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권 2인자’ 메드베데프 “미국이 기름 끼얹으면 제3차 세계대전 가는 길 열릴 것” 엄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1월 2일 러시아 매체 RT와 인터뷰를 통해 “차기 미국 지도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계속 기름을 끼얹는다면, 이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그렇게 되면 정말로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을 열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각종 변수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북한 인민군이 러시아로 파병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부터 제공받은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수개월 째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 제공 당사자인 미국과 영국 등 국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서방세계에 러시아 본토 타격 필요성을 지속 강조해 왔다.
러시아 지도부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러시아 본토 발사를 허용할 경우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사일 러시아 본토 발사 허용 시) 전쟁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핵 교리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핵무기 공격 대상을 핵무기 비보유국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다. 사실상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미국 당국자들이 ‘러시아가 선을 넘어 핵무기로 자국을 보호하려 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그들은 틀렸다”고 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러시아 제5대 대통령을 지낸 바 있으며,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러시아 제11대 총리를 역임했다. 푸틴 집권체제 2인자로 늘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의 실질적인 여당인 ‘통합 러시아’의 당대표이기도 하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