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BJ들·소속사 임직원·팬 등 10여 명 연루 의혹…경찰 수사 확대
김강패는 과거 조직폭력계에 몸담았던 시절 이야기를 주제로 한 유튜브 영상과 아프리카TV 방송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26만 명에 달했다. 김강패는 교도소 경험담과 조직폭력배 생활에 대한 후기를 풀어내며 인기를 끌었다. 과거 폭력을 얘기하는 그를 두고 비판이 제기되자 김강패는 “지난 일은 다 지나간 일이고, 사건화돼서 징역도 갔다 왔으니까 편하게 썰을 푸는 거다”라고 발언했다.
김강패 인기는 그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급격히 추락했다. 8월 14일 경찰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케타민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김강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그는 유치장에 수감되었고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김강패 구속 이후 그와 관련된 여러 BJ들도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여성 BJ들과 소속사 임직원, 팬 등 10여 명이 마약 투약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최근 강남 경찰서에서 유명 BJ 여러 명을 조사 중이다. 특히 여성 BJ 여럿이 강남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고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가운데 마약 투약이나 일부 판매까지 가담한 BJ가 늘어난다면 마약 스캔들이 일파만파 할 수 있다.
유명 BJ 박 아무개 씨가 김강패에게 수천만 원어치 마약을 구입한 것이 보도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여기서 언급된 유명 BJ 박 아무개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BJ 세야(본명 박대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자 8월 23일 세야가 직접 아프리카TV 채널을 통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세야는 “1년 6개월 전 생방송에서 (마약을) 이미 자백했고, 경찰 조사도 성실히 받았다”며 “그 이후로는 절대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게임 방송할 때 1년 정도 머리를 자르지 않은 것은 마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지금도 언제든지 모발이나 소변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BJ 세야는 최근까지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으며,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 BJ 도아도 이 마약 스캔들로 입길에 오르내렸다. 도아는 김강패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며 친분을 쌓았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에게 의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도아는 “난 절대 마약과 연루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하며 “마약 했을 시 면도기로 삭발하겠다. 마약 했을 시 전 재산 다 드리겠다”면서 자신의 건강진단서를 공개했다. 진단서에는 도아가 ‘정신질환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가 아님’이 명시돼 있었다.
김강패 구속 사건은 아프리카TV(운영사 숲 SOOP)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아프리카TV는 범죄 혐의를 받거나 물의를 일으킨 일부 인기 BJ들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김강패 채널을 ‘영구정지’ 조치했다. 아프리카TV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물의를 일으켰고 긴급 체포 및 구속된 점을 고려해 영구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TV는 최근 일부 BJ들이 성범죄, 마약, 불법 도박 등으로 논란이 된 후에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방송을 계속한 사례들로 지적받아 왔다. 아프리카TV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결론 난 지드래곤(GD) 사례 등을 토대로 실형 확정 이전에는 제재하기 어려운 점을 호소해 왔다. 이용자들은 ‘아프리카TV가 인기 BJ들의 매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성범죄, 마약 등 중범죄에 대해 무관용 제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J감동란(본명 김소은)은 아프리카TV를 뒤흔든 마약 사태를 두고 ‘엑셀 방송’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엑셀 방송은 유명 남성 BJ가 주축이 돼 여러 여성 BJ를 출연자로 섭외해 일종의 크루(팀)로 뭉쳐 진행된다. 이후 방송에서 받은 별풍선을 엑셀로 정리해 줄을 세워 경쟁을 시킨다.
BJ 감동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아프리카가 엑셀 방송화되면서 개인 방송이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BJ들은 돈을 벌기 위해 소위 있는 놈들끼리 뭉치고 그들에게 기생하려고 한다”며 “그들만의 무리에 껴서 돈을 벌려면 마약도 성관계도 같이 해야 한다. 안 하면 그들만의 리그에 끼워주지도, 별풍선을 쏴주지도 않으니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방송판에서 돈을 많이 벌려면 엑셀밖에 답이 없다. 엑셀에서 풍(별풍선)을 많이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아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감동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플루언서, 인터넷 방송인 사이에서 마약이 생각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구속된 김강패를 두고 법조계는 중형을 예상하고 있다. 강서경 법률사무소 보고 변호사는 “먼저 마약을 단순 투약하는 경우 재활의 여지로 실형을 피해갈 수 있겠으나 오랜 기간 또는 상습하여 투약하는 경우 실형이 예상된다. 마약류 양형 기준은 3년에서 6년을 기본으로 정하고 있는데, 위 형을 정하는 데 횟수와 사용량 등이 영향을 끼쳐 중형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상습적 영리 목적 판매의 경우는 8년에서 12년을 양형 기본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판매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두 가지를 조합해보면 중형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