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타비아 생산시설 확충, CJ바사 연구개발 투자로 적자…CJ “이른 시일내에 가시적 성과 기대”
#바타비아, 상업화 단계 진출 준비
CJ제일제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바타비아는 12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그나마 1억 9400만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는 적자로 돌아선 것. 앞서 2021년 11월 CJ제일제당은 네덜란드 CGT CDMO 기업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76%를 2630억 원에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CJ제일제당이 책정한 바타비아 영업권은 2022년과 2023년 1억 3800만 유로로 동일하다.
바타비아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서 백신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았던 경영진이 2010년에 설립한 회사로 바이러스 백신과 바이러스 벡터(유전자를 세포에 전달하는 물질)를 제조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바타비아는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원료의약품, 임상시험용 시료, 백신 등을 생산한다.
바타비아는 생산 시설 확충에 한창이다. 이는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배경이기도 하다. 바타비아는 2022년 말 네덜란드 라이덴 바이오 사이언스파크에 1만 2000㎡ 규모의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당시 멘조 하벵하 바타비아 최고경영자(CEO)는 “바타비아가 R&D(연구개발)와 임상 초기 단계에 그치지 않고 상업 생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 공장은 내년 3분기 가동이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의 CGT CDMO 시장 진출 시점은 국내 경쟁사 대비 빠른 편이다. 지난 6월 27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 CGT CDMO 역량을 갖춘 IDT 바이오로지카(Biologika) 지분 60%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SK팜테코는 2021년 3월 프랑스 CGT CDMO 기업 이포스케시(Yposkesi) 지분 70%를 인수했다. SK팜테코는 지난해 9월 미국 CGT CDMO 기업 CBM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세대 바이오의약품인 항체의약품 CDMO 사업을 펼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GT CDMO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와 관련,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 중에서는 CDMO 분야가 진입 장벽이 낮다. CJ그룹은 제약 사업을 영위하다가 한 차례 접은 적이 있다. 사업 재진출을 위해서는 CDMO 분야가 제격이었을 것”이라며 “CDMO는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국내에 많은 중소 업체들이 CDMO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업력이 있는 외국 CDMO 기업을 인수해 빨리 기반을 다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and Sullivan)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은 2021년 46억 7000만 달러(약 6조 원)에서 2027년 417억 7000만 달러(약 58조 원)로 연평균 44.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CGT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한 만큼 CDMO 기업들도 관련 생산 시설을 이제 막 확충하는 단계다. 향후 실적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임상 3상 이상 상업 단계에 있는 물질의 수주가 관건이라는 것이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CDMO 한 업체 대표는 “개발 초기보다는 상업 단계에 있는 CGT 물량을 수주하는 것이 CGT CDMO들의 목표다. 수익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며 “다만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 허가된 CGT는 20종에 불과하다. 허가받는 CGT가 앞으로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임상과 임상 초기 단계에서의 트랙 레코드를 얼마나 쌓았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전임상과 임상 단계에 있는 물질을 한 CDMO 업체에 계속 맡기는 것이 유리하다”며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전문 인력과 기술을 갖추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CJ바이오사이언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
바타비아 외에 CJ그룹 레드바이오 사업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회사는 CJ바이오사이언스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10월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사람의 체내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 신약 개발 업체인 천랩 지분 43.99%를 982억 원에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15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이 중 가장 진행 속도가 빠른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CJRB-101)은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2상 단계를 밟고 있다.
아직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101억 원, 2022년 332억 원, 2023년 32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CJ바이오사이언스 연구개발비는 2021년 53억 원에서 지난해 225억 원으로 늘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미생물 유전체 생명정보 분석 플랫폼 사업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맞춤형 헬스케어 용역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용역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은 47억 원에 그쳤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3년 내 신약 기술 수출 3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장은 2023년 2억 6900만 달러(약 3740억 원)에서 2029년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9000억 원)로 연평균 약 31.1% 성장할 전망이다. FDA에서 승인을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2개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이사는 “임상 선례가 부족한 상태에서 개발을 진행하는 단계라 위험 부담이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CJ바이오사이언스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CJ제일제당은 CJ바이오사이언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56억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CJ바이오사이언스 건물 이노플레이를 331억 원에 매입했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바타비아는 2022년 대비 설비 관련 비용과 생산·공정개발·R&D 부문의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생긴 인건비가 증가했다. 바타비아는 백신 사업을 캐시카우화 해 CGT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도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CJ바이오사이언스의 손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따른 것이다. 투자가 머지않은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