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1만 6000명 묶인 돈 1조 4000억 원…코인 운용 회사 B&S에 집중 투자됐는데 절망적 분위기
최근 한 피해자가 이형수 하루 대표를 법정에서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가십거리로 이 문제를 다루지 말고 본질에 집중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흉기를 휘둘렀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봐 달라는 것이다.
“어떤 분은 한순간에 100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이 날아가 계좌가 0원, 심지어 마이너스가 됐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 처한 분들은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듭니다.” 수십억 원을 하루인베스트에 투자했다는 피해자 A 씨의 증언이다.
하루인베스트는 어떻게 이토록 많은 사람의 신뢰를 얻었을까. 그들이 장점으로 내세운 ‘10개 이상의 업체에 분산투자’라는 전략에도 불구하고 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피해자들은 돈을 찾을 수 있을까. 하루인베스트 주요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하루인베스트는 가상자산 운용사로,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을 투자에 활용하고 이익을 고객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소개돼 있다. 하루인베스트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2021년 무렵부터 유튜브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투자자 A 씨는 “가상자산(코인) 관련 정보는 대부분 텔레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퍼진다. 나도 하루인베스트를 유튜브에서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하루인베스트가 내세운 ‘코인 개수는 무조건 늘려준다’는 말에 매료됐다고 한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실체’가 있는 회사라는 점도 믿음이 갔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해외 업체나 De-Fi(탈중앙화 금융)는 먹튀하면 찾기도 어렵지 않나. 그에 비해 대표가 언론 매체에 얼굴을 드러내서, 최악의 경우 멱살이라도 잡을 수 있는 한국 회사라는 점이 신뢰를 줬다”고 말했다.
A 씨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비트코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는 단기적인 코인 가격보다 코인 갯수를 중요하게 여긴다. 어차피 비트코인이 나중에는 1억 원 이상 호가할 것을 믿기 때문에 갯수가 많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A 씨의 말처럼 하루는 ‘갯수’를 절대적으로 강조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자사의 수익률 계산 방식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공식 홈페이지 질의응답(FAQ)에서 수익률과 관련된 질문에 ‘우리는 법정화폐 가치보다 가상자산의 절대적인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 즉, 코인 갯수만 늘어나면 ‘수익’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2023년 6월, 잘 나가던 하루인베스트는 갑자기 출금을 중단했다. 초기에는 ‘여러 위탁사 중 1곳에 문제가 생겼다’며 곧 해결될 거라고 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안정성을 위해 자체 운용을 50% 정도를 하고, 나머지 자금을 10개 이상 업체에 분산투자해 리스크를 줄인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통해 연 12~20%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하루 측 설명처럼 이 중 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전체 비중에서 5%, 많아도 10% 정도의 손실만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풀리리라 생각했던 출금 중단은 해결되지 않았다. 약 한 달 만에 피해자들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일부는 ‘회생·파산 신청을 해서 법인 자금을 묶자’고 주장했고, 다른 쪽은 ‘회생·파산 신청을 하면 돈을 얼마 못 돌려받는다’며 반대했다.
하루 투자자들 중 큰 자금을 넣은 사람들이 모인 소위 ‘고액 투자자방’이 있었다. 현재는 구성원이 크게 늘어 중소액 투자자도 합류했지만 사건 발생 당시에는 30명 정도의 고액 투자자만 모인 방이었다. 이들은 파산·회생 신청에 반대했다. 고액 투자자방 멤버이자 하루인베스트 피해자 모임 대표인 B 씨는 “사건이 터지자마자 법무법인 쪽에서 ‘하루는 사기니까 회생으로 가야 한다. 사기꾼들은 절대 돈을 안 돌려준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긴가민가했다. 하루인베스트 측이 말한 대로 1곳에서만 문제가 생긴 건지, 아니면 전체가 사기업체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고액 투자자방은 하루인베스트 측을 신뢰하기로 했다. 그들은 앞장서서 투자자 의견으로 회생·파산 반대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당시 100명 정도가 반대 의견을 냈다. 투자자 일부는 하루인베스트 측 손을 들어줬지만, 하루인베스트 측은 구체적인 출금 일정 대신 매주 공지로 ‘협상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런 상황은 2023년 12월까지 이어졌다.
