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파열로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지난 3년 평균 50경기 미만 출장
렌던은 지난 4월 21일(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전을 끝으로 빅리그에서 사라졌다. 왼쪽 햄스트링 긴장 증세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는데, 근육이 파열된 것으로 나타나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졌다. 결국 5월 10일에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으로 옮겼다.
렌던이 전열을 이탈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복귀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MLB닷컴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5월 21일 "랜던은 러닝머신에서 경사면 걷기를 시작했지만, 아직 야구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재활 스케줄도 나오지 않았다. 렌던은 현지 언론에 "상태가 좋아지고 있고,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 재활을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상은 아니다. 햄스트링이 다시 찢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부상은 모든 선수에게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러나 이번 부상은 다른 선수가 아닌 렌던이라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렌던은 2020시즌을 앞두고 에인절스와 7년 총액 2억 4500만 달러에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특급 3루수로 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에인절스 이적 후 커리어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랜던은 지난해까지 7년 계약의 첫 4년간 팀의 546경기 중 200경기에만 모습을 보였다. 결장한 경기가 246경기로 출전 경기보다 더 많았다. 코로나19로 정규시즌이 단축(52경기)됐던 2020년에만 풀 시즌을 뛰었을 뿐, 매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2021년엔 사타구니·무릎·햄스트링·고관절을 다쳤고, 2022년엔 손목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사타구니·손목·정강이 부상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 2021년 58경기-2022년 47경기-2023년 43경기로 매년 출전 경기 수가 줄었다. 올해 햄스트링 부상을 포함하면 4년간 무려 10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역대 최악의 '유리몸'이라 불려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랜던의 진짜 문제는 잦은 부상보다 잘못된 '직업 윤리'에서 나온다는 평가가 더 많다. 그는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야구가 내게 우선 순위였던 적은 없다. 야구는 직업이고,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한다. 가족이 우선이기 때문에 야구를 떠날 수도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또 "정규시즌을 단축해야 한다. 185일 동안 162경기를 치르는 데 경기수가 너무 많다. 하루 빨리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다 뭇매를 맞기도 했다. 연 평균 3500만 달러를 받고도 지난 3년간 평균 50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가 할 말은 아니라는 뜻에서다.
옛 동료조차 렌던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워싱턴 시절 렌던과 함께 뛰었던 올스타 출신 투수 조나단 파펠본은 "렌던과 같은 팀에 몸담아보니, 그는 야구를 싫어하는 선수였다"며 "내가 에인절스 단장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렌던을 팀에서 떼어내고 싶었을 거다. 이대로 놔두면 클럽하우스의 암세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렌던은 그나마 경기에 나올 때도 생산력이 지극히 떨어지는 타자다. 워싱턴 시절에는 7년간 916경기에서 타율 0.290(3424타수 994안타) 136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59로 활약했다. 그런데 에인절스 이적 후엔 5년간 219경기에서 타율 0.250(795타수 199안타) 22홈런 OPS 0.746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앞선 7년과 최근 5년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다. 올해 성적만 봐도 19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267(75타수 20안타) 3타점 OPS 0.632로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에인절스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먹튀' 행보 속에서도 렌던은 여전히 한가하기만 하다. 렌던은 부상자 명단으로 옮긴 뒤 타 지역 원정 경기에 함께 이동하지 않고 홈 경기 때만 에인절스 선수단과 함께 훈련했다. 그런데 5월 21일 시작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 경기에는 이례적으로 동행했다. 고향 휴스턴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겠다며 재활 중에도 구단 전세기에 오른 거다. 론 워싱턴 에인절스 감독은 여러 차례 "렌던과 마이크 트라웃 같은 베테랑 선수가 더그아웃에 있는 것만으로도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감쌌지만, 이런 렌던의 행보가 선수단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지는 알 수 없다. 에인절스는 5월 24일까지 20승30패(승률 0.400)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어서 더 그렇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