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두 국가론’ 노선 공고화하며 대남공작 싱크탱크 명칭 변경…대북 소식통 “북한 주도 통일 가능성 없으니”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1월 3일 새로운 대남기구 대적연구원의 백서를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에 따르면 대적연구원은 백서를 통해 ‘한국 무인기 평양 침투’를 주장했다. 대적연구원은 “대내외 정책 총파산으로 초래된 최악의 집권 위기를 조선반도에서 충격적인 사건 도발로 모면하려는 윤석열 패당의 단말마적 발악의 산물”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적연구원은 “총체적 위기에 처한 윤석열 정권 실상을 알리려 백서를 공개한다”면서 “핵 보유국 북한을 상대로 대결 구도를 조장해 대한민국을 핵 제물로 만들었다”고 했다.
대적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조선반도 평화보장 마지막 안전장치 9․19 군사합의를 제손으로 파기해 버림으로써 정세를 예측불가능한 국면으로 몰아넣은 자”라면서 “더욱 위험천만한 건 그 호전적 광기가 핵전쟁 발발을 향해 뻗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국군의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 등과 관련해 대적연구원은 “괴뢰한국 안보시계의 분침을 전쟁 가까이로 더 바싹 당겨 놓았다”고 평가했다. 대적연구원은 각종 이슈 중심에 서 있는 김건희 여사를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사태 핵심 인물이었던 최순실에 비유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국민 절망 시대를 몰아왔다”고도 했다.
대적연구원인 이날 보도에서 처음 등장한 대남기구다. 그 동안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에서 남한 정세분석 및 사회 전반에 걸친 연구분석을 해온 조국통일연구원이 간판을 바꿔 달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통일 지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헌법은 물론 국가 가사까지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조국통일연구원이 대적연구원으로 간판을 바꿔달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정부를 ‘조국통일 대상’이 아니라, 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축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적연구원이 등장하기 전엔 상부기관인 통일전선부의 명칭도 바뀌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 대남 컨트롤타워 통일전선부 명칭을 당 중앙위 10국으로 변경했다. 북한 내부에선 ‘대적지도국’으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작․심리전 기능을 강화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국통일연구원은 이름만 봐선 통일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느껴지지만, 실제 행보는 대남 비난 기구에 가까웠다. 2011년 백서를 통해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맹비난했다. 2013년엔 백서를 통해 ‘괴뢰정보원 해체 필요성’을 주장하며 국정원 해체 목소리를 냈다. 2023년 5월엔 지금은 사라진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남조선민심은 윤석열 역도에게 탄핵을 선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새로운 대남기구인 대적연구원을 내세운 것과 관련해 “북한이 이제 한국을 조국통일 및 인민해방 대상으로 보지 않고, 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공고화하고 있다”면서 “북한 주도로 통일할 가능성이 0%에 수렴하다보니 ‘적대적 두 국가론’을 띄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그렇다고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 “조국통일이라는 키워드가 대적으로 바뀐 부분은 그냥 껍데기만 바뀐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북한이 추진하는 통일 정책은 평화통일 노선이 아니라 각종 공작 등을 통한 공산주의 혁명을 남쪽에서도 일으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국통일이나 대적이나 똑같다. 대남기구 명에 대적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 지도부가 한국 내부서 ‘공산주의 혁명’이 이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생각하는 통일 노선은 ‘적화통일’ 뿐이고 그 중심엔 현재 북한 지도부가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한국이 조국통일 대상이 아니라, 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공산화를 통한 민족해방 노선을 폐기하고 ‘힘대 힘으로 싸우겠다’는 뜻과 같다.”
그는 “대적연구원 전신 기관인 조국통일연구원은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통전부 산하에 있다가 내각에 편입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쌍방울 대북송금 사태에서 논란 중심에 섰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등과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는 대남공작 싱크탱크”라면서 “이름은 바뀌었어도 그 역할과 본질은 바뀌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