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추격 쿠팡 견제구, 인력 확충 등 과제…CJ대한통운 “소비자 선택 폭 넓히고 건전한 경쟁할 것”
#국내 택배 유일 1일 2배송 시스템
CJ대한통운이 최근 주 7일 배송 시스템 ‘매일 오네(O-NE)’를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품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 중이던 휴일 배송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새로운 배송시스템은 택배기사, 노동조합, 대리점 등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 중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쿠팡의 약진이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서비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CLS의 점유율은 2022년도 12.7%에서 2023년 8월 말 기준 24.1%로 급등해 롯데·한진·로젠 등을 제치고 업계 2위 사업자에 올랐다. 반면 한때 50%에 육박했던 CJ대한통운의 택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3.6%까지 감소했다.
더군다나 쿠팡의 올해 2분기 매출 실적은 10조 원을 넘기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쿠팡CLS의 점유율이 3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의 턱밑까지 추격하는 셈이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견제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대한통운의 승부수에 롯데·한진 등 다른 택배사들의 점유율이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택배사들은 CJ대한통운처럼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검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곤지암메가허브를 비롯해 14개 허브터미널과 276개 서브터미널 등 지역별 거점을 촘촘하게 운영하고 있어 국내 택배업체 중 유일하게 1일 2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밀도 있게 배송을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주 7일 배송은 다른 업체가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방식이다. 물류는 물동량을 많이 처리하면서 개당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핵심인데 CJ대한통운만큼 한 곳이 없다. 신영수 CEO가 직접 인터뷰까지 했다는 점은 그만큼 주 7일 배송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주 7일 배송·주 5일 근무 잘 작동할까
주 7일 배송 안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 시스템과 함께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택배 기사 입장에선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 수입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의 계획대로 수입 감소 없는 주 5일 근무제를 추진할 경우, 줄어든 수입을 CJ대한통운 측이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택배노조 관계자는 “주 7일을 시행하게 되면 노동 강도가 세지고 노동 시간이 늘어날 우려가 있어서 그와 관련해 노사 간 교섭을 하기로 한 상태다. 9월 3일에 1차 교섭이 진행됐고 추석 물동량을 다 처리한 후에 본격적인 교섭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 7일 배송 시 일종의 순환근무 방식 도입할 수밖에 없는데 일요일에 반강제적으로 출근하라고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처리하는 박스 건당 수익이 나기 때문에 주 5일 근무가 정착될 경우, 수입 감소가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현실성 있는 보전 대책도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 서비스와 주 5일 근무제를 함께 시작할 경우 인력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적어도 15% 이상의 인력(3000~4000명 수준)을 확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주 5일 근무제로 감소한 택배기사들의 수입까지 CJ대한통운 측이 보전해줄 경우 인건비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쿠팡 인력 등을 빼 온다거나 젊은층을 더 흡수해야 할 텐데 쿠팡도 현재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며 “그리고 경쟁은 결국 질적인 부분에서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건데 물리적인 노동력 투입 시간을 늘려서 대응한다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쿠팡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생기는 게 아니라 쿠팡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CJ대한통운의 투자 여력은 여유가 있는 상태다. CJ대한통운은 2023년 11조 7700억 원의 매출과 4800억 원이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 규모도 43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C커머스 물량이 뒷받침해주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3.6%, 11% 증가한 5조 9806억 원, 2347억 원을 기록했다. 내년에 택배 단가 인상을 앞두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구교훈 회장은 “쿠팡의 장점은 월간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담보하는 와우멤버십이다. 주문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손해 보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멤버십 서비스 전략 때문에 쿠팡에 대한 로열티가 생기고 멤버십 가격을 올릴수록 이용량이 더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라며 “반면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가 좋아진 거지 가격이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획기적으로 이익이 생기는 부분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주 7일 배송을 핵심으로 한 '매일 오네'를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건전한 경쟁이 촉발되고, 결국 이는 다시 산업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