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 있는’ 지도자 물색 소문 돌아…선동열은 고사했다는 ‘후문’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 중도 교체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된 흐름이다.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이 물러난 후 김응용(2013~2014) 감독만 2년 임기를 채웠을 뿐 한대화(2010~2012), 김성근(2015~2017), 한용덕(2018~2020), 카를로스 수베로(2021~2023), 최원호(2023.5~2024.5) 등은 임기를 마치기 전에 경질되거나 자진 사퇴 형식으로 팀을 떠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화 사령탑을 향해 ‘감독들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한화 손혁 단장은 차기 사령탑 인선 관련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야구계에선 한화의 새 사령탑 관련해서 다양한 인물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그중 최근 김경문 감독이 유력하고, 곧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11일 대전에서 삼성전을 4-0 승리로 마무리하며 3년 만에 삼성 상대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던 한화 이글스는 그날 밤 9시 46분에 보도자료를 통해 수베로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퓨처스 감독인 최원호를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한화는 49승 83패 12무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2022년에는 46승 96패 2무로 성적이 더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초반도 이전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비시즌 동안 FA(자유계약선수) 채은성을 6년 최대 90억 원에 영입했고, 투수 이태양과 내야수 오선진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음에도 성적은 그대로였다. 일부 한화 팬들은 수베로 감독의 경질을 요구했고, 구단은 마치 그 여론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5월 초 수베로 감독과의 이별을 발표했다.
수베로 감독의 뒤를 이어 한화 사령탑에 오른 최원호 감독은 2020년 한용덕 감독이 14연패의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을 당시 감독대행을 맡아 114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최 감독은 한화 구단과 1군 감독 계약을 맺을 당시 1군 초보 감독임에도 3년 총액 14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3억 원, 옵션 3억 원) 규모의 계약을 이끌었다. 당시 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이 3년 총액 10억 원, 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이 3년 총액 10억 5000만 원,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3년 총액 12억 원에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최원호 이름 앞에 ‘前’ 감독이란 수식어가 붙게 됐다. 최 전 감독은 지난 시즌 잔여 113경기에서 47승 5무 61패를 올리며 최종 9위로 시즌을 마쳤고, 2020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지속됐던 최하위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과 안치홍 등 굵직한 외부 영입 지원을 받고 ‘리빌딩 종료’를 선언하며 5강 도전에 나섰다. 한화는 올 시즌 개막 초반 10경기 8승 2패로 단독 선두까지 치고 올라가다 급격히 추락해 하위권을 맴돌았다. 4월 6승 17패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한화는 5월 들어 더 무너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 최소 5강 싸움을 기대했던 한화 팬들은 큰 실망감을 나타냈고, 구단은 더 이상 최 감독을 안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에 자진 사퇴 형식으로 이별을 고했다.
이제 모든 이목은 한화의 차기 사령탑이 누가 되느냐다. 최원호 전 감독의 사퇴 후 야구계에선 여러 감독 후보군들의 하마평이 무성했다. 그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 이들이 선동열, 김경문, 류중일, 류지현 전 감독 등이었다. 그러다 한화 그룹 고위층에서 ‘명망 있는’ 지도자들을 물색하고 있다고 알려졌고, 이번 한화 감독 인사는 프런트보다 모그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카를로스 수베로, 최원호 전 감독 등이 프런트 추천 인사였고,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즌 도중 감독 교체를 할 경우 빠르게 팀 분위기를 흡수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지도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기준에 부합한 지도자들 중 한화 그룹 내부에선 선동열, 김경문 전 감독을 놓고 고심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5월 31일 오전 전화 연결이 된 김경문 전 감독은 한화 감독 관련해서 면접을 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연락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에게 한화 감독 후보들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걸 아느냐고 물었더니 “매번 후보에만 오르고 끝난다”며 웃었다. 김 전 감독은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나중에 식사나 한번 하자”는 말로 대답을 피하는 기색이었다.
김 전 감독과의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나니 한 매체에서 ‘한화 새 감독 김경문 유력, 그룹이 찍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화 구단에서는 김경문 감독과 최근 면접을 본 건 맞지만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야구계에선 김경문 감독의 한화행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선동열 전 감독은 왜 낙점 받지 못했을까. 선 전 감독과 인연이 있는 한 해설위원은 “선동열 감독이 (한화 감독직을) 고사한 걸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그 해설위원은 “고사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현장 복귀하는 타이밍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후보군에 오르내렸던 류중일 국가대표팀 감독도 지인들에게 “당분간 프로팀 감독은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트윈스 감독에서 물러난 후 한동안 지도자 생활은 염두에 두지 않다가 야구 선후배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은 류 감독은 “지금은 프리미어12를 앞둔 터라 대표팀 운영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한화 차기 사령탑 후보로 이동욱, 김원형 전 감독의 이름도 오르내렸다. 현재 샌디에이고 구단 관련 일을 돕고 있는 이동욱 전 감독은 “한화로부터 연락 받은 게 없다”며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김경문 전 감독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사령탑을 맡아 통산 1700경기에서 896승을 거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이뤘지만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4위로 대회를 마치는 바람에 팬들의 실망과 비난이 뒤따랐다.
5월 31일 오후 현재 한화의 차기 사령탑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손혁 단장은 여러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감독 후보군과 만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독 발표를 계속 미룰 수도 없다. 이미 미디어에선 김경문 감독 선임을 확정하고 기사를 내보내는 터라 늦어도 6월 1일이나 2일 정도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전 감독의 한화행에 일부 한화 팬들은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O리그에서의 우승 경험이 전무하고, 현장을 떠난 지 다소 오래됐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또한 감독 시절 투수 혹사 논란을 안고 있는 지도자라는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에 김 전 감독의 한화행을 반기는 팬들도 있다. 한화 그룹 고위층에서 원한 ‘명망 있는’ 지도자들 중 최적임자이고, 최근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코치 연수를 받는 등 야구 관련 공부와 경험을 쉬지 않고 이어간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선수들한테 적절한 당근과 채찍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점도 김 전 감독의 장점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