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와단시 둘러싸고 공항 질서부터 응원 문화까지 격돌…동아시아 아이돌 팬덤의 ‘뜨거운 감자’
일본 아이돌 그룹 나니와단시(오오하시 카즈야, 니시하타 다이고, 오오니시 류세이, 미치에다 슌스케, 타카하시 쿄헤이, 나가오 켄토, 후지와라 죠이치로)는 ‘나니와단시 아시아 투어 2024+2025’(なにわ男子 ASIA TOUR 2024+2025)를 위해 9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가 13일 출국했다. 한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상에서는 나니와단시 입국에서 일어난 문제 원인을 두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일본인이 대부분”이라는 주장과 “한국 팬들이 아이돌을 만지기 좋아한다”는 반박이 맞서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책임 전가’ 현상은 일본 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장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일부 네티즌들은 영상 속 팬들의 말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하며 국적을 추측하는 등 진영 논리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미세스 그린애플(Mrs. GREEN APPLE) 내한 당시보다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팬들은 “한국의 팬 문화가 너무 무질서하다”며 비판했고, 한국 팬들은 “일본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맞섰다. 일각에서는 BTS 일본 활동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며, 이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동아시아 전반의 아이돌 문화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팬들이 뒤섞여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우치와(대형 부채)에 응원 문구를 새기거나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을 프린팅하는 등 전형적인 일본식 응원 문화가 목격됐다는 점에서, 상당수 일본 원정 팬들이 한국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팬덤 문화를 이용해 자국에서는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동아시아권의 메이크업 트렌드가 비슷해지면서 외모만으로는 한중일 대만 팬들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김포공항에서는 나니와단시 멤버 중 ‘미치에다 슌스케’에게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나니와단시 공연장에도 목격된 팬라이트 80% 가량이 미치에다를 상징하는 핑크색이었으며, SNS에 게시되는 불법 촬영 영상도 대부분 미치에다에 집중돼 있다. 이는 마치 토트넘 홋스퍼 전체가 아닌 손흥민 개인만을 응원하는 현상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내에서는 소속사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뉴스 댓글에는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 다르빗슈 유나 오타니 쇼헤이가 입국할 때는 대단한 경비였는데, 나니와단시는 그만큼 경비도 없었다”는 비판과 함께, “한국 팬 문제가 아닌 소속사의 자업자득”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공연장과 공항의 경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소속사의 책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구 자니즈 계열 아이돌에 대한 반감이 있는 일본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논란이 단순히 한국 팬들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K-POP 업계 관계자는 “일본 원정 팬들 중 일부가 한국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팬덤 문화를 이용해 자국에서는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중국 팬들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과거 일본에서도 신칸센 출발이 지연될 정도의 팬덤 혼란이 있었다”며 이번 사태가 단순히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항이나 촬영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오타니 쇼헤이의 입국 사례처럼 철저한 경호 관리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나니와 단시는 일본 아이돌 순위 5위 내에 꼽힐 정도로 인기 있는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이다. 나니와단시는 1월 11일, 12일 양일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일 간 팬덤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양국의 중간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