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윤 회장 자리 이은 박준홍 덕영치과 원장…“병원 경영 정상화 이후 좋은 소식 전할게요”
“고 이재윤 회장님은 뛰어난 치과의사였지만 어떻게 보면 치과의사가 아니었죠. 저는 그 분을 존경하는 사회사업가로 생각해요. 이재윤 회장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병원을 인수한 지 2년이 지났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전임 우성진 협회장님과 바둑관계자 분들이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해 수락했습니다. 사실 이재윤 회장님이 맡고 있던 봉사단체가 굉장히 많잖아요. 30개가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병원을 인수하면서 모두 거절하고 바둑협회장직만 맡게 됐습니다.”
1982년 개원한 대구 덕영치과병원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큰 치과병원이다. 의사만 15명에 전체 의료직원은 150명에 달한다. 7층 건물 전체가 치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동안 18만 명의 환자가 내원해 역량을 검증했고 임플란트 임상 20만 건 이상의 실적을 보유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 중 한 곳이다.
“이재윤 원장님이 갑자기 작고하시는 바람에 병원이 매물로 나왔는데 덩치가 워낙 커서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저 역시 개인 치과의사였던 터라 자금이 없었죠. 병원 인수가 쉽지 않았지만, 유족 측에서 벌어서 상환하는 쪽으로 양해를 해주셨고, 다행히 거의 갚아나가는 중이어서 이제부터는 바둑 쪽에도 신경 쓸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회장직을 수락하고는 제일 먼저 대구시체육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역 체육발전 공헌사업 공동 참여는 물론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대구시체육회 박영기 회장은 “덕영치과와 대구시체육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체육인들의 건강 증진과 후원으로 지역 체육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둑은 늦게 시작했다. 조훈현 9단이 초대 응씨배에서 우승할 무렵, 대학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배웠다. 바둑에 소질이 있었던 것인지 룰이 굉장히 간단하게 느껴졌고, 정석은 모르지만 어깨너머로 바둑룰을 깨쳤다. 본격적으로 실력을 끌어올린 것은 공보의로 재직할 때라고 한다.
“공보의 시절 시간이 많이 남았어요. 그때 바로 위 선배가 바둑을 잘 뒀는데 둘이 시간이 많으니 9점부터 저를 가르치면서 체계가 좀 잡혔죠. 지금도 진료시간 틈틈이 바둑을 두며 스트레스를 풉니다. 제한시간 5분 정도로. 좀 느긋하게 두고 싶지만 시간이 워낙 없어서…(웃음).”
박 회장은 대구 바둑계가 자신을 원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다. 협회라는 것이 대개 그렇듯 문제는 자금과 재정이다. 전임 회장만큼은 아니더라도 바둑협회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생각이다.
“바둑협회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일단 병원의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 시기를 보고 있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구에는 고 이재윤 회장이 39년 동안 사비를 털어 후원하던 ‘덕영배 전국 아마대왕전’이란 바둑대회가 있다. 인터뷰를 끝낼 무렵 혹시 이 대회를 재개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결국은 예산 문제겠죠. 저도 이 병원 맡으면서 사회봉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전임 회장님이 후원했던 수많은 봉사단체들 중 특히 바둑을 아끼셨고, 봉사를 통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던 병원이었으니 당장 하겠다고 즉답하고 싶지만 일단 병원을 정상화시켜놓고 다음 행마를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꼭 ‘대구 바둑’의 영광을 되살리고 싶으니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