A 씨는 “당시 하루인베스트 측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경찰 수사가 완료되면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고 해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24년 2월 이형수 하루인베스트 대표가 구속되면서 ‘이게 뭐지’, ‘우리가 믿었던 게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 공소장을 보고 나서는 정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공소장에는 ‘하루인베스트는 2019년 말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고, 하루인베스트 법인 자산과 고객 예치 자금을 분리하지 않고 혼합해서 관리했다’, ‘하루인베스트 운용 수익으로 고객에게 약속한 업계 최고 수익 지급 및 회사 운용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고객들로부터 받은 가상자산을 직원 급여, 채무 변제 등 각종 운용비용으로 사용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하루인베스트가 고객 자산의 최대 80% 이상을 ‘어벤투스’(현 B&S홀딩스)라는 한 곳에 집중 투자했다는 점이 큰 충격이었다. 이는 하루인베스트가 그동안 주장한 ‘내부 운용을 50%가량 하고, 나머지 자금은 10개 이상 팀에 배분해 외부 운용한다’는 말과 전혀 맞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하루인베스트 내부에서조차 이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A 씨는 “직원들조차 회사 트레이딩 팀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부 운용 자금은 100억 원대에 불과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2021년 6월 이형수 하루인베스트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부 운용팀만으로도 1000억 원 정도는 운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말도 사실과 달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홍보와 달리 내부 운용팀은 수익률이 좋지 않아 2020년 9월부터 고객이 예치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운용하지 못했고, 2021년 5월 대규모 운용 손실까지 발생했다. 2021년 7월부터 가상자산 운용을 중단했고, 2022년 6월 내부 운용팀은 하루인베스트가 고객들에게 약속한 수익률보다 낮은 운용 수익을 냈다. 결국 2022년 6월부터 내부 운용 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검찰이 밝힌 2021년 5월의 대규모 운용 손실은 하루인베스트가 그동안 홍보했던 내용과 크게 배치됐다. 하루인베스트는 ‘대출이 아닌 무위험 운용을 통해 연 7~15% 이자를 드린다. 하루인베스트에서 활용하는 투자 기법이 무위험 차익거래(아비트라지) 방식이라 비트코인 개수에서 손실을 볼 확률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 2021년 5월 당시 하루인베스트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무위험 차익거래’ 방식으로 운용하다 이더리움 285개 손실(당시 약 7억 3500만 원)이 발생했다고 한다.
내부 손실 이후 하루인베스트가 집중 투자한 ‘B&S’는 방준호라는 인물이 운영하는 코인 운용 회사였다. 하루인베스트 투자자들은 “방 씨는 하루 인베스트에서 병역특례를 받으려고 잠깐 일했고, 나중에 독립해서 B&S를 차려 하루인베스트의 돈을 거의 다 맡아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방 씨는 이 돈을 운용하다 상당 부분을 잃었고, 남은 돈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하는 사태로 인해 대부분 동결됐다고 알려졌다. 방 씨는 거짓으로 계좌에 잔고가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하루인베스트를 속였다고 한다.
