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자선경기서 10인 단체 은퇴식
22일 경기도 수원 경희대학교에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자선경기가 열렸다. 이근호 남준재 등 은퇴선수부터 조현우, 주민규, 지소연 등 남녀 선수 다수가 현장에 함께했다.
3회를 맞이한 자선경기는 OTT 서비스로 생중계되고 자선의류를 발매하는 등 규모를 키우고 있다. 올해 역시 불의의 사고로 축구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게 된 신영록과 유연수를 돕는 일도 지속됐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선수들의 합동 은퇴식이었다. 이번엔 강가애, 권순형, 김영광, 김한빈, 심서연, 이범영, 이종호, 임민혁, 정보람, 황보람이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펼쳤다.
전광판을 통해 선수들의 가족, 동료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선수들에게는 상패와 꽃다발이 쥐어졌다. 친분이 깊은 동료나 가족들이 직접 상패를 전달하며 감동을 더했다. 동갑내기로 연령별 국가대표 등에서 함께했던 김진수와 이종호는 한참을 끌어안고 이야기를 나눴다. 선수들의 은퇴식을 지켜보던 팬들 일부는 눈물을 쏟기도 했다.
선수들은 각자 소감과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범영은 "17년동안 고생한 저에게 스스로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선수협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강가애는 "23년 선수생활 하면서 자선경기에서 꼭 은퇴식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이뤄져서 너무 좋다"며 "저와 함께해준 모든 선수들, 응원해준 팬들,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특별한 '은퇴사'로 주목을 받았던 임민혁은 "선배, 동료, 팬여러분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선수로서는 떠나지만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모든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축구할 수 있도록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호는 "이렇게 은퇴식 자리를 마련해줘서 너무 감사하고 저를 기억하고 은퇴하는 선수들 보러 와주신 팬들께 너무 감사하다. 축구 인생 이후로도 열심히 살겠다"고 전했다.
골키퍼 장갑을 벗고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영광은 "22년 프로생활 이후 프로축구선수협회에서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팬 여러분 앞에서 다시 한 번 인사드릴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안되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다보니 이렇게 오래하게 됐다. 제2의 인생 많이 응원해 주시고, 저에게 힘이 됐던 대한민국 축구팬, K리그 팬들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권순형은 "선수생활 마무리하고 새로운 자리로 나아가게 됐다. 선수는 아니지만 축구계 어느 곳이든 좋은 영향력 끼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하게 된 김한빈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선수들과 함께 은퇴식을 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며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지도자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화천 KSPO에서 10여년간 골키퍼 장갑을 꼈던 정보람은 "가족들이 없이는 이렇게까지 축구를 못했을 것 같다"며 "위대한 선배님들과 함께 은퇴할 수 있어 영광이다. 화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심서연은 은퇴 시즌 소속팀에서 WK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열린 자선경기에서도 '팀 심서연'이 3팀과의 경쟁 끝에 우승했다. 심서연은 우승을 확정짓는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이날의 주인공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축하 받으면서 마무리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 그동안 축구선수 심서연을 응원해준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 축구선수'로 화제를 모았던 황보람도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는 "아이가 생겨서 한 번 은퇴를 했었는데 운이 좋아서 운동을 더 할 수 있었다"며 "아이가 일곱살이 되기까지 남편과 가족 도움 덕분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 축구활르 벗으면서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딸이 축구를 하고 있다. 여자축구 더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딸 이봄 양은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는 TV 예능 '불꽃소녀 축구단'에 출연 중이다.
대회를 마무리하며 선수협 회장 지소연은 "오늘 즐거운 시간 보내셨는지 모르겠다"며 "선수들이 세러모니 준비한다고 했는데 너무 형편이 없었다(웃음). 내년에는 더 큰 즐거움 드리겠다. 추운데도 함께 시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축구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