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투자 시설에 대한 미국 규제 가능성…‘당분간 수요 있다’ 삼성·SK, 공정 라인 전환 속도 내
#중국 반도체 현지법인의 가파른 실적 상승세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법인들도 실적이 상승했다. 중국 우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법인(SK hynix (Wuxi) Semiconductor Sales Ltd.)은 매출이 2023년 7조 9207억 원에서 13조 104억 원으로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우시 생산법인(SK hynix Semiconductor (China) Ltd.)의 매출은 5조 1401억 원에서 5조 6127억 원으로 9% 늘었다. 순이익은 우시 판매법인이 865억 원에서 1432억 원으로 65%, 우시 생산법인이 마이너스(-) 1469억 원에서 5985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판매법인 실적이 증가한 것은 중국 시장의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내 IT(정보기술)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권영화 서울기독대 AI융합대학 특임교수는 “중국 기업들이 추가 규제에 앞서 미리 더 좋은 제품을 확보해 두려는 수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업턴(호황 국면)으로 돌아선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2023년엔 메모리 반도체가 감산에 들어가면서 업황이 굉장히 안 좋았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매출이 2023년 대비 71.8%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쑤저우에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이, 충칭에는 패키징 공장이 있다. 중국 공장이 삼성전자 낸드플래시와,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주로 중국 현지로 공급하고, 일부 물량은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쉽지 않은 증설, 중장기 전략 주목

지난해 1~3분기 삼성전자 별도 기준 중국 수출액은 49조 4724억 원으로 전체 매출(160조 8027억 원)의 30% 정도를 차지했다. 미주(29%) 수출액과 점유율이 비슷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46조 4259억 원) 중 26%인 12조 7623억 원을 중국에서 올렸다. 미국(15조 9787억 원, 34%)보다는 점유율이 낮지만 비중이 작지 않다. 중국 내 생산 시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 반도체 업계 다른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많이 포진한 미국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많이 필요로 한다. 반면 중국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높다. 상대적으로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제품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사업을 둘러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내 투자 시설에 미국이 규제를 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른 첨단기업의 미국 내 투자 지원을 재검토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고도 중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불만을 갖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 공장은 미국 상무부로부터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자격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별도의 수출 허가 없이 중국에 일정 수준 이하의 장비를 들여올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시설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공장의 수익성을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시 공장의 128단 낸드플래시 공정을 286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우시 공장의 D램 라인을 1a 나노미터(nm)로 전환해 DDR5와 LDDR5 제품 양산이 가능하도록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우시 공장은 기존에 1a D램(4세대 10나노급 D램)에 1, 2세대 뒤처진 제품을 생산해왔다.
중장기적으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반도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공장은 미국 제재로 더 증설하기가 어려우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적당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종환 교수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상당히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시장을 아예 포기하기가 어려우니 생산시설 투자는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