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개인정보 제출해 음란물 제작, ‘능욕’이 가입조건…군성폭력상담소 “국방부가 발본색원 의지 보여야”
최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딥페이크 피해자 명단'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지역 등이 공유되고 있고 있다. 이와 함께 여군을 상대로 한 딥페이크 대화방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라는 이름으로 유출된 해당 대화방 참가자는 9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딥페이크로 합성한 여군들을 '군수품'이라고 칭하며 능욕했다.
해당 대화방 공지 사항이라며 공유되는 캡처 이미지에 따르면, 이 대화방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군수품'으로 만들고 싶은 여군의 군복 사진뿐 아니라 전화번호와 소속, 계급과 나이 등 개인정보를 운영자에게 제출해야 하고 현역 군임임을 인증해야 한다. 아울러 관리자가 지정한 여군에게 '능욕 메시지'를 보내고 반응을 확인한 뒤 이에 대한 인증 사진을 보내야 가입이 허용됐다.
함께 공유되는 이미지에는 딥페이크 합성물뿐 아니라 여군에 대한 비하 발언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여군들을 용서할 수 없다"며 "벗겨서 망가뜨릴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그녀들이 우월감을 갖는 이유는 군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군복을 모두 벗기면 우월감이 아닌 굴욕감과 능욕감만 남을 것"이라며 "여러분이 같이 근무했던 중대장, 소대장, 부소대장의 알몸이 궁금하지 않냐"고 덧붙였다.
특히 인하대 사건으로 논란이 커지자 이들은 "당분간 합성장인 혹은 관리자가 지정한 '능욕 메시지' 보내기 미션을 수행한 사람 외에는 받지 않겠다"고 추가 공지를 내걸었다.
앞서 지난 19일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여학생의 얼굴을 선정적인 사진에 합성한 딥페이크 합성물이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공유된다는 신고를 받고 이들 단체방 참여자들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운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방에선 피해 여성들의 얼굴에 나체를 합성한 딥페이크 합성물 등이 공유됐다고 한다. 합성 사진 외에 연락처나 주소 등 정보나 합성된 음성인 딥보이스 파일이 함께 올라오기도 했다.
가해자라고 지목된 남성들의 신상도 SNS 상에서 퍼지고 있다. '딥페이크 가해자 인스타그램 아이디'라는 제목의 명단 사진도 유포됐다. 이에 대해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자신의 계정에 "딥페이크 하나 가지고 난리부르스를 떤다" "딥페이크 하는 사람들도 예쁜 사람만 고른다" 등의 글을 작성해 비난받기도 했다.
한편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7일 여군 대상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와 관련해 "국방부가 사건을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여군이라는 귀중한 자원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이는 원한을 가진 병사들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므로 국방부가 발본색원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중심으로 확산한 딥페이크 합성물 관련 대응에 나섰다. 방심위는 중점 모니터링에 착수해 악성 유포자 정보가 확인되는 대로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매일 열리는 전자심의를 통해 성적 허위영상물을 24시간 이내에 시정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텔레그램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만큼 유포자를 특정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