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 10여 명 수사, 최대 30명 기소 관측…2026년 상반기 유무죄 판가름, 정가 지각변동 오나
지난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 선거 사범 공소시효는 10월 10일까지다. 9월 1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22대 총선 과정에서 선거 사범 3951명을 단속(9월 4일 기준)했다. 이 중 1012명을 송치하고 2046명은 불송치 등 종결 처리했다. 나머지 893명은 수사 중이다. 선거 관련 범죄는 대부분 경찰이 수사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부패·경제 범죄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일부 현역 의원들도 선거법 위반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형동 서일준 조지연 신성범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박균택 박용갑 신영대 양문석 이상식 이언주 이정헌 의원이 수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의원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나는 10월 10일을 기점으로 20~3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직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직위를 상실하고, 향후 5~10년 동안 선거에 나올 수 없다.
정준호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기소한 첫 현역 의원이다. 검찰은 7월 24일 정 의원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의원 측은 2월경 전화 홍보원 12명을 동원해 1만 5000여 건의 홍보 전화를 돌렸다. 약 4만 건의 문자메시지도 발송했다. 홍보원들에게는 일당 명목으로 총 520만 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는 선거사무관계자로 신고되지 않은 6명에게 경선 운동 급여로 약 1680만 원을 지급하고, 190만 원을 추가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3년 7월 한 건설업체 대표에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딸을 보좌관으로 채용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정치자금 5000만 원을 받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선거법에 따르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선거 사무원은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자원봉사자에게는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 당선을 목적으로 특정 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정준호 의원은 “저에 대한 기소는 최근 검찰의 내부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에 불과하다”며 “공직선거법에 위반된 전화 홍보활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채용과 관련된 청탁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9월 25일 검찰은 양문석 의원을 불구속기소 했다. 양 의원은 총선 때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양 의원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보유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2020년 매입 가격 31억 2000만 원보다 낮은 공시가격 21억 5600만 원으로 선관위에 신고해 재산을 축소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거법은 후보자가 부동산을 신고할 때 공시 가격과 실거래 가격 중 높은 금액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8월 13일 박용갑 민주당 의원을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대전 중구청장 재임 시절인 2022~2023년에 중구 목달동 그린벨트 안에 있는 토지를 허가 없이 흙을 쌓고, 농막 설치 계획에 없던 화장실을 불법으로 추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박 의원이 본인 소유 토지에 건축물을 불법으로 추가했지만, 이 사실을 부인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박 의원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맞서고 있다.
같은 날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이상식 민주당 의원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총선 때 현금 재산을 5억 원으로 신고했다가 다시 3억 5000만 원으로 수정했다. 배우자 재산은 미술품 14점의 가액 31억 7400만 원을 신고했다가 다시 미술품 13점 가액 17억 8900만 원으로 수정했다. 경찰은 이 의원이 미술품 가액 수정 과정에서 바뀐 금액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의혹이 불거질 당시 “2020년 당시 배우자 미술품이 15억 원 가치였고, 최근 이우환 작품 등 가액이 3~4배 급등했지만 현재 작품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 미실현 이익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8월 23일 경기도 용인서부경찰서는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이언주 민주당 의원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 의원은 3월 15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국민의힘 후보들도 다 초선들이다. 거기에는 지역 연고가 하나도 없다”라고 발언했다. 용인 지역 국민의힘 소속 시·도의원 16명은 당시 총선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용인에서 태어났거나 수년간 거주 중이어서 연고가 없다는 이 의원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3월 26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고발 당시 이 후보 측은 “‘연고’라는 의미는 때에 따라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사용돼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라며 “상식적인 측면에서 ‘지역 연고가 없다’고 한 말을 허위사실유포라고 고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해명했다.
