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이 ‘법조계’ 대세 입증된 셈…‘리걸테크+네트워크 로펌 규제’ 본격화 될 듯
김 회장은 다음 달 열리는 변협 정기총회에서 취임해 향후 3년 동안 변협을 이끌게 되는데, 사상 첫 로스쿨 출신 변협회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로스쿨 출신 처음 출마해 당선
김정욱 당선인의 커리어는 ‘로스쿨 변호사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부와 서울시립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제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이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앞섰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 초대 회장을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직역수호변호사단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2021년 로스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2023년 연임에 성공했고, 이번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 로스쿨 출신으로 처음 출마해 당선됐다.
선거 정책도 ‘변호사 이권 확대’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유사 직역에 침탈된 변호사 권한 회복 △형사 성공보수 부활 △법률 AI 플랫폼이 변호사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제도화 △출산 회원 월 회비 면제 및 법원 직장어린이집 입소 전국 확대 등을 내걸었다. 특히 김 당선인은 법률 플랫폼과 전국에 수십 개의 분사무소를 운영하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기에, 취임 후 강력한 제재가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도입’ 15년여 만에 변호사 3만 명 시대가 열리고, 로스쿨 출신이 전체 변호사 수의 과반이 넘는 흐름이 이번 대한변협 선거에 반영됐다는 평이 나온다. 안 후보 측에 사시 출신들의 지지가 쏠렸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지지를 대거 확보한 김정욱 당선인이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시 출신의 한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들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에는 자질 논란도 많았지만, 이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세이다 보니 이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서울변회뿐 아니라 대한변협 선거에서도 이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이거나, 지지를 확실하게 받는 후보가 아니라면 서울변회나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서 명함을 내밀기 힘든 시대가 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서울변회 선거 24일…대한변협 협회장 파트너 누가 될까
이제 변호사들의 관심은 서울변호사회 회장 선거로 관심이 쏠린다. 당장 22일 조기투표가 진행되고, 24일 본선거를 거쳐 당선인이 결정된다. 단일화가 이뤄져 2파전이었던 대한변협 협회장 선거와 다르게, 서울변회 회장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진다. 기호 1번 박종흔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 기호 2번 박병철 변호사(변호사시험 6회), 기호 3번 조순열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 이렇게 세 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세 후보 모두 ‘변호사 이익’을 내걸고 있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다. 안병희 변협 협회장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뤘던 박종흔 변호사는 핵심 공약으로 △서울변회 포인트 캐시백 도입 △세무사법 개정 △집행부 축소 등을 제시했다. 특히 네트워크 로펌의 허위·과장 광고를 규제하고 변호사 배출 인원 감축을 위해 현재 3년제인 로스쿨을 4년제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일한 로스쿨 출신의 박병철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재조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검찰이 수사권을 제한한 지금의 검경 수사권 제도가 사건 처리 정체로 이어진 만큼 이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또 △형사 성공보수 법제화 △변호사 비밀유지권(ACP) 도입 △변호사 보수 부가가치세 면세 등도 내걸었다.
김정욱 당선인과 러닝메이트를 꾸린 조순열 변호사는 △대한변협 자체 개발 법률 플랫폼 ‘나의변호사’ 강화 △로스쿨 4년제 전환으로 변호사 배출 연 1000명 내외로 축소 △형사 성공보수 명문화 △네트워크 로펌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변호사 업계는 ‘김정욱 당선 효과’가 서울변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한국법조인협회는 김정욱 당선인에 이어 조순열 변호사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김정욱 당선인의 러닝메이트인 조순열 후보까지 당선될 경우 공약 대다수가 유사한 만큼 서울변회와 대한변협의 ‘정책 공조’가 긴밀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회 간 공조의 중요성’을 묻는 일요신문의 질문에 김정욱 당선인는 “서울변호사회 회장 당시 발의했던 외감법 개정안, 변호사의 비밀유지권(ACP)도입 개정안, 디스커버리 도입 법안 등 7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서울변회의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서울변회 부회장으로 함께 활동했던 조순열 후보가 변호사들의 숙원사업을 성취하는 데 최적임자이기에 조 후보가 서울변회 회장이 된다면,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과제들을 모두 완수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개업을 했다가 월 500만 원 매출이 힘들어서 문 닫고 중소형 로펌에 월 400만 원을 받고 취업하는 변호사가 태반”이라며 “좋은 대학과 로스쿨이 아니면 대형 로펌 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주는 사람들이 변호사단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걸테크·네트워크로펌 규제 강화되나
2025년 법조계 시장은 리걸테크의 시장 진출 규제 및 네트워크 로펌 제재 흐름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한변협 협회장 후보 김정욱 당선인과 안병희 후보, 서울변회 회장 후보 3명 모두가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네트워르 로펌 광고 규제 및 리걸테크 시장 진출 제한에 대한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한변협 핵심 관계자는 “변호사 시장이 밖에서 비춰지는 것에 비해 많이 힘들기 때문에 두 선거에서 유사한 공약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 같다”며 “이번 대한변협 회장 임기가 3년으로 과거(2년)보다 더 늘어났기 때문에 리걸테크 규제 역시 더 강도 높게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