2023년 3월 하루 인베스트는 ‘FTX 사태 관련 이슈 공지’를 통해 “FTT 토큰(FTX 거래소 코인)을 비롯해 FTX로 인한 현재 상황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하루인베스트는 회원들 자산을 독립적으로 관리한다” 등의 내용을 공지했다. A 씨는 “이때까지 하루인베스트가 방 씨의 행동을 몰랐던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몰랐다고 해서 수많은 잘못이 덮이는 건 아니고, 오히려 무능을 한 번 더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6월, 하루인베스트의 출금 중단은 방준호 씨의 거짓말이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난 결정적 순간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원래 신속했던 하루인베스트의 출금 처리가 2023년 초부터 조금씩 지연되기 시작했고, 결국 6월에 완전히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배경에는 복잡한 자금 흐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루인베스트는 고객의 출금 요청이 있으면 방 씨에게 돈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하루인베스트 자금을 운용하다 손실을 본 방 씨는 하루인베스트 측 고객 출금 요구에 응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돈을 긁어모아 하루인베스트에 넘기는 일을 반복했다. 이 과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출금 지연으로 이어졌고, 결국 방 씨 계좌 실상이 드러나면서 출금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방 씨는 2023년 6월 ‘하루인베스트·델리오 연쇄 출금 중단 사태’의 핵심 관련자로 수사받았고 2024년 2월 15일 구속기소됐다. 2024년 8월 방 씨는 서울남부지법에서 하루인베스트 관련 사건 사기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방 씨가 10년 선고된 유죄 혐의는 하루인베스트 관련 사건의 일부일 뿐이고, 나머지 수사도 검찰에서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 홍보 등 하루인베스트 측 잘못이 추가로 드러났다. 2021년 5월 하루인베스트는 마케팅 업체와 계약했고, 2021년 7월 마케팅 업체는 하루인베스트 측 직원에게 전달받은 허위 계정으로 만든 수익률 사진 등을 이용해 네이버 카페에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 전부 스테이킹에 박았다. 3개월짜리라 8월 1일에 끝난다’는 말과 함께 현재 수익률 11.3%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또 다시 마케팅 업체가 대댓글로 ‘얼마나 수익 났느냐’ 등의 댓글을 달아 눈속임했다. 이런 게시글을 약 500회 정도 네이버 재테크, 부동산, 맘카페 등에 올려 바이럴 마케팅을 했다. 또 검찰은 임원 C 씨가 2021년 7월 하루인베스트 운영사 블록크래프터스 등 회사 자금 7792만 원과 업무상 보관하던 4000만 원을 임의 소비했고, 2023년 6월 3억 6843만 원을 임의 사용했다고 기소했다.
피해자들의 분노는 더욱 끓어올랐다. 피해자 B 씨는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은 쉽지 않다. 알고 보니 하루인베스트의 법인 구조가 복잡했다. 언론 홍보와 전혀 다르게 하루인베스트 측은 법정에서 ‘하루인베스트 코리아는 단순 마케팅 회사일 뿐이다. 실제 계약은 싱가포르에 있는 다른 법인과 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정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지난한 법정 싸움이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의 인내심은 점점 한계에 부딪혔다. 그나마 검찰이 하루인베스트에서 가상자산 약 500억 원어치를 압수했지만, 이 돈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피해자 B 씨는 “검찰이 이 돈을 피해자에게 당장 돌려줄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피해자 돈만 묶여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이번에 흉기를 휘두른 사람은 빚까지 모두 끌어모아 비트코인 100개 이상을 하루인베스트에 투자한 분이다. 비트코인은 한때 1억 원을 넘었는데 그때 기준으로 100억 원 이상, 지금 기준으로도 80억 원 이상의 돈이 있는 사람인데 하루인베스트 때문에 겨우 라면만 먹는 신세로 전락했다. 가족들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그분은 말 그대로 남은 게 없기 때문에 흉기까지 휘두르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 씨는 “대부분 피해자들은 그런 폭력을 지지하지 않는다. 대표가 어떻게든 돈을 구해와서 보상하는 걸 원한다. 하지만 그만큼 절박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A 씨는 “20년 동안 일본에서 모은 전 재산 그리고 가족, 친척 돈까지 다 끌어모아 90억 원을 하루인베스트에 투자한 사람도 있다. 지금 그분은 거처조차 없이 떠돌아다녀야 하는 신세”라고 말했다. 이들은 하루인베스트 사태가 공론화되지 않고, 검찰은 돈을 돌려주지 않으며, 언론에서는 관심도 없는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희망은 FTX 채권이다. 파산한 FTX에 법정관리인이 선임됐고, FTX 보유 자산을 조사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보상 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FTX가 투자한 앤트로픽이 AI 모델 ‘클로드’를 통해 큰 성공을 거뒀고, 이 지분 가치가 폭등하면서 회수금이 커졌다. 이에 채권자 대부분이 채권액(가상자산 계좌 잔액)의 118%로 보상받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하루인베스트 투자자들은 이와 관련해서도 울상이다. 이 채권을 보유한 방 씨가 미국 부실채권 전문투자사 ‘아테스토’(Attestor)라는 회사에 채권액을 30% 할인해서 팔아버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3월 ‘블룸버그’는 3억 9400만 달러(약 5300억 원) 상당 FTX 부실채권(클레임)을 보유하고 있는 아테스토가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테스토는 FTX 파산 당시 파나마 소재 렘마 테크놀로지(Lemma Technologies)에서 FTX 부실 채권을 자산으로 매입했는데,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면서 렘마 측이 자산 이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이 건으로 렘마는 영국 부실채권 거래 기업 아테스터의 자회사 ‘스발바르홀딩스'(Svalbard Holdings Limited)와 소송 중이다.
