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 합쳐 7000억 평가, 최근 호텔 매물 많아 흥행 걸림돌…DL “다양한 안 검토 중”
DL그룹 계열사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마포, 글래드 강남 코엑스 센터, 메종 글래드 제주 등 4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글래드 마포를 제외한 3개 호텔이 매각 대상이다. 글래드 마포는 효성그룹 계열사 공덕경우개발 소유로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3개 호텔은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직접 소유·운영 중이다. 글래드 여의도는 최근 여의도 촛불집회로 인해 인지도가 높아졌다. 싱가포르투자청(GIC),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최근 글래드호텔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는 구체적인 소문도 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DL그룹이 호텔을 매각해 얻은 현금을 건설·화학 계열사에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주력인 호텔 사업의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재무구조 개선 또는 주력 사업 강화에 현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자산뿐만 아니라 글래드 마포 운영권, 글래드 브랜드 등도 매각 제안을 받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DL그룹은 2019년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HIEX을지호텔)’ 영업권을 매각했다. 이어 2021년에는 ‘제주 항공우주호텔’의 영업권과 직접 운영했던 4성급 호텔 ‘글래드 라이브 강남’을 매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호텔 인기가 하락하자 매각 작업을 중단했다는 후문이다.
DL그룹 호텔 사업의 최근 실적은 나쁘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글래드 호텔의 연평균 객실 가동률은 60%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객실 가동률은 90% 수준으로 확대됐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747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801억 원으로 7.1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1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10.40% 늘었다.
호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DL그룹의 현재 부진한 화학 사업을 고려하면 매각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L케미칼은 순손실 기준 2022년과 2023년 각각 1024억 원, 329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3분기에도 830억 원의 적자를 거뒀다. DL케미칼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310.83%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DL케미칼은 2022년 미국 크레이튼 인수 과정에서의 자금 지출과 차입금 편입으로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며 “향후에도 글로벌 설비 증설과 수요 부진이 석유화학사업의 중단기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는 그 특성상 경기에 실적이 연동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경기 호황을 맞이하더라도 이제는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워낙 많아 과거와 같이 좋은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DL케미칼은 스페셜티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스페셜티 제품은 경쟁사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DL케미칼 자회사 카리플렉스는 올해 6월 싱가포르 주롱섬 화학공장 단지 내 폴리이소프렌 라텍스 신규 공장을 완공했다. 공장 건설에는 약 4800억 원이 투입됐다. 또 DL케미칼은 여수공장 내 PB(폴리부텐)공장 증설, SLBR(특수고무)공장 신설에도 나섰다.
문제는 체력이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 인수 이후 투자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DL케미칼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4707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1611억 원으로 1년 새 65.78% 감소했다. DL그룹 지주사 DL(주)가 DL케미칼 지원에 집중할 수도 없다. DL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DL이앤씨의 경우 흑자를 거두고는 있지만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사업에 만만치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글래드호텔 세 곳의 매각가는 6000억~7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DL케미칼 투자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액수다.
흥행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다수의 호텔이 매물로 나왔다. 비슷한 매물이 늘어나면 높은 매각가를 고수하기 어려워진다. 롯데그룹은 최근 L7과 시티호텔 일부 지점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KT는 소피텔앰배서더서울, 안다즈 강남, 신라스테이 역삼, 르메르디앙&목시 명동, 노보텔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 등을 매각 자산으로 분류했다. 이 밖에 베스트웨스턴 제주 호텔, 신라스테이 서대문 등도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된다.
DL그룹은 호텔 세 곳을 통째로 매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글래드 여의도나 글래드 강남 코엑스 센터와 달리 메종 글래드 제주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 DL그룹에 따르면 글래드 여의도와 글래드 강남 코엑스 센터의 올해 1~3분기 객실 가동률은 각각 88.8%, 91.1%였다. 메종 글래드 제주의 가동률은 이보다 낮은 85.4%였다. 매수자 입장에서 메종 글래드 제주까지 인수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호텔은 많지만 부동산 투자 시장 분위기와 가격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해 거래가 쉽게 성사된 적은 많지 않다”며 “호텔 투자는 현재 매수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우량 자산 위주로 선별적 거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부 반발도 넘어서야 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글래드호텔앤리조트지부는 “이번 매각 절차가 투명성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 호텔 매각의 중요한 경영 사항을 언론을 통해 확인하는 것은 비정상이다”라고 주장했다. DL그룹 관계자는 글래드 호텔 매각과 관련해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