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토끼 먹이로 유인해 폭행 혐의…“괴롭혔을 때 어떤 반응 할지 궁금” 범행 동기 충격
오쿠노섬은 일본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무인도다. 500마리 이상의 토끼가 반야생 상태로 서식하고 있어 ‘토끼의 섬’이라 불린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귀여운 토끼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NHK에 의하면, 연간 약 20만 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섬 내에서 토끼가 차례차례 사체로 발견된 것. 77마리의 토끼가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죽어 있었고, 이 중 10%가량은 골절상을 입었다. 환경사무소 담당자는 “오쿠노섬에 토끼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천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많은 토끼가 갑자기 죽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붙잡혔다. 동물애호법(한국의 동물보호법에 해당) 위반 혐의로 체포된 것은 시가현에 사는 회사원 홋타 리쿠 용의자(25)다. 홋타 용의자는 1월 21일 오후 5시 반경, 오쿠노섬의 산책로에서 토끼를 발로 찬 혐의를 받고 있다. 발에 차인 토끼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현장에서 범행을 목격하고 용의자를 붙잡은 것은 나카무라 씨 부부다. 이 부부는 25년간 오쿠노섬의 토끼를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가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부터 토끼들이 대량으로 죽어가는 것을 수상히 여겨 섬 주변을 살펴왔다고 한다.
당시 카메라에 담긴 홋타 용의자의 모습을 보면 당근으로 토끼를 유인 후 쓰다듬는다. 연신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더니 토끼를 안고 자리를 뜬다. 나카무라 씨 부부가 남자의 뒤를 쫓았고, 이후 발로 차는 모습을 목격해 그대로 붙잡았다고 한다. 홋타 용의자는 “귀여워서 죽였다”라고 부부에게 털어놨다.
경찰 조사에도 홋타 용의자는 “토끼가 너무 귀여웠다. 괴롭혔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가 궁금했다”며 동기를 밝혔다. 또한 “작년 가을부터 몇 차례 섬을 방문했을 때도 토끼를 발로 찼다”고 진술했다. 기이한 점은 홋타 용의자가 인근 지역 주민이 아니라 섬에서 멀리 떨어진 시가현에 산다는 사실이다. 섬까지는 열차와 배를 타야하며 무려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히로시마대학 법학과 요시나카 노부토 교수는 “동물애호법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생명에 대해서도 경외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법 위반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징역 5년 이하, 500만 엔(약 46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벌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