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상향식 의사결정 안 해본 사람…기자회견은 대국민 ‘방화’, 정권 무너지고 있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 옆에서 본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윤 대통령은 굉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래 집단 같은 동질적인 집단에서 만났다면 굉장히 좋았을 것이다. 대선 캠프 때 사법개혁을 담당했던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이 당시 ‘오똑해’라는 단어를 썼다. 여성 비하인지 모르고 썼다. 어쨌든 그게 나가고 여성계에서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그래서 (정승윤이) 부산으로 짐 싸서 내려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야 정승윤이 걱정하지 말라고. 때가 되면 다시 부를 거야’라는 식으로 연락했다. 주눅 들고 불명예스러운 상황에서 그런 연락을 받으면 감동하는 거다. 왜 명태균이 ‘내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겠나.”
—‘조직 보스’ 스타일이 독이 되는 분위기다.
“검찰 같은 집단에서나 통하는 거다. 대한민국 국가와 국민으로 확대해 보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나. 수평적일 뿐만 아니라 위로 가는 상향식 의사결정에도 익숙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상향식 의사결정 같은 것은 해본 적 없다. 캠프에 있었을 때도 누가 직언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서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암암리에 짓누르는 분위기가 있었다. 예를 들어 (2022년 2월)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관련 코멘트를 하다 ‘정치 보복’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그런 단어가 지지율 몇 퍼센트를 까먹겠나. 3~5%포인트 빠질 수 있는 단어였다. 그래서 헤드(핵심 인사)들하고 ‘직언을 하자’고 상의했다. 회의를 마쳤고 직언할 타이밍이 왔다. (헤드들이) 뭐 하는지 아나. 휴대폰 봤다. 딴청 했다.”
—윤 대통령이 조언을 듣지 않았다는 건가.
“이런 일이 있으면 윤 대통령은 ‘어 왜 뭐가 잘못됐어?’라고 한다. 문제의식이 없는 거다. 캠프 사람들이 안 봐도 아는 거다. 그래서 안 하는 거다. 정상적이라면 직언을 받았을 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지지율 많이 빠질 것 같나. 뭐라고 정정해야 하나’ 이렇게 되묻는 게 정상적인 반응 아닌가.”
—윤 대통령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윤석열 캠프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윤 정권을 MB(이명박) 정권 시즌2라고 한다. 40대 초반에 이명박 청와대 비서관 하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금 실세라고 불린다. 캠프에 MB 정부 사람들이 95% 정도 됐다. 박근혜 정부 때 일했던 이들은 어공(어쩌다 공무원) 기준 강석훈 현 산업은행 회장,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 그리고 나 정도다. 탄핵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 거다. MB는 처벌은 받았지만, 탄핵당한 건 아니었다. 탄핵을 당했다는 것은 그 집단이 폐족됐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들은 지금도 굉장한 수치심 속에 있다. MB 정부 출신과 박근혜 정부 출신이 윤석열 당시 후보를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다를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윤 대통령 리더십이) 이렇게 위험하니 같이 나가자고 할 필요는 없었다.”
—여권을 떠날 때 속마음을 털어놨던 상대가 있었나.
“인수위 시작하고 나서 사표 낸다고 했을 때 원희룡 전 장관을 찾아뵙고 마지막 차 한 잔하고 작별 인사하고 나왔다. 그 뒤로 원 전 장관을 본 적은 없다. 3선 의원을 했던 김용태 전 의원도 나를 격려 많이 해줬던 분이다.”
—여권에서는 철새라고 비난한다.
“인수위는 정권의 힘이 가장 막강할 때다. 사람들이 나보고 인수위에서 사표 내고 나가는 ‘미친놈’이라고 그랬다. 이유를 잘 모르니까. 사실 이런 전례도 거의 없다.”
—지금 대통령실에 직언할 사람은 없다고 보는 건가.
“한오섭 전 정무수석은 공적으로 정확한 사람이다. 한오섭 같은 분들이 국정에 계속 관여했다면 이 정부는 이렇게 무너지지 않았다고 본다. 뉴라이트적 사고로 일부 비판받지만 그래도 한오섭 전 수석은 공사 구별을 잘한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떠났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직언할 사람이 없다는 방증이다. 정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윤 대통령 기자회견은 어떻게 평가하나.
“많은 국민들이 대국민 ‘담와’라고 한다. 담에 걸린다는 의미다. 내가 보기에는 ‘담와’가 아니라 ‘방화’다. 국민들 마음에 불을 질렀다. 사과는 크게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타이밍과 진정성이다. 사과도 엄청나게 늦었다. 진정성은 사과 받는 주체가 평가한다. 본인들은 진정을 다 했다고 정신승리를 하고 있다. 내가 직접 오픈했던 명태균 보고서가 대선 캠프에서 활용됐다는 게 나왔다. 명태균 씨와 (윤 대통령) 통화 내용도 오픈됐다. 더 입증할 필요도 없는 거다.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명태균 씨와 윤 대통령 사이에 오간 통화 녹취 후폭풍이 크다.
