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외 조직정비 박차, 우클릭 정책으로 국민의힘 포위…사법리스크·비호감 걸림돌 우려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선 ‘비명계’ 숙청이 이뤄졌다. 그 자리는 친명계가 채웠다. ‘이재명 일극 체제’의 시작이었다. 이후 민주당은 사실상 이 대표의 대선 캠프 역할을 해왔다. 2024년 10월 23일 출범한 ‘집권플랜본부’가 상징적인 기구다. 정권교체를 위해 정책·조직·전략을 미리 만들어 놓자는 취지였다. 김민석 최고위원 등 친명계 핵심 인사들이 요직에 임명됐다. 본부 안에는 ‘K먹사니즘 본부’도 설치됐다. 이 대표 핵심 공약인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맡았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집권플랜본부 활동은 중단됐다. 그러다 2월 6일 집권플랜본부는 ‘성장은 민주당, 대한민국 성장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선 성장 후 복지’ 전략을 내세웠다. 이 대표의 핵심 공약인 ‘먹사니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성장률을 5년 안에 3%대를 달성하고, 이후 4%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에 대한 정부 직접 지원도 공약했다. 세미나에서는 복지와 분배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이후를 대비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2월 7일 ‘모두의질문Q-다 함께 만드는 세상’이 출범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 조직은 2024년 10월경 여의도에 사무실을 구했다. 일부 민주당 보좌진들이 파견됐다. 이 대표도 이 계획을 직접 주도하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이 계엄 전부터 대선을 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조직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관련기사 [단독] 계엄 전부터 준비…출범 임박 민주당 ‘모두의질문Q’ 임무의 비밀).
민주당은 지역 조직 재정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이 텃밭인 ‘호남 사수 특명’을 받고 내려간 것으로 전해진다. 2월 21일에는 정준호 의원이 광주 북구갑 지역위원회에서 당원 결의대회를 열고 정권교체를 위한 준비와 호남 민심 결집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조기대선 앞두고 민주당 텃밭 요동치나…야권 잠룡들 불붙은 호남 쟁탈전).
민주당 내 여러 특별위원회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문대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해양수산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전진숙 의원을 필두로 보육특별위원회도 발대식을 열었다. 2월 27일에는 경제안보특별위원회 주최로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태년 경제안보특위 위원장이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을 만났다.
민주당 산하 청년 조직도 속속 그 모습을 드러냈다. 2월 23일 전국청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위원회가 발대식을 열었다. 게임특위도 준비 중이다. 강유정 의원과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가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이는 민주당 약점으로 꼽히는 20대 남성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박용진 전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반대파와 연이어 회동했다. ‘개딸(개혁의딸)’로 대표되는 자신의 강성 지지층에게는 반대파에 대한 과격한 언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내 분열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포위 전략, 유권자 재정렬 시도
2월 10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이 대표는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먹사니즘을 넘어 ‘잘사니즘’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필요하다면 보수 정책도 총동원하겠다며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감세 정책을 꺼내며 본격적인 ‘우클릭’ 행보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2월 20일 충남 아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국내 생산에 대한 세액 공제 제도를 새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상속세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상속세 개편안이 입법되면 20대 대선 때 국민의힘이 우세를 보였던 10억~18억 원 아파트 비중이 큰 지역이 혜택을 받게 된다. 마포·용산 등 한강벨트가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에게 표를 줬던 중도층 마음을 돌리려는 노림수다.
집토끼 단속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양새다.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있는 반도체 특별법은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노란봉투법’ 입법에는 힘을 실어줬다. 이 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친기업 행보에 대한 노동조합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극좌정치인’이라고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실질적인 대응 수단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극렬 지지층 눈치에 ‘극우클릭’ 행보를 멈출 수 없어서다. 지도부는 자제하고 있지만, 개별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중도층이 등을 돌릴 만한 강성 발언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에 대해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어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사법리스크·비호감 넘을 수 있을까
이 대표 대권가도가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여러 방송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 실무자다.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2024년 11월 15일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과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부지용도 변경’ 관련 발언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시절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 FC 후원금 의혹’, ‘검사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위증교사 관련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민주당은 낙관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무죄 혹은 벌금 80만 원 선고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유죄가 나오더라도 무죄 추정 원칙이 있다”며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일반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높은 비호감도도 장애물로 평가된다. 한국갤럽이 2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41%로 대선 주자 중 두 번째로 높은 비호감도를 보였다. 1위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45%)이다. 다른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비호감도는 모두 40%를 넘지 않았다.
일단 이 대표의 우클릭 전략은 효과를 보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2월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가 35%로 차기 정치 지도자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선호도를 합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8%, 국민의힘 36%로 나타났다. 중도층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 40%, 국민의힘은 22%로 큰 격차를 보였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