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 합류’ 서울이 양강체제 위협할 듯…“유독 예상하기 어려운 시즌”
올 시즌에도 K리그1 현장 해설에 나서는 이상윤 해설위원은 울산의 우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민의 시간을 이어갔다. 여전히 울산이 우승에 가까운 팀이지만 라이벌 전북 현대의 존재감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겨울 내내 시즌 준비를 마치고 K리그 문이 열리는 시점, 장기간 리그 해설에 나서고 있는 이상윤 위원을 통해 각 팀의 전력 보강 상태, 올 시즌 예상 성적 등을 들어봤다.
#울산 HD, 3연패는 어렵다?
당연히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본다. 지난 2년 동안 우승을 경험하면서 이전에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사라졌다. 위닝 멘털리티가 확실하게 심어졌다.
과거 각급 대표팀에서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리던 김민우, 황석호가 왔고 홍명보 감독과 잘 맞을 것이라고 본다. 포지션마다 선수 영입이 잘됐는데 올 시즌 울산의 포인트는 기존 자원인 이규성이라고 본다. 지난 시즌 울산은 박용우가 중동으로 이적한 이후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그 포지션이 메워지지는 않았다고 본다. 그래서 이규성의 활약이 중요하다.
가진 전력 자체만 보면 우승이 가능한 팀이다. 하지만 경쟁자 전북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긴장감이 떨어졌던 2023시즌 우승 경쟁과 다르게 이번 시즌은 치열한 양상이 벌어질 것 같다.
#포항 스틸러스, 하락 예상되는 시즌
가장 큰 변화는 사령탑 변화다. 5년 동안 팀을 이끌던 김기동 감독이 떠나고 박태하 감독이 들어왔다.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충분히 능력 있는 지도자라고 본다.
다만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간 부분이 아쉽다. 공격진은 외국인 선수 영입(조르지), 젊은 선수들의 성장 등으로 메워질 수 있겠으나 수비 공백이 크다. 기존 주전급 자원 4명이 나갔다. 수비가 흔들리면 자연스레 성적이 떨어진다. 2위였던 포항의 순위가 많이 미끄러질 수도 있는 시즌이다.
#광주, 주목해야 할 김진호 영입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광주는 주요 자원들이 좀 빠져나갔지만 이정효 감독의 능력으로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광주를 향한 다른 팀들의 견제도 강해지겠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돼 있을 것이다.
광주는 지난 시즌 화려한 공격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수비가 강한 팀이기도 했다. 그런데 수비 핵심들이 일부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자리를 잘 채우지 못한다면 지난 시즌보다 높이 올라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진호 영입에 눈길이 간다. 강원에서 좋은 활약을 하던 시기도 있었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자원이다. 이정효 감독이 김진호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전북 현대, 근래 가장 공들인 이적시장
그동안 외국인 공격수 활약이 속을 썩였던 전북이 이번 겨울에는 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에르난데스, 티아고)들을 영입했다. 두 공격수만으로 공격 포인트 30개 이상이 생산될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승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공격진만 보강된 것이 아니다. 미드필드, 수비진에도 국내 최고 자원들이 들어왔다. 공수 밸런스가 탄탄하다. 가용 자원도 많아서 선수층도 두터워졌다.
한 가지 아쉬움을 꼽자면 골키퍼다. 물론 전북의 선수들이기에 기량은 충분하지만 라이벌 울산의 골키퍼가 조현우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인천 유나이티드, 에르난데스 공백을 메워야
인천은 많은 전력 보강도, 유출도 없던 팀이다. 다만 단 한 명, 에르난데스의 빈 자리가 커 보인다. 공격진에서 무게감은 단순히 한 명의 선수 이상이었다. 김보섭, 박승호 등이 분발해 준다면 어느 정도 만회는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는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기에는 안정을 찾았다. 그 안정감을 올해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르난데스의 빈 자리가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대구 FC, 불안해진 뒷문, 바셀루스 활약이 관건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스리백 수비가 상징적인 팀인데 중요한 역할을 하던 홍정운이 이적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또 다른 스리백 일원인 조진우는 입대를 했다. 조광래 대표, 최원권 감독이 고민을 했겠으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공격진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세징야, 에드가는 출전만 하면 좋은 활약을 보이지만 지난 시즌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간이 있었다. 반면 바셀루스는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올 시즌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 바셀루스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다.
