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패’ 커제·‘치명적 착각’ 이야마 연속 제압…11월 30일 2차전 첫 대국 판팅위와 대결
#커제, 시간패 해프닝
김명훈은 앞서 7일 열린 3국에서 중국 커제 9단에게 167수 만에 행운의 시간승을 거뒀었다. 바둑은 대마 사냥에 실패한 김명훈 9단의 패색이 짙던 상황. 하지만 초읽기에 몰린 커제의 착수가 갑자기 늦어졌다. 결국 ‘마지막 열’이라는 초시계 소리와 함께 착점을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깜짝 놀란 커제가 자신의 뺨을 때리며 초시계에 오류가 없는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심판의 판정이 내려졌고 결국 시간패가 선언됐다. 이후 휴대폰으로 중계 영상까지 돌려본 커제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해프닝은 막을 내렸다.
김명훈의 행운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 열린 이야마 유타와의 대국에서도 이어졌다. 백을 든 김명훈은 중반 우변 전투에서 인공지능(AI) 예상 승률이 90%를 웃도는 등 크게 앞서 낙승을 거두는 분위기였다.
바둑TV 해설의 박정상 9단은 “김명훈 9단은 강인한 파괴력을 앞세운 전투바둑으로 치고 빠지는 스타일의 기사를 만나면 고전하지만, 이야마 유타처럼 맞받아치는 바둑에는 강한 면모를 보인다”면서 “오늘 바둑은 김명훈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바둑”이라 호평했다.
하지만 칭찬이 무색하게도 좌상 전투에서 악수가 등장하며 역전을 허용했고 인공지능 승률도 90%에서 10%대로 급추락했다. 그러나 행운이 따르는 김명훈은 이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이번엔 초읽기에 몰린 이야마에게서 치명적인 착각이 등장했고 다시 승기를 잡은 김명훈은 깔끔한 마무리로 이야마의 항복을 받아냈다.
#한국 바둑, 대회 5연패 순항
대회 4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이번 농심신라면배에서 선봉으로 나선 설현준 9단이 커제 9단을 상대로 반집 역전패를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김명훈이 행운이 따르는 2연승을 거두면서 1차전을 2승 1패로 마무리했다.
대국이 끝난 후 김명훈은 “1차전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대국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리는 2차전은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려 좋은 승부를 펼치고 싶다. 최대한 많은 대국에서 승리하는 게 목표”라며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2차전 첫 대국인 5국은 오는 11월 30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김명훈 9단과 중국 판팅위 9단의 대결로 이어진다. 상대전적은 김명훈 9단이 3승 1패로 앞선다.
한편 동시에 열리고 있는 제2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4국에서는 서능욱 9단이 중국 루이나이웨이 9단의 연승 저지에 나섰지만 218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이번 대회 홍일점인 루이나이웨이 9단은 김종수, 요다 노리모토(일본), 서능욱을 꺾은 데 이어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 9단까지 꺾고 4연승을 기록하며 연승상금 1000만 원을 획득했다. 농심백산수배 4연승은 원년 대회까지 포함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주)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 시 1000만 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우승팀에게는 1억 8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본선에서 3연승 시 5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지급되며, 이후 1승 추가 때마다 500만 원이 추가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40분에 1분 초읽기 1회다.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출전선수
한국 : 신진서, 박정환, 신민준, 김명훈/(탈락)설현준
중국 : 리쉬안하오, 딩하오, 셰얼하오, 판팅위/(탈락)커제
일본 :이치리키 료, 시바노 도라마루, 쉬자위안/(탈락)히로세 유이치, 이야마 유타
제2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출전선수
한국 : 유창혁, 조훈현/(탈락)서능욱, 김종수
중국 : 녜웨이핑, 위빈, 차오다위안, 루이나이웨이
일본 : 다케미야 마사키, 고바야시 고이치/(탈락)요다 노리모토, 왕밍완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