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사 칼라일 항소 각하…에어로케이 미납 임대료 지급해야 할 경우 타격 상당할 듯
에어로케이항공은 2019년 칼라일과 3대의 항공기 임대 계약을 맺었다. 이 중 1대는 2020년 2월 에어로케이항공에 인도됐다. 나머지 2대도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2대의 항공기 인도가 늦어졌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되자 인도된 1대 항공기의 임대료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다. 이에 칼라일은 2023년 3월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항공기 추가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항공기 도입을 위해서는 에어로케이항공의 거점인 청주국제공항으로 항공기를 인도해야 한다. 하지만 에어로케이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청주국제공항 국제선 운항이 전면 중단돼 항공기 인도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인도한 1대의 항공기도 에어로케이항공의 AOC(항공운항증명) 취득 절차가 중단돼 한동안 활용하지 못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칼라일에 코로나19로 인한 사정을 설명하고, 추후 미납한 임대료를 지급하기로 구두 합의했다고 밝혔다.
소송까지 간 데에는 칼라일이 에어로케이항공이 인도하지 않은 2대의 항공기를 타 항공사에 동의 없이 임대하면서부터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칼라일에 해당 2대의 항공기에 대한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칼라일이 태도를 바꿔 미납 임대료 지급을 요구했다는 것이 에어로케이항공의 주장이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임대 중인 1대의 항공기에 대해서도 칼라일이 항공기 정비 업체와 제조사에 연락하는 방식으로 운항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칼라일의 이 같은 행위로 인해 약 2329만 달러(약 32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이 피해 금액으로 미납한 임대료를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지방법원은 에어로케이항공이 칼라일에 약 82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이 입은 피해금이나 칼라일에 지급한 보증금으로 미납 임대료를 상계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칼라일이 에어로케이항공의 운항을 방해했다는 주장도 기각됐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임대차계약에서 ‘에어로케이항공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칼라일의 구제 수단으로서 칼라일은 규제당국, 공급자, 판매자에게 에어로케이항공의 채무불이행사유 및 그와 관련해 칼라일이 취한 조치를 통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에어로케이항공이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뤄진 칼라일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칼라일은 에어로케이항공이 2021년 4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미납한 임대료가 223만 5140달러(약 31억 원)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중 204만 4294달러(약 28억 원)만 인정했다. 칼라일은 또 계약에 따라 에어로케이항공이 임대료와 별개로 2억 4700만 원의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에어로케이항공과 칼라일은 모두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법원은 에어로케이항공의 항소만 받아들이고, 칼라일의 항소는 각하명령을 내렸다. 항소장 각하명령은 주로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즉, 각하명령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상 중간에 항소를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은 또 미납 임대료 82억 원에 대한 강제집행정지 신청도 인용했다. 에어로케이항공으로서는 한숨 돌린 셈이다. 다만 강제집행정지 신청 과정에서 에어로케이홀딩스 최대주주인 디에이피가 채무보증을 서야만 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이 임대한 항공기는 올해 초 칼라일에 반환됐다.
에어로케이항공 내부에서는 항소 진행 여부를 놓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어로케이항공 입장에서 칼라일과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 특성상 리스사, 특히 칼라일 같은 세계적인 리스사는 ‘갑’일 수밖에 없는 반면 에어로케이항공은 한국에서도 큰 항공사가 아니다”라며 “에어로케이항공이 리스사와 분쟁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퍼지면 에어로케이항공이 앞으로 리스사와 계약을 맺을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이 재판에 사활을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에어로케이항공의 자본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324억 원이고, 부채총액은 1161억 원에 달한다. 에어로케이항공이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2억 원이었다. 실적도 좋지 않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지난해 28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수백억 원 규모의 적자를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에어로케이항공 모회사 에어로케이홀딩스의 자본총액도 지난해 말 기준 -43억 원이다. 에어로케이항공에게 82억 원은 쉽게 낼 수 있는 돈이 아닌 셈이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칼라일에게 지급한 보증금 반환 관련해서도 법리적으로 다툴 예정으로 알려졌다. 법원 판결에 따라 에어로케이항공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일부 반환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에어로케이항공의 지배구조는 ‘대명화학→디에이피→에어로케이홀딩스→에어로케이항공’으로 이어진다. 디에이피는 2022년 에어로케이홀딩스를 300억 원에 인수했다. 재판과 별개로 디에이피는 증자를 통한 에어로케이항공 지원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디에이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 말 별도 기준 110억 원이다. 디에이피 자체 현금만으로 에어로케이항공의 재무를 개선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새롬 한국IR협의회 연구위원은 올해 3월 보고서에서 “(디에이피의 에어로케이항공 인수는) 사업 영역 다변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항공 산업 특성상 손익분기점 도달까지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료 가격 변동 및 LCC 업체들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연결 손익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어로케이항공과 칼라일은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이번 재판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칼라일에도 관련 사안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