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품 유통 금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소…네이버 “본사에서 해당 소송 관장하지 않아”
#포시마크, '짝퉁 발광 신발' 유통 방치?
제자인 라이선싱(Jezign Licensing LLC)이 1월 15일 포시마크를 '특허 침해'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포시마크가 제자인의 특허를 침해한 제품의 판매·유통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제자인 라이선싱은 발광 신발의 디자인과 기술 특허를 보유한 특허관리전문회사(NPE)다. 일반적인 발광 신발이 발걸음에 따라 신발 밑창의 LED 조명이 깜빡거린다면 제자인의 신발은 조명을 자유롭게 끄고 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자인은 홈페이지에 소비자들에게 모조품 이용을 주의하라는 당부와 함께 모조품에 대한 강력한 특허 대응을 하겠다는 안내를 게시해 둔 상태다.
실제로 제자인 라이선싱은 모조품에 대한 꾸준한 소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제자인은 2016년부터 2024년 1월 15일까지 16건의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브랜드인 나이키나 신발에 바퀴를 달아 인기를 얻은 힐리스 등과도 특허 침해 여부를 놓고 소송전을 벌인 이력이 있다.
제자인 라이선싱이 포시마크를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제소한 것은 2023년 8월이 처음이다. 포시마크 입장에서도 네이버에 인수된 후에 걸린 첫 소송이다. 유통 채널을 제소할 경우 특허를 침해한 여러 제조사의 다양한 제품 유통을 한꺼번에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소송은 포시마크 측에서 제자인이 관할법원을 잘못 지정해 소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의를 제기해 각하됐다. 제자인은 올해 1월 포시마크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포시마크를 다시 제소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에 이미 특허 침해 관련 제소를 진행했기 때문에 포시마크가 분쟁 특허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지속적인 침해를 이어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대표변리사는 “플랫폼 측이 거래되는 상품 내역을 일일이 살펴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침해 사실이 명백한데도 이를 방치한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황이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자인', 지금까지 특허 침해 승소한 적 없어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인정되고 있어 미국에서 소송에 질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배상액을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자국보다 미국 내 소송에 훨씬 더 신경쓰는 이유다.
박민흥 와이즈업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미국에서 하는 소송이면 소규모 침해 행위에도 수백억, 수천억 원 수준의 손해배상액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허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기업의 1년 치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배상액으로 책정해야 할 수도 있다. 나중에 네이버 본사의 재무구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자인 라이선싱이 지금까지 특허 침해로 승소한 적이 없는 점, 대부분 합의나 철회 등으로 종결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합의로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민흥 변리사는 “명백하게 침해가 아닌 경우 특허무효소송을 걸거나 끝까지 다툴 수도 있겠지만 침해 가능성이 있다면 조속한 합의로 조기 종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 관계자는 “포시마크는 별도의 해외법인이라 따로 법무팀이 있고 네이버 본사는 해당 소송을 관장하지 않는다”며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포시마크, 네이버 커머스 호실적 일등공신
포시마크는 의류·패션에 특화된 미국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북미시장 1위 버티컬 커머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취향에 맞는 판매자를 팔로하고 게시글을 공유하거나 ‘좋아요’ 등을 누를 수 있어 쇼핑 기능을 강화한 인스타그램에 가깝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는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패션 전문 커머스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시마크를 판매 거점으로 삼는 부티크·브랜드도 늘면서 상품군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포시마크는 현재 미국, 캐나다, 인도, 호주 등지에서 1억 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포시마크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네이버가 2022년 말 포시마크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부터다. 포시마크 인수가만 1조 6700억 원에 달했다. 2023년 1월 5일 네이버 계열사로 정식 편입했다. 인수 당시에는 포시마크가 적자 상태였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잖았다. 2022년 10월 인수 발표 이후 이틀간 네이버 주가가 15% 이상 급락하며 시총이 2조 5000억 원 이상 증발하기도 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췄다.
그러나 인수 후엔 포시마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2023년 3분기 네이버는 광고 시장 불황에도 매출액 2조 4453억 원, 영업이익 3802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호실적의 일등공신은 커머스 부문으로 꼽힌다. 지난 3분기 커머스 부문 매출은 647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3%가량 급증했다. 포시마크의 매출 비중만 약 20%로 포시마크의 편입 효과를 제외할 경우 커머스 부문 매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7%로 내려앉는다.
공우상 변리사는 “유통사들도 배상액 때문에 지재권 관련 분쟁에 신경 쓰고 있다. 예컨대 등록된 상표를 팔면 노출을 잘 시켜주는 식으로 판매자에게 이익을 줘 분쟁 최소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침해인지 아닌지 판단이 쉽지 않은 상품들은 노출을 줄이고 취급을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 소송 준비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고 패션·디자인 부문이 특허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에 해당 플랫폼은 향후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