#FC 서울, 가장 상승 폭이 클 구단
서울은 울산과 전북의 2강 체제에서 그 바로 아래 위치할 수 있는 팀이라고 본다. 김기동 감독은 믿고 보는 감독이다. 역동적인 팀으로 변모할 것 같다. 린가드의 활약 여부가 가장 궁금하다.
김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으나 서로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외국인 선수 일류첸코, 팔로세비치부터 임상협, 이승모, 권완규까지. 임상협은 지난해 지지부진했는데 김 감독과 재회하면서 살아날 여지가 크다.
공격, 미드필드에 비해 수비와 골키퍼 전력은 아쉬운 감이 있다. 수비 쪽에서 분발해준다면 상위권으로 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대전 하나시티즌, 뒷문 두텁게 만든 시즌
대전은 적절한 수준의 변화를 주며 팀을 발전시키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선 수비가 많이 보강됐다고 본다. 지난 시즌 대전은 남부럽지 않게 골을 넣었지만 실점이 많아서 순위가 떨어진 팀이다.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이면 2023시즌보다 순위가 올라갈 수 있다.
수비는 좋아졌지만 공격력은 감소할 수 있다. 전북으로 보낸 티아고가 워낙 지난 시즌 잘해줬다. 남은 공격수들이 역할을 해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17골을 넣어줬던 공격수가 없다는 점은 마음에 걸린다.
#제주 유나이티드, 베테랑 김학범 감독의 능력
제주는 전력 자체가 나쁘지 않은 구단인데 지난 시즌 9위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이번에 온 감독이 누군가. 온갖 경험 다 해본 김학범 감독이다. 능력이 있는 선수단이기 때문에 김학범 감독이 분위기만 잘 잡아줘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베테랑 감독 선임 효과를 보게 될 것 같다.
선수단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공격진에서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해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국내 복귀 이후 계속 부상으로 고생했던 구자철이 건강히 뛰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 분명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가졌다고 본다.
#강원 FC, 외국인 공격수에 희망이 있다
지난 시즌 강원은 강등이라는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 어려움을 겪을 팀은 아니라고 봤다. 본인들 스스로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불운한 면도 컸다고 본다.
올 시즌에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가브리엘, 갈레고, 웰링턴 등 외국인 공격수들이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2023시즌 여름에 이적한 가브리엘은 시즌 막판에서야 터지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은 초반부터 골맛을 본다면 강원의 순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수원 FC, 완전히 달라진 팀, 뼈대는 남았다
수원은 K리그1에서 가장 예측이 어려운 팀이다. 김은중 감독부터 선수 구성원까지 변화의 폭이 가장 크다. 선수단 물갈이가 많이 됐다는 점은 불안 요소일 수 있으나 감독이 바뀌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윤빛가람, 이승우를 지킨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자금 사정이 넉넉한 팀은 아니기에 우려가 있었지만 영입된 지동원, 정승원 등은 능력만 발휘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권경원은 현재 정상급 수비수이기도 하다. 주전급 선수들은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데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쉽다.
#김천 상무, 유강현 터진다
기본적으로 검증된 자원들이 상무에 입대한다. 자연스럽게 탄탄한 전력을 구축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입대한 김대원, 김봉수, 박수일 모두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김대원은 지난 시즌 슬럼프를 겪었지만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잠재력을 폭발시킬 선수를 꼽자면 유강현이다. 그간 김천에서 '폭발'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번엔 유강현이라고 본다. K리그2 득점왕 출신인데 K리그1에서는 1골만 기록해 아쉬움이 있었다. 플레이는 좋았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군인 정신으로 설움을 씻어내길 바란다.
K리그1에 참가하는 12개 구단을 돌아본 이상윤 해설위원은 "유독 예상하기 어려운 시즌"이라며 "울산과 전북을 제외하면 나머지 팀들은 정말 내다보기가 어렵다. 지난 시즌 상위권에 있던 팀들은 하락할 만한 요소들이 있고 하위권에 있던 팀들은 상승 요인이 많다.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평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