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 철학과 사업 운영 방식 차이로 도마 위…‘홍콩반점’ 영상까지 비난 댓글 쏟아져
1월 17일 백종원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내팔렘(게임 ‘디아블로’ 종족 이름에서 따온 ‘내꺼 파는 코너’라는 뜻)’ 코너에서 빽햄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200g 9개 세트를 정가 5만 1900원에서 45% 할인한 2만 8500원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4세트 1박스 구매 시 10만 2000원”이라는 혜택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가격이 업계 1위 제품인 스팸보다 비싸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특히 백 대표가 “나 같으면 10세트는 사놓겠다”며 적극적으로 구매를 권유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네티즌들은 즉각 반발했다. “햄 통조림 9개를 누가 5만 원 주고 사먹느냐”, “차라리 300만 원으로 올리고 99% 할인이라고 하지 그랬나”는 등 조롱 섞인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밥 한 끼 8000원도 비싸다며 사장님들을 쥐잡 듯하던 분이 어떻게 햄 9개를 5만 원이나 책정했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러한 가격 책정 방식은 유통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격 뻥튀기 후 할인’ 전략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됐다. 소비자들은 이런 관행적 편법을 백종원까지 답습했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표했다.
특히 이번 논란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백종원의 기존 이미지 때문이다. 그동안 ‘청렴결백’을 강조하며 소상공인과 서민을 위해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한국 농가와 지방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온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편법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26일 유튜브를 통한 해명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백 대표는 “후발 주자라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45% 할인해도 세트당 1500원밖에 남지 않는다”며 가격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그가 ‘골목식당’에서 자영업자들에게 해온 조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종원 대표가 그동안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은 “초기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품질로 승부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제품은 고가 정책을 펼치며 할인 마케팅으로 판매를 시도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제품 가격 논란을 넘어, 그동안 백종원이 쌓아온 신뢰도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방송에서 보여준 ‘착한 가격’ 철학과 실제 사업 운영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대부분 응원 댓글만 있던 백종원 유튜브 채널에도 비판 댓글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댓글로 한 네티즌은 “차라리 본인이 직접 영상을 찍지 않았다면 수습이라도 됐을 텐데, 그동안 비판하던 프랜차이즈의 가격 거품 장난을 본인이 그대로 따라 하면서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경쟁력도 없는 신생 업체가 고가 정책을 펼치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백종원의 전략을 꼬집었다.
가격이 아닌 빽햄 품질을 두고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백 대표는 “한돈의 비선호 부위를 활용해 농가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라고 강조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제품을 들여다 보면 빽햄 돼지고기 함량은 85%로, 경쟁사 제품(92%)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부대찌개용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감칠맛을 위한 양념이 더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에 올라온 1월 21일 ‘내꺼내먹’ 홍콩반점 3편도 비판이 쇄도했다. 백 대표가 홍콩반점을 다니며 점검하는 내용 영상에서 2편까지는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점주를 비난하는 댓글이 많았다 하지만 빽햄 논란 때문인지 최근 영상에는 백종원 대표 비난 댓글이 대다수였다.
유튜브 댓글에는 “자기 이름 건 간판 내걸고 ‘우리 짬뽕 아니다’라고 하다니, 애가 나쁜 짓하면 부모가 ‘내가 시킨 거 아니다’라고 하는 급이다”, “본인이 브랜드 관리를 평소에 못 한 것 아닌가?”, “가맹점 관리 실패한 건데 이것마저 마케팅에 활용한다”, “가맹점주에게 뒤집어 씌우지 말고, 방송 활동할 시간에 직접 관리해라”, “빽햄 이후로 민심이 바뀌었다”, “민심 안 좋아질 때마다 홍콩반점 패는 거 웃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지하는 의견도 있다. 커뮤니티 이토랜드에서 한 네티즌은 “까일 만하다고 하기 어렵다. 가격 보면 빽햄이 가장 비쌀 이유는 햄 중에 국산 돼지고기 부위 밝히는 제품이 빽햄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팸, 델리팜, 명란한햄은 여러 나라 수입육 혼용이고, 나머지는 아예 합성육으로 돼지고기 아닌 것을 섞은 것도 있다. 빽햄 원료가 국산 돼지고기 뒷다리 살이기 때문에 원재료가 비싸다. 스팸류 중에서, 국내산 원재료 제일 좋게 쓰고 그래서 원재료 공급가도 제일 비싼데 그게 깔 만한 건가”라는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네티즌은 “비싸면 안 사 먹으면 되지. 또 까기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비판적인 여론도 있다. 같은 커뮤니티에서는 “솔직히 백종원 이름 달고 나온 제품들 하나씩 먹어 보면 맛이 없다. 점포 관리도 ‘점바점’(점포마다 다르다) 타령도 그만 듣고 싶다. 점포 관리 못 하는 것도 결국 프랜차이즈 대표 문제다”라면서 “(빽햄도) 선물 세트가 5만 2000원, 근데 인심 써서 2만 8500원. 대놓고 가격 올려치기 할인을 하고 있다. 빽햄 200g이 인터넷 최저가 4360원이다. 200g 스팸 클래식 동일 사이트에서 2370원이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물론 일종의 비판을 위한 비판도 있다. 이토랜드에서 몇 차례 백 대표 비판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은 왜 백종원 대표를 비판하느냐는 얘기에 댓글로 “윤석열 계엄 일으키고 실패해서 나락 가니까 즐겁지 않느냐. 그것과 비슷하다. 난 백종원이 혐오스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최근 상장 성공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2024년 11월 6일 상장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 2월 3일 역대 최저가인 2만 9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더본코리아는 공모가 3만 4000원이었고, 상장일에 5만 1400원까지 올랐다가 3개월 만에 약 73%가 하락한 셈이다. 백 대표 지지자들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자 백 대표 비판으로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종원의 개인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 A 씨는 이번 사태를 두고 백종원 대표가 상장에 성공한 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A 씨는 “만약 상장 전 백 대표였다면 이번 빽햄 세트 같은 홍보를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영상을 보더라도 빽햄 세트 관련 설명을 대본을 보면서 말한다. 과거였다면 사전에 철저하게 걸렀을 텐데, 상장에 성공한 뒤에 사업 집중도가 약해졌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상장이 사업에서 가장 큰 마일스톤인 만큼, 이를 달성한 후 느슨해졌다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본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로 인해 주가가 상승한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면서 “다만 단기간에 민심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국민적 화제였던 ‘흑백요리사’처럼 ‘흑백요리사2’로 대성공을 거두는 방식이 가장 빠르고 쉬워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빽햄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백종원 대표 측은 “빽햄 경우에는 유튜브에서 충분히 소명했기에 추가 답변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