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심 선고 앞두고 4개월 만에 다시 거리로…국민의힘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용” 중단 촉구
#탄핵 불 지피는 민주당
11월 2일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규탄 장외집회를 주최할 예정이다. ‘채 해병 특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비판하는 규탄대회 이후 4개월 만이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 △심우정 검찰총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최재훈 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10월 18일 민주당은 “김건희 씨는 불소추특권을 누리는 실질적인 대통령이 됐다. 검찰은 김 씨가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개가 됐다”며 “(겨울 장외투쟁을 위해) 롱패딩을 준비하겠다. 김건희 정권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시켜 드리겠다”고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 명의로 성명을 냈다. 이날 송순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이것이 민심”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지는 하야”라고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대해선 “당 차원에서 한 번도 논의된 바 없다”며 “일부 의원들이 그러는 것(탄핵 주장)은 지극히 개인적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음 대선이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집권플랜본부를 출범시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기 대선을 통해 집권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민주당이 임기 만료된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후임 인선에 집중하는 것도 탄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통상 여야는 재판관 1명씩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합의로 추천했다. 그런데 22대 국회서 민주당은 의석수에 따라 재판관 2명 추천을, 국민의힘은 기존 관례를 지키라고 맞서면서 인선 절차가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만약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게 되면 진보 성향 재판관 비중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야당에서 추진 중인 탄핵안들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도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이 대표는 10·16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일을 제대로 못 하면 혼을 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고 대의정치라고 말했다. 앞서 6월 1일에는 ‘윤석열 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투표로 심판했음에도 승복하지 못한다면 이제 국민들이 힘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들이 힘을 모아 대통령의 사적 권한 남용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한 차례 탄핵 정국의 맛을 톡톡히 본 바 있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촛불 정국을 발판 삼아 ‘변방의 장수’ 이재명 성남시장은 중앙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재명 시장은 대세론을 이어가던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어 2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정치적 체급을 키운 이 시장은 이듬해 경기도지사에 당선됐고, 2022년 민주당 대선주자로 선출되면서 명실상부 당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야권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형국이다. 10월 23일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핵추진위원회)에 △명태균 게이트 위원회 △탄핵소추안 준비 위원회 등을 추가하는 안을 의결했다. 10월 26일에는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검찰 해체·윤석열 탄핵 선언 대회’ 장외 집회를 개최해 탄핵 여론전에 나선다. 11월 9일 전후로 혁신당 차원에서 자체 마련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16개 광역시·도와 모든 시·군·구에 윤석열 정권 퇴진 국민투표소를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여권,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용 비판
국민의힘은 민주당 장외투쟁에 대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용이라고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10월 20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쌓아온 일련의 대통령 탄핵 빌드업이 모두 이재명 대표의 뜻에 따라 기획된 것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며 “국회를 장악한 거대 권력이 거리로 나가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꼴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폭거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쏟아붓는 정치공세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민생을 위해 고민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는 각각 11월 15일, 25일에 나온다. 공직선거법에서 ‘징역 또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거나, 위증교사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을 경우 민주당으로선 초대형 악재다.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특히 공직선거법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민주당이 대선 비용 431억 원과 기탁금 3억 원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결국 이 대표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는다면 ‘이재명 불가론’이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며 정쟁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탄핵 중독’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야당의 탄핵안 발의는 모두 18번에 달한다.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분 관련 검사 3명까지 탄핵하게 된다면 21번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특검·탄핵안 남발한다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동력이 모아지겠나”라며 “200석을 확보하지 못한 이상 여당을 설득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면 과연 여당 의원들이나, 전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나. 야당 강성 지지자들만 환호하는 데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탄핵을 실제로 추진하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태블릿 PC 등의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나오지 않았고, 촛불시위 등 대국민적인 지지가 모였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 2016년에는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의원들의 찬성이 있어서 탄핵이 가능했으나, 현 정국에서 여당의 이탈표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는 말도 뒤를 잇는다.
민주당이 장외집회를 통해 탄핵 동력을 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동안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순직 사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등을 더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장외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그럼에도 탄핵 동력을 모으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지난 7월 친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대통령) 탄핵 그 자체는 신중해야 한다. 현재로선 탄핵이 가능하지 않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거기까지 형성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정치적 갈등만 극심해진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인터뷰] 친명 좌장 정성호 “이재명 일극체제, 윤 대통령이 만들어”). 5월 10일 민홍철 민주당 의원도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실질적으로 탄핵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정치적 레토릭이지 않나 싶다(관련기사 [인터뷰] 민홍철 민주당 당선인 “탄핵 가능성? 정치적 레토릭”)”고 평했다.
10월 22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MBC '뉴스외전'에서 “(탄핵 발언) 정말로 자제해야 된다. 170석이 넘는 제1야당에서 탄핵 이야기를 함부로 이야기하면, 탄핵이라는 건 우리 헌정이 중단되는 것”이라며 “그 시기에 만약에 어떤 형태의 외부에 자극이 오거나 혹은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그걸 누가 책임을 지나. 5200만의 삶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신중 신중해야 하는데 그걸 가지고 그냥 쉽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