이 렘마를 소유한 것이 방 씨다. 방 씨는 하루인베스트 관련 재판에서 ‘렘마는 내가 100%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한 회사다. 재판에서 방 씨는 렘마에 FTX 채권을 넘긴 이유를 묻는 질문에 “FTX 파산위원회 담당 로펌에게 법률 서비스를 받은 결과 개인 투자자는 정보보호 문제가 있어서 법인 형태로 (청구권을)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렘마와 아테스토 간 계약이 유효한지, 아니면 렘마가 소유한 FTX 채권이 이미 헐값에 넘어간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한다. 피해자들은 긍정적으로 봤을 때도 렘마가 보유했던 FTX 채권이 넘어가지 않고, 하루인베스트 측이 완전하게 돌려받을 시 약 2300억 원으로 20%에서 25% 피해액을 보전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FTX 채권이 아테스토에 넘어갔다면 10%도 보전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 대표 B 씨는 “하루인베스트는 법정에서 FTX 채권을 가압류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방 씨 개인인지, 렘마를 상대로 가압류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테스토가 방 씨에게 채권을 주지 않고 직접 피해자한테 주는 방안으로 협의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B 씨는 “전부 미궁이다. 어테스토가 35% 가격으로 처음 샀다고 하는데 현재 얼마에 제시하는지 알 수 없고, 그 FTX채권을 나눠야 될 채권자가 몇 명인지도 현재 모른다”고 답답해 했다.
피해자들의 또 다른 절망은 하루인베스트 측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인베스트 측은 2024년 2월 이후 대표 법정 피습 사건까지 어떤 공지도 내지 않았다. 대표 피습 이후에야 이형수 대표가 “재판이 시작된 이후 유의미한 결과가 있을 때 이를 갖고 고객과 소통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몇 달 동안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등의 메시지를 9월 15일 보낸 게 전부다. 피해자들은 “하루인베스트가 홍보했던 것과 달리 B&S에 몰빵 투자했다는 점, B&S가 갖고 있어야 할 FTX 채권이 어디로 갔는지, 남아 있는 자금이나 건질 수 있는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려주지 않은 의미 없는 사과문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루인베스트 사건은 가상자산 투자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동시에 관련 법규와 감독 체계의 미비점도 드러냈다. 해외 법인을 이용한 책임 회피, 복잡한 법인 구조를 통한 규제 회피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앞으로 과제로 남았다. 여기에 대표가 전면에 나서 홍보하던 내용과 실제 자금 운용이 전혀 다르게 이루어졌고, 자금이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도 수익률이 정상적으로 입금되는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이 피해자를 속여왔다.
A 씨는 마지막으로 “1조 원 넘는 피해가 발생한 사기 사건인데 왜 이렇게 조용한지 모르겠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미 100% 환급을 포기한 상태다. 그저 진실한 사과와 함께 가능한 한 많은 금액을 돌려받고 싶을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