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팀 내 부상자 속출로 1군 출격 가능성…이현주·조진호도 많은 출전 시간 기록 중
대회 최종 3위 안에 들면 올림픽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 4위는 아프리카 국가와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안정적인 올림픽 본선 합류를 위해선 최소 3위 사수가 필수다.
대표팀은 대회 시작 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황선홍 감독이 원하는 스쿼드를 꾸리지 못했다. 최초 황 감독이 발표한 23인의 엔트리 중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배준호(스토크시티)가 소속팀의 차출 반대로 빠졌다. 이들 모두 팀의 주요 전력으로 간주된다. 황선홍호는 왜 '완전체'를 꾸리지 못한 것일까.
#3월엔 보내주고 4월엔 안 보내주는 이유
대회 첫 경기 아랍에미리트전에서 승리했으나 이번 대표팀을 향해서는 대회 이전부터 불안한 시선이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2년 전 같은 대회에서 졸전을 거듭한 끝에 8강에서 일본에 0-3 완패를 당했다. 대회 역사상 한국 대표팀의 최저 성적이었다. 또 이번 대회 참가국을 가려내는 예선에서는 카타르에 패하며 가까스로 본선에 올랐다.
앞서 지난 3월, 전력점검차 참가한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부정적 전망을 일부 잠재웠다. 하지만 3월 소집 당시 전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자원들의 차출이 정작 중요한 대회에서는 무산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3월과 4월 소집에 모두 응했다. 대표팀 합류가 불발된 양현준, 김지수, 배준호는 모두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다. 이번 AFC U-23 아시안컵은 차출 의무가 없는 대회기에 각 소속팀은 선수들을 보내지 않았다. 최초 명단 발표 당시 황선홍 감독은 "유럽 구단들과 긍정적인 교감을 나눴다"고 했으나 이들은 마지막 순간 기대를 저버렸다.
친선대회 격인 3월 WAFF U-23 챔피언십 당시 유럽 구단들이 협조적으로 움직인 이유는 이 대회가 A매치 기간에 열렸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지정한 A매치 기간은 세계 대다수 축구 리그가 일정을 멈춘다.
이와 달리 현재 진행 중인 AFC U-23 아시안컵은 각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개최됐다. 특히 유럽 리그는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팀마다 사정이 급할 때다.
#셀틱은 우승 경쟁, 스토크시티는 생존 경쟁
가장 먼저 대표팀 합류가 불발된 선수는 양현준이다. 비록 탈락의 쓴맛을 봤지만 2년 전 대회도 뛴 경험이 있을 만큼 황선홍 감독이 신뢰를 보내는 자원이다. 양현준은 연초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A대표팀 일원으로도 좋은 활약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A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겸했던 황 감독은 지난 3월 양현준을 A대표가 아닌 올림픽 대표로 분류할 만큼 그의 합류에 공을 들였다.
양현준 소속팀 셀틱은 그의 이번 대표팀 합류를 불허했다. 대표팀에 올림픽 본선 티켓만큼이나 자신들도 중요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셀틱은 현재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에서 우승 경쟁에 한창이다. 33경기를 치른 현재 24승 6무 3패 승점 78점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승에 가까운 듯하지만 리그 최대 라이벌 레인저스에 승점 3점 차이로 추격당하고 있다. 셀틱으로선 올 시즌 리그 24경기에 출전시킨 요긴한 자원인 양현준을 잃을 수 없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활약 중인 배준호는 양현준과 조금 다른 분위기에 놓여 있다. 그의 소속팀 스토크시티는 셀틱과 달리 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2부리그 생존 마지노선인 21위보다 한 계단 높은 20위에 위치해 있다. 3부리그로 강등되는 22위보다 승점이 불과 3점 많다.
2017-2018시즌을 마지막으로 프리미어리그(1부리그)에서 강등된 스토크시티는 6시즌째 2부리그에 머물러 있으나 3부리그 강등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150년에 달하는 구단 역사에서 3부리그에서 보낸 시간은 10시즌 내외에 불과하다.
소속팀 스토크시티는 위태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으나 배준호 개인의 활약은 좋다. 그는 2003년생으로 20세에 불과하고 유럽에서 첫 시즌임에도 팀의 주전급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적 이후 열린 39경기 중 배준호는 4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했다. 강등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토크시티로선 팀의 공격 선봉장을 섣불리 보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유망주 김지수, 주축 자원은 아니지만
공격수 양현준·배준호 이외에도 대표팀 수비 주축으로 평가받던 김지수도 소속팀 브렌트포드에서 차출을 거부했다. 양현준·배준호와 달리 김지수는 브렌트포드의 1군 경기에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당장 팀 전력에는 영향이 적으나 이들은 김지수를 내주지 않았다.
이는 팀 내 스쿼드 상황과 관련이 있다. 브렌트포드는 리그 33경기를 치르는 동안 유망주 김지수에게 1군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지만 의도치 않게 향후 김지수를 활용할 여지가 있다. 팀 내 김지수와 같은 중앙수비수 자원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선수층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1군 스쿼드에 있는 중앙수비 자원 5명 중 2명이 부상을 입어 뛸 수 없는 상태다. 좌우 측면 수비수도 각각 1명씩 부상으로 빠졌다.
브렌트포드는 중앙수비수 3명을 그라운드에 세우는 포메이션을 즐겨 사용한다. 현재로선 가용 자원이 부족하다. 1명이라도 추가 부상자가 발생한다면 김지수가 1군 데뷔전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구단으로선 당초 김지수를 보내 주려던 방침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현재 15위로 자칫 연패에 빠진다면 강등권 경쟁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최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소속팀 거부로 빠진 양현준·배준호·김지수 외에 대표팀은 이현주(비스바덴)·조진호(노비 파자르) 선발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역시 23세 이하로 올림픽에 출전 가능하고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이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연령별 대표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소속팀 반대로 최초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들 모두 각자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 중이다.
유럽 리그에서 활약 중인 젊은 선수들은 저마다 사정으로 이번 올림픽 예선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황선홍 감독과 대표팀으로선 아쉬움이 남겠으나 한편으로는 각자 소속팀에서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차기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열리는 올림픽 본선에서는 이들이 대회에 출전할 가능성이 열려 있기도 하다. 어린 나이부터 유럽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이들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