“(대통령실은) 2021년 11월 4일 이후로 연락도 안 하고 안 만났다 했다. 그러나 2022년 5월 9일 통화 내용 보면 (명 씨와 윤 대통령은) 처음 만나거나 서로 어려워하는 말투가 아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면 ‘공천 주라고 의견을 낼 수 있죠’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또 대통령 본인이 (공천 관련 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다면서도, 했다면 이미 정해진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명 씨와 대통령의) 통화 녹취가 엊그제 오픈됐는데, 어떻게 기억이 안 나나. 국민을 무시하는 거다.”
—명태균 씨도 대통령실처럼 ‘추천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같이 (말이) 바뀌기 시작했다. 위험한 추정이지만 11월 1일 정진석 비서실장이 위조·변조를 이야기할 때 이 사람들 간에는 상당 부분 무언가 시나리오에 의해, 또 물밑에서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정진석 비서실장은 11월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태균 씨도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공천개입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하고, 녹취도 잘린 것 같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연결고리는 여론조사다.
“실제로 어떻게 조작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경선에 관여하면서 원본 데이터를 받았고, 당원 명부를 받은 게 있고, 데이터를 많이 접하다 보니, 만약 명 씨가 조작했다면 이런 방식으로 했겠구나 추정은 가능하다. 당시 1·2위는 윤석열과 홍준표였다. 다른 후보들은 격차가 커서 조작하기 어렵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3번의 예선이 있었다. 12명을 8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컷오프했다. 그리고 2021년 9월 15일 당원 명부가 주어졌다. 그게 38만 명이다. 그리고 10월 15일 한 번 더 주어졌다. 이게 57만 명이다. 불과 한 달 만에 20만 가까이 늘었다. 그리고 11월 4일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예를 들어 57만 명의 명부에는 서울시 종로구 이름, 성별, 안심번호, 책임당원 여부, 나이가 기재돼 있는데 당에서 다 오픈해 줬다. 이것을 토대로 통계 자료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강혜경 씨가 세 번의 성향조사를 했다고 했다. 계산을 해보면 보통 ARS 응답률은 높지 않다. 2% 잡으면 약 1만 1400명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 성향분석은 1만 1495명을 했다고 나온다. 지지 성향을 소팅(데이터 분류)만 하면 된다. 전국단위선거 여론조사에서 1000명을 하면 충청 같은 경우 105명에서 125명 사이가 나온다. 한두 명만 응답이 바뀌어도 차이가 난다. 그리고 57만 명 대상으로 두 번의 투표가 있었다. 먼저 모바일 투표가 있었다. 이건 속이기 어렵다. 서버를 조작해야 한다. 당에서 조작한 사람을 알게 된다. 그 다음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ARS를 날렸다. 이때 성향 조사된 사람 1만 1400명분의 DB의 유무가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들은 전화를 확실히 받는 충성도 높은 사람들이다.”
—책임당원 ARS 투표를 ‘여의도리서치’가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본 쿠킹(무작위 표본에 특정 성향을 보인 집단을 뒤섞는 방식)’이라고 하더라. ‘로 데이터(Raw data, 가공되지 않은 원본 데이터)’가 오염돼 들어온 것을 여의도리서치가 어떻게 알까. 그분들도 잘 모르고 기계적으로 여론조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을 모르고 해야 말이 안 새어나갈 것 아닌가.”
—11월 11일 방해 조사를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공개된 녹취록에 나온 명 씨의 방법은 이거다. 예를 들어 A를 지지하고 B를 떨어뜨리고 싶다 했을 때 지지 성향이 파악돼 있는 당원 명부를 사용한다. 이때 B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ARS 전화를 돌린다. 그러면 당연히 이 사람들은 B를 지지한다고 응답한다. 그런데 그 다음에 당원들에게 공식 조사 전화가 온다. 질문도 비슷하다. 그러면 이 사람들은 ‘나 아까 응답했는데, 왜 또 왔지’하고 전화를 끊는다. 보통 당원들은 ‘내가 생업이 있는데, 여론조사 전화 오면 받는다’ 정도의 마음이 있다.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는) 상시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이고, 비공표 전제 여론조사를 할 수 있고, 우리는 당원이 아니라서 국민의힘 공식 여론조사 날인지 모르고 했다는 논리다. 그리고 명 씨가 재미난 표현을 쓰더라. ‘대한항공 뜨는데 아시아나는 왜 못 뜨나’고 하더라. 법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경선 때 다른 후보들은 명 씨의 움직임을 알지 못했나.
“관련 데이터는 투표가 끝나자마자 대부분 다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에 후보들이 참관인을 보낸다. 원희룡 캠프도 보냈다. 참관인은 부스 안에서 유리문 너머로 투표장 안을 본다. 문밖으로는 못 나온다. 참관했다는 확인서에 사인만 한다. 앉아만 있는 거다. 당원 데이터는 안 보여준다. 어쩌면 객관화하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 선관위 개표는 다르다. 사람이 수개표를 한다. 참관인이 하나씩 볼 수 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