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보상·스폰서 규정 놓고 아쉬움 토로…협회 “스타 개인에게 후원금 쏠리면 유망주 발굴 금액 줄어”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 '보상 문제' 입장 차
올림픽 폐막일인 8월 11일 '연합뉴스'는 안세영과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그는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이미 스타덤에 올랐다. 같은 대회에서 유명해진 이후 방송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다른 종목 선수들과 달리 안세영은 "메달 하나로 연예인이 되지 않는다"며 별다른 '대외 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안세영의 발언은 광고 촬영 등 별도의 활동 외에도 선수들에게 보상이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프로화가 진행된 일부 종목과 달리, 국내 배드민턴은 실업 무대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에서는 실업팀에 입단하는 선수들의 계약기간, 계약금, 연봉 등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고교 졸업 신인 선수의 계약기간은 7년, 계약금은 최대 1억 원으로 제한한다. 1년 차 최고 연봉도 5000만 원이며 연봉 인상율도 3년 차까지는 7%로 묶여 있다.
국내에는 남녀 합산 33개의 팀이 있다. 안세영 소속팀 삼성생명이나 요넥스, 정관장 등 기업팀이 일부 있으나 ○○시청과 같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팀이 대부분이다. 상당수가 지자체에서 팀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상, 큰 폭의 연봉 인상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회 입장 수익 등도 올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8월 14일부터 2024 KB금융 전국연맹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진행 중이다. 평일 낮 시간 열리는 대회를 찾는 관중은 많지 않다.
국가대표 활동에서도 선수 개인의 수익 증대는 쉽지 않다. 지정된 경기복과 용품만 사용해야 한다. 개인이 후원 계약을 따낸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노출할 수 없다. 우측 옷깃 한 자리에만 후원사를 달 수 있는 운영 지침이 있을 뿐이다.
안세영은 이 같은 지침을 완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과거 신발을 두고 한 차례 배드민턴협회와의 '불편한 상황'이 전해진 바 있다. 안세영은 개인 후원사 제품을 착용하길 원했으나 대표팀 후원사 신발을 의무적으로 신어야 했다. 제품이 발에 맞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했고 맞춤 제작 양말을 신으며 문제는 일단락됐다.
업계에 큰 돈이 투입되며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된 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상황들이다. 일례로 축구 스타 손흥민의 개인 후원사는 글로벌 스포츠 용품 업체 A 사다. 하지만 그가 활약하는 토트넘 홋스퍼, 대한민국 국가대표 모두 N 사가 후원을 한다. 이에 손흥민은 N 사 마크가 그려진 유니폼을 착용하지만 축구화만큼은 A 사 제품을 착용한다. 이는 경기장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동, 훈련 중에도 의류는 N 사, 운동화는 A 사다. 다만 국내 배드민턴 시장, 협회 규정 등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는 실현되기 어려운 그림이다.
배드민턴협회 후원사는 연간 현금 약 40억 원과 10억 원 상당의 용품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각급 연령별 대표, 생활 체육 등 운영에 사용된다. 협회는 당장 개인 후원을 풀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스폰서 금액이 스타플레이어 개인에게 집중된다면 협회의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망주 발굴 등에 투입되는 금액이 적어진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또 다른 쟁점, 국대 탈퇴와 부상 관리
이 같은 안세영의 아쉬움이 해결될 수 있는 지름길은 존재한다.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활동한다면 후원, 용품 사용 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앞서의 제약은 국가대표로서 활동할 경우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자격을 내려놓는 일도 쉽지 않다. 협회는 일부 길을 열어뒀다. 다만 조건이 붙었다. 국가대표로 활동한 기간이 5년이 넘고, 여자는 만 27세, 남자는 만 28세 이상이라면 개인 자격으로 국제 대회에 나설 수 있다. 국제대회 활약으로 스타플레이어로 등극 하자마자 협회 제약을 벗어나는 것을 막아 놨다. 어느 정도 기여를 한 이후 떠나라는 의미다.
이에 안세영이 소송전을 벌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안세영의 선배들은 과거 더 높았던 기준 연령 규정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협회는 제한을 낮췄다. 안세영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스포츠계 관련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가 안세영과의 접촉을 암시한 바 있다. 안세영도 소송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이어지는 이유다.
금메달 획득 이후 가장 먼저 안세영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몸 상태'였다.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다수가 안세영의 금메달을 점쳤으나 그는 스스로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르던 도중 무릎에 큰 부상을 입었고 올림픽을 눈앞에 둔 시점에선 발목에도 부상이 발생했다. 발목 부상은 작은 움직임조차 큰 통증이 따를 정도로 심각했다.
협회 측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아시안게임을 치른 이후 진단 당시 안세영이 원하는 대로 병원을 찾았고, 관리를 위해 특별히 트레이너를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발목 부상 치료를 위해서는 국내에 있는 한의사를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까지 파견했다고 전했다.
비교적 빠르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도 있었다. 안세영은 국가대표팀 ‘막내’로서의 불편함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장문의 건의서를 협회 측에 전달하면서다. 그는 선배들의 빨래까지 막내가 해야 하는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그 외 생활 중 위계 문화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어느 집단에나 존재할 법한 ‘통과 의례’라 할 수 있겠으나 안세영은 중학생 시절부터 국가대표팀에서 생활해왔다. 이번에 올림픽에 나선 국가대표단 12명 중에서도 안세영은 최연소 구성원이었다.
결국 안세영은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앞서 귀국길에서 “자세한 것은 상의하고 말씀드리겠다”는 말을 남긴 이후 8일 만이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발전’을 이야기했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며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줄이고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되길 바라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진상을 파악할 것이라는 소식을 확인했다”며 상위 기관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이번 파문은 결국 문체부 등의 개입 이후에야 일단락될 전망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