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들 “말수 적고 성실”, 생활고 정황도 엿보여…프로파일러 “아직은 동기 단정 어려워”
#피습사건 타임라인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가덕도에 있는 신공항 부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부산 시민들께서 엑스포 실패 때문에 많은 상실감을 느끼고 계시는데 그것이 신공항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신공항이) 지연되거나 축소되거나 또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자, 당직자, 지지자들이 뒤엉키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오전 10시 27분경 괴한은 사인을 해달라며 접근했고, 이 대표의 왼쪽 목을 한 차례 흉기로 찔렀다. 주변에 있던 경찰과 당직자들이 괴한을 제압했다.
습격을 당한 이 대표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모임인 ‘잼잼자원봉사단’ 부산 단장인 오재일 씨, 류삼영 전 총경,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등이 119로부터 전화로 응급처치법을 안내받아 지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습 13분 뒤 구급장비가 있는 경형 소방차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했다.
오전 11시 13분 응급처치를 받은 이 대표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부산대 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그 후 오후 1시경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부산대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현재 경정맥 손상이 의심된다”며 “자칫 대량 출혈이나 추가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기동대 1개 제대와 형사 등 약 50명의 경찰관이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교통정리 등 경비 임무에 주력했다. 경호를 전담하는 인력은 현장에 없었다. 경찰은 특별한 사안이 없을 때는 당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을 대상으로 별도 경호팀을 운영하지 않는다.
피습 직후 윤희근 경찰청장은 부산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피습사건을 “정당 대표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며 “부산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경찰과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정히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괴한은 부산 강서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괴한은 진술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자 “이 대표를 살해하려는 생각이 있었다”며 입을 열었다. 신상도 밝혀졌다. 그는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업을 하는 김 아무개 씨(67)였다.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이었다
1월 3일 일요신문은 김 씨의 집과 부동산 사무실 등을 돌아봤다. 이웃들은 김 씨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김 씨를 중간쯤 되는 키를 가진 말수 적은 중년 남성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적은 있다. 말수가 적고 점잖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런 범죄를) 저지를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주민센터 소장은 “기자들이 몰려와서 이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김 씨가 관리사무소에 온 적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 씨 사무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중개업자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들은 김 씨와 전혀 교류하지 않았거나 업무상 전화만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한 중개업자는 “여기는 원룸이나 투룸 장사를 주로 한다. 그래서 매물을 물어보기 위해 몇 번 전화했다”며 “개인적으로 교류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 씨에게 부동산 관련 상담을 받은 이도 있었다. 한 카페 사장은 “김 씨가 꽤 오래전부터 (아산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두 번 정도 부동산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씨에게) 상담도 받았다. 그냥 평범한 공인중개사였다. 말수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인근 식당 사장은 “김 씨 부동산을 청소했던 사람을 알고 있다. 그 사람은 김 씨가 착하고 점잖았던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그 사람이 기자와) 직접 말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씨 부동산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주인은 그를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건물주 말에 따르면 김 씨는 5년 전 이 건물에 부동산을 차렸다. 그는 7시 30분경 출근하고 8시에서 9시 사이에 퇴근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직원 한 명과 함께 일했다. 직원은 몇 달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 건물주는 “(김 씨가) 일은 열심히 했다. 성실하고 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매일 내가 (건물로) 출퇴근하면서 서로 인사만 나눴다”고 했다.
김 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는 김 씨 것이 아닌 친척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명의로 돼 있었다. 집 우편함에는 대출 광고지 두 장만 놓여 있었다. 부동산 사무실 출입문에는 은행권에서 보낸 내용증명을 수령하라는 우체국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건물주는 “7개월 정도 월세가 밀렸다. (내가) 2년 전 (건물을) 인수했다. 2년 동안 한 달 내다가 연체됐다가 다시 한 달 내다가 연체되는 식으로 누적이 됐다”며 “(아산 지역) 부동산이 잘 안 된다. (김 씨에게 전화하면) 어려우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경찰청은 1월 3일 김 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무실에서는 김 씨가 사용했던 등산용 칼과 유사한 날붙이들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김 씨의 혐의는) 살인미수 말고는 없다. 공범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가 테러를 사전에 계획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1월 1일 기차를 타고 아산에서 부산으로 갔다가 울산으로 이동했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흉기는 2022년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등산용 칼을 구매해 개조했다. 경찰은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김 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김 씨의 당적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이던 김 씨가 이 대표 동선을 알기 위해 의도적으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정당법 24조 당원명부 조항에 따르면 범죄수사를 위해 당원명부를 확보하려면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이 필요하다.
