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피노마 매그넘’ 전선·벽·도로 닥치는 대로 갉아먹어…온난화 탓 프랑스·독일·스위스 등 퍼져 피해 극심
일반적으로 지중해 유역,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개미였지만 유럽에서도 목격되기 시작한 건 근래 들어서였다. 개미의 출현을 가리켜 ‘침공’으로 부르고 있는 유럽 언론들은 이 개미들이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사람을 깨물 뿐만 아니라 벽, 포장도로, 심지어 인터넷이나 전기 케이블까지 닥치는 대로 갉아먹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다. 프랑스 북서부 도시인 오르부의 한 주민은 “우리는 개미들과 싸우고 있지만 아직은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라며 한탄했다. 이 개미는 현재 프랑스 전역으로 퍼진 상태다. 곳곳의 인프라를 훼손하거나 집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물기도 하며, 심지어 농작물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에 어떤 사람들은 아예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독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스위스와 인접한 마을인 뢰라흐에서 처음 발견됐던 이 개미는 곧이어 켈, 하이델베르크, 칼스루에 등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지금은 중부 지방인 슈투트가르트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곳은 켈이다. 개미들이 전선 케이블을 물어뜯어 여러 차례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인터넷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주민들은 소름 끼치는 개미들이 집을 점령하고 아이와 애완동물을 물어뜯는 것에 넌더리를 치고 있다. 개미굴에 뜨거운 거품을 주입하거나 아예 불태우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개미들은 더 강해졌다.
심지어 개미들이 떼를 지어 기어다니는 탓에 도로 곳곳에는 균열도 발생했다. 켈의 환경 담당관인 그레고르 코샤테는 DW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곳 주민들은 확실히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낀다. 개미들은 현재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곤충학자들은 ‘타피노마 매그넘’ 개미가 유럽으로 들어온 이유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덥고 건조한 기후를 선호하는 개미들이 기후 변화로 차차 북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개미들이 겨울철 추위에 약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렇다고 혹독한 기후에서 아예 생존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한 번 나타나면 ‘사실상 박멸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