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총 전날 최윤범, 마지막 승부수 던졌다…호주 자회사가 영풍 지분 10% 매입

고려아연-MBK 연합 대결 끝까지 예측불가…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새 변수’

[일요신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극단적인 경영권 방어 조치를 단행했다.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22일 영풍 지분 10.33%를 575억 원에 매입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집중투표제 카드가 법원의 가처분 신청 부분 인용으로 무산된 후, 최 회장은 임시주총을 앞두고 새로운 전략을 시도했다. SMC는 영풍정밀과 최윤범 회장 일가로부터 영풍 주식 19만226주를 인수했다. SMC가 취득한 영풍 주식은 영풍 전체 발행주식(184만 2040주)의 10.3%에 해당하는 규모다. SMC는 영풍정밀로부터는 전일 종가로, 최 씨 일가 보유분 기준으로는 30%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다.

이번 거래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에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지주사인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SMC를 100% 지배하고 있으며, SMC는 이제 영풍 지분 10.33%를 보유하게 됐다. 고려아연은 상법 369조 3항을 근거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의 의결권을 제한하려 한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구도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35% 수준이다.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당초 MBK 연합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던 임시주총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영풍·MBK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SMC가 ‘Sun Metals Corporation Pty Ltd’라는 외국 유한회사로, 국내 상법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는 정부가 금지하는 외국법인을 이용한 순환출자규제 회피라고 비판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은 국내 계열회사에만 적용된다”며 이번 조치의 합법성을 강조했다. 또한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지키고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은 본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고려아연은 물론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전체와 법률 시스템을 흔드는 위법한 행위를 즉시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23일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할 것이며, 이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임시주총이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구조의 헛점을 이용해 외국법인을 통한 순환출자규제를 회피하는 역외 탈법행위를 자행했다”며 “외국기업이자 유한회사인 SMC에는 상법상 상호주 소유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영풍, MBK 연합은 “의결권 지분 판세에서 밀리고 집중투표제마저 무산된 상황에서 감행한 기습적이고 불법적인 시도”라고 지적하며, 23일 주주총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하고 정당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