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멀티버스 사가’ 비판받아…일반 대중 사로잡아야 흥행 성공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샘 윌슨이 공식적인 2대 캡틴 아메리카로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이끌며 자신의 첫 솔로 무비를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원작인 마블 코믹스 속 샘 윌슨과의 놀라운 싱크로율이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원작 속 샘 윌슨은 신체를 초인으로 만드는 슈퍼 혈청을 맞지 않고 오직 강인한 정신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단련된 체력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진정한 캡틴의 자리에 오르게 된 캐릭터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속 샘 윌슨 역시 혈청도, 초능력도 없이 오직 자신의 열정과 끈기만으로 방패의 새로운 주인이 되며 마블 코믹스 원작의 정통을 이어갈 '주인공' 캐릭터로서 활약을 예고했다.
다만 팬들의 기대와는 별개로, 작품을 가볍게 즐기길 원하는 대중들에겐 이 작품에 어느 정도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약 6년간 MCU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샘 윌슨이 공식적인 2대 캡틴 아메리카로 인정받고 활약한 것 모습은 OTT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팔콘와 윈터 솔져'(2020)에서 처음 이뤄졌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시리즈' 또는 '인피니티 사가'로 분류되는 마블 페이즈 1~3이 종결되고 '멀티버스 사가'의 페이즈 4가 열렸을 때부터 마블 스튜디오는 다중 우주(멀티버스) 개념을 확장하기 위해 마블 코믹스 프랜차이즈 안 다수의 설정을 영화와 드라마에 각각 차용하고, 이 세계관을 다음 작품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예컨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종결된 인피니티 사가 이후 각 주요 캐릭터들의 현황을 드라마 '로키'(2021), '완다비전'(2021) 등을 통해 공개하고, 이 서사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 '토르: 러브 앤 썬더'(2022)로 연결시키는 식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대표인 케빈 파이기가 "앞으로 제작되는 마블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드라마를 꼭 봐야 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디즈니+ 드라마와 극장용 마블 영화는 깊이 연계돼 있다.
이 탓에 가볍게 작품을 소비해 왔던 일반 대중들은 영화 하나를 보기 위해 코믹스는 물론이고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각종 드라마까지 시청해야만 영화 속 설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마블이 이전만큼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는 데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어벤져스' 원조 멤버들의 퇴장도 하나의 이유지만, 이처럼 작품 하나를 놓치면 다음 작품을 100% 즐기기 어렵다는 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골수 팬이 아닌 이상 한 작품과 관련된 모든 부가 콘텐츠들을 전부 챙겨보는 일이 없는데 일반 대중들의 진입 장벽만 높여놨다는 비판도 페이즈 4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앞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1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로서 뜨겁게 사랑받았던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샘 윌슨이 진정한 캡틴 아메리카"라며 새로운 캡틴의 탄생에 힘을 실어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킨 바 있다. 자신의 오랜 동료이자 샘 윌슨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앤서니 매키에 대해 "그보다 더 캡틴 아메리카 역할을 잘해낼 사람은 없다. 언제나 정의로웠고, 나 역시 앤서니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정말 기대된다"고 과거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마블 스튜디오는 2월 12일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와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썬더볼츠*',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오리지널 시리즈 '데어데블: 본 어게인'(3월 공개)과 '아이언하트'(6월 공개)로 페이즈 5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페이즈 6의 첫 작품은 오는 7월 개봉이 예정된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