8월 23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이정헌 민주당 의원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캠프 자원봉사자에게 현금이 담긴 봉투를 건네면서 당선되면 국회로 함께 가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서울시 광진구 선관위는 3월 이 의원을 고발했다. 고발 당시 이 의원은 낙선시킬 목적으로 꾸며낸 음해성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9월 10일 신영대 민주당 의원이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신 의원은 사전 선거 운동을 해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1월 30일 한 보험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선거운동 과정에서 마이크와 스피커 등을 활용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3월 28일부터 4월 9일까지였다. 사전 선거운동 기간에는 공개된 장소에서 마이크 등 확성기를 사용한 선거운동은 금지된다. 신 의원은 관련 혐의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9월 20일 경찰은 안도걸 민주당 의원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안 의원은 22대 총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고향인 전남 화순에서 불법 홍보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원봉사자 등에게 급여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안 의원은 9월 22일 페이스북에 “경찰이 주장하는 혐의는 사실과 다르거나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맞섰다.
9월 21일에는 김문수 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김 의원은 총선 때 비 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페이스북에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KBS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4%대로 하위권에 머무르자 방송사가 자신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 특별보좌역으로 소개하지 않아 나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2023년 9월에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 대표 특별보좌역으로 실시된 이 여론조사에서는 12.1% 지지율이 나왔다. 당시 전남도선관위는 경고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 의원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월 24일에는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불구속 송치됐다. 박 의원은 총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선거구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아닌 ‘지지자 일동’이라고 허위로 표시한 문자를 발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의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는 총선 선거 비용 상한선인 1억 9000만 원보다 2880만 원을 더 지출한 혐의로 송치됐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2023년 12월 여론조사를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전화가 오면 연령을 20대로 해달라’며 거짓 응답을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3월 정 의원은 “농담성 발언이었는데, 진중치 못한 처신이었음을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전주지검은 8월 31일 정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9월 6일 대구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 의원은 총선 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 경산시청 내 사무실을 돌며 공무원들에게 선거 유세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또 상대 후보였던 무소속 최경환 후보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으신 분, 기권한 분”이라고 발언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송치됐다. 조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8월 19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서 의원은 총선 때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유사 선거사무소를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의원은 선관위에 등록된 선거사무소가 아닌 본인의 의원 사무실에서 출범식을 열었고, 거제선관위는 서 의원을 고발했다. 선거법은 단일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나 예비 후보자는 선거사무소를 1곳만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 의원은 의원 사무실에 찾아온 민원인을 응대한 사안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유사 선거사무소를 위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안동시 선관위는 3월 김 의원이 예비후보 때 신고된 선거사무소가 아닌 곳에 유사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와 SNS 홍보 활동을 했다며 경북경찰청에 고발했다. 논란이 불거질 당시 김 의원은 신고한 사무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불법 선거운동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9월 5일에는 검찰이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의 경남 거창 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신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혐의 등 구체적인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공직선거법 재판 처리기간은 1심 201.1일, 항소심 179.5일, 상고심 73.2일로 집계됐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약 1년 3개월가량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2026년 상반기 무렵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원들의 유무죄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 확정이 속출할 경우 정치권 지형은 요동칠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정부가 여소야대 국면을 흔들기 위한 차원에서 검찰을 이용, 야권 의원들을 선거법으로 줄기소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9월 4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용산에서 지금 선거법 위반이라든가 많은 수사를 통해서 민주당 내지 야당 국회의원들 20명 이상 날리겠다”며 “재보선도 할 수 있고, 그다음에 민주당 의원에 대해 ‘까불면 수사로 날릴 수 있다’는 압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나면 여권이 분열할 것이란 전망도 뒤를 이었다. 김승원 의원은 앞서의 방송에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10월까진 몸조심하고 있다고 들었고, 이후엔 선거법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다음 지방선거나 대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컨대 (채 해병 특검법 재표결 가결 의석인) 200석에서 현재 8석 모자라는데, 8명 이상 (표가) 10월 이후 충분히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이전에는 검찰이 균형을 맞췄다. 수사 대상자 수 같은 것들을 고려했는데 이번에는 민주당에 일방적인 모습이다. 검찰이 있는 대로 선거법으로 걸어서 최대한 기소 대상자를 늘려보려고 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선거법은) 통상 다 유죄로 나오지 않는다. 좀 중한 것만 100만 원 이상이 나온다. 그래서 이것으로 민주당을 흔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