1월 4일 연제경찰서 유치장에서 법원으로 이송된 김 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냈다. 그것을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김 씨는 범행 당시 변명문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명문에는 ‘역사적 사명감’을 언급하며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방법원 성기준 영장전담 판사는 김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성 부장판사는 “범행 내용, 범행의 위험성과 중대성 등 사정을 고려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를 입증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범행 동기를 파악했다고 밝히면서도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많은 언론에선 김 씨를 외로운 늑대, 은둔형 정치 훌리건 등으로 표현했다. 외로운 늑대는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단독 테러범을 말하고, 은둔형 정치 훌리건은 난동과 폭력을 일삼는 극단적인 축구 팬처럼 테러를 저지르는 정치적으로 과몰입한 외톨이를 뜻한다. 그러나 김 씨를 외로운 늑대나 은둔형 정치 훌리건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가 주변과 교류가 적었던 것으론 보이지만 평소 눈에 띌 만큼 이상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웃들은 그를 ‘보통 사람’으로 기억했다.
현재 김 씨의 행적은 파악됐지만 테러 동기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김 씨가 말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 전례가 있다. 2006년 5월 20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에 대한 ‘커터 칼 테러’를 했던 지충호 씨도 처음에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했다가 옥살이와 생활고로 인한 불만이 범행 동기였다고 말을 바꿨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은둔 성향을 보인 사람은 공격성이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테러 같은 폭력 행위와 연관성이 적다.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무엇이든 자신이 존경하고 싶은 어떤 사람이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증오하게 된다”며 “어떤 사람이 정치인을 집착하고 공격했다고 해서 정치적인 테러로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지금은) 경찰 조사를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 지켜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유언비어 난무
이 대표가 피습당한 뒤 숱한 유언비어가 유포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의 상처는 1cm 열상으로 알려졌다. 열상은 피부가 찢어져 생긴 상처로 경상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일부 보수 유튜브 운영자들은 이 대표가 종이칼에 찔렸고, 이는 이 대표 측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흉기가 나무젓가락이라는 낭설도 퍼졌다. 그러나 경찰 발표에 따르면 테러에 사용된 흉기는 길이 18cm의 개조된 등산용 칼이었다.
이런 유언비어 등에 대해 이 대표 지지자들은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테러 당일 서울대 병원에 모여든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성토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전 총리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이 이 전 대표 피습의 배후라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향해 정확하게 기사를 쓰라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민주당은 교통정리에 나섰다. 1월 2일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울대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받은) 수술명은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재건술로, 내경정맥 손상이 확인됐으며 정맥에서 흘러나온 혈전이 예상보다 많아 관을 삽입한 수술을 시행했다”며 “오후 3시 45분쯤 수술을 시작했고, 당초 1시간을 예상했지만 실제로 약 2시간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1월 3일에는 민주당 인재 5호로 영입된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흉부외과 전문의)가 서울대병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표의 동의하에) 의무기록 등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대표는 초기에 위중 상태에 놓였고 천운이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특히 단식 이후에 많은 양의 출혈이 발생했기 때문에 중요 장기에 대한 후유증이 우려돼 향후 예후 관찰이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월 4일 서울대병원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집도의인 민승기 교수(혈관외과)는 “목부위에 칼로 인한 자상으로 인해 정맥 손상이 의심되고, 기도손상이나 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 교수는 “(이 대표가) 다행히 잘 회복해서 수술 다음날 (일반) 병실로 이송돼 현재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며 “추가 손상이나 감염, 혈관 합병증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경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부산대 병원과 서울대 병원 사이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민 교수는 “목 정맥이나 목 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며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대 부산대 병원 권역센터장은 부산대 병원이 먼저 요청하지 않았고, 일부 의사들은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며 이송을 반대했지만, 이 대표 가족들의 뜻에 따라 옮기게 됐다고 반박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