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재구축? 소액주주와 마찰 잦은 상황서 ‘의결권 확보’…일각 ‘지분 늘린 뒤 상장폐지 하나’ 우려도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장남 주지홍 부회장은 2023년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시스템즈 지분 50.01%를 확보하며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라섰다. 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선 주 부회장 주도하에 사조그룹은 지난해부터 인수합병(M&A)를 통해 본격적인 외형 확대에 나섰다.
주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M&A의 주축 역할을 하는 회사는 ‘사조대림’이다. 사조대림은 지난해 매출 4000억 원 규모의 전분당 가공업체 사조CPK(구 인그리디언코리아)와 1조 원 규모 단체급식 및 유통업을 영위하는 푸디스트 등 굵직한 M&A 두 건을 마무리했다. 인수합병으로 사조그룹 지배구조는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CPK→푸디스트’로 확장됐으며 주 부회장이 목표로 한 매출 10조 그룹 달성에 가까워졌다.
사조CPK 인수 가격은 3840억 원, 푸디스트 인수 가격은 2520억 원이다. 사조대림은 지난해 두 차례 진행한 대규모 M&A 탓에 자금 유동성이 크게 낮아졌다. 사조CPK 인수 후(2024년 1분기) 사조대림 부채총계는 5937억 원으로 2023년 4분기(3359억 원) 대비 57%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현금성 자산 또한 1569억 원에서 703억 원으로 55%가량 급감했다.
사조대림은 M&A를 거치며 약해진 자금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주 부회장은 “그룹 시너지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올해(2024년) 매출 6조 원 달성과 5년 내 10조 원 규모 외형을 갖추겠다”고 밝힌 만큼 현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사조대림은 자금 확보 수단으로 자사주 매각을 선택했다. 지난해 사조대림은 세 차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사조시스템즈·사조시푸드·주지홍 부회장 등에게 매각해 현금 389억 원을 챙겼다. 사조대림은 2019년 6월 사조해표와 합병하며 사조해표가 보유하고 있던 사조대림 보통주 141만 450주를 자사주로 취득한 바 있다. 사조대림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약 절반인 68만 5000주를 사조그룹 계열사와 주지홍 부회장에게 매각했다.
사조대림은 8월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씨푸드에 매각 당시 운영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12월 주 부회장에게 매각한 것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투자 의향을 고려했으며 자사주 처분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 부회장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사조그룹 입장에서 자사주는 △지배력 강화 △운영자금 확보 △의결권 부활 등으로 활용되는 ‘꽃놀이패’다. 자사주 매각 이후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씨푸드는 사조대림 지분이 각각 13.09%, 16.13%까지 올랐으며 주 부회장은 3.54%까지 늘어났다. 자사주를 통해 지배력이 7.54%가량 증가한 셈이다. 지배주주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사조대림 운영 자금 확보는 덤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 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 부회장 사조대림 지분은 3%를 넘겼다. 지분 3%는 상장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주주제안권 등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다. 지배주주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다.
소액주주와 마찰이 잦은 사조그룹은 주요 안건 결의를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서로 지분 3%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한 주지홍 부회장도 주주명부폐쇄 5일 전에 지분 3%를 넘겼다. 올해 주주총회부터 보유한 3% 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다.
사조그룹에 ‘1석 3조’ 효과를 주는 자사주는 소액주주 등에겐 반대로 악재로 작용한다.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를 희석시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를 지배주주 등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신주가 발행되는 것과 같다”며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조대림 주가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16일 사조대림 종가는 4만 1350원이다. 지난 7월 9일 종가 9만 9500만 원 대비 약 59% 하락한 수치다. 8월 6일 사조시스템즈에 매각한 자사주는 1주당 5만 7700원, 8월 20일 사조씨푸드에 매각한 자사주는 1주당 5만 9600원이다. 4개월 후인 12월 26일 주 부회장에게 매각한 자사주는 1주당 4만 3750원 수준이다. 현재 주가는 자사주를 매각한 때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자사주와 관련해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국내에서 자사주는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라며 “자사주 보유와 지배주주에게 매각하는 행위 등은 실제 주식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유지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조대림이 여전히 자사주 7.95%(72만 9006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변호사는 “자사주를 일부만 매각한 상태라면 지배주주가 남은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해 주가를 누를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지속해서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배주주가 사조대림 지분을 매입해 추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일 올라온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사조대림 주식 총 수는 916만 8247주다. 이 중 사조산업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사조대림 주식은 592만 5655주로 64.63%다.
상장폐지의 경우 현행법상 지분 95%를 확보해야 가능하다. 자사주를 포함해 30.37%(약 279만 주)만 확보하면 상장폐지를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사주를 전량 매도하지 않고, 일부 보유하며 주가를 낮춰 싸게 매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필요한 금액은 약 1140억 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주 부회장이 외형 확대를 선순위 과제로 두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 부회장이 매입한 자사주는 대부분 차입금으로 이뤄진 점도 체크할 포인트다. 자사주 매입 당시 주지홍 부회장은 주식대금 37억 1875만 원 중 37억 원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빌렸다. 주 부회장은 현금 1875만 원만 들였다. 차입 비율이 99%를 넘어선다. 보유 현금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IB(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조대림이 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만큼 주 부회장 등 주요 주주가 3%룰로 의결권이 약화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i’는 관련 내용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사조대림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