소속으로 뛴다는 것. 커제를 밀어내고 4개월 연속 중국 정상을 지키고 있는 구쯔하오 9단은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로 메이저 세계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6월 제1회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에서 신진서 9단을 2-1로 꺾고 우승한 실력파 기사다. 원익에 합류한 구쯔하오는 국내랭킹 2위 박정환 9단 등 한국 5명의 선수들과 함께 이번 시즌을 보내게 됐다.
원익 이희성 감독은 “외국인 선수 선발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출중한 기량을 보유한 선수들을 생각했고, 구쯔하오 9단은 실력은 물론 바둑을 대하는 태도나 진중함이 우리 팀과 잘 어울리겠다고 판단했다”면서 “구쯔하오 9단과 함께할 수 있게 돼 굉장히 기쁘고 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밖에 울산 고려아연은 중국 랴오위안허 9단의 영입을 밝혔고, 수려한합천은 신예 김승진 4단, 정관장천녹은 박상진 7단을 후보로 지정해 순수 국내 기사들로만 선수단을 꾸렸다.
8개 팀 가운데 신진서 9단이 속한 지난 시즌 우승팀 킥스(Kixx)만 아직 후보 선수를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킥스는 1라운드 첫 경기에서 신진서 9단만 승리했을 뿐, 원익에 1-3으로 패해 용병 영입을 서두를 전망이다.
한편 용병 선수 중에서는 바둑메카 의정부의 양카이원 9단이 대국 스타트를 끊었다. 양카이원은 울산 고려아연과의 1라운드에 출전해 한상조 6단을 꺾었으나, 마지막 에이스결정전에서 신민준 9단에 패해 한국리그 적응이 녹록지 않음을 실감했다.
올 시즌 한국바둑리그 매 라운드 승리 팀엔 1400만 원, 패한 팀에게는 700만 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이 대국료를 배분받는 것 외에, 계약된 개인 승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