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박근혜·이명박 보수 단합 메시지…비윤주자 한동훈·유승민 타격 관측 반면 중도층 공략 난망 의견도
여기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가세, 윤 대통령 중심으로 뭉치라는 메시지를 최근 잇따라 발신하면서 보수정당 전·현직 대통령들이 ‘보수 감별사’로 등장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여권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 목소리와 함께 ‘극우연대’ 굴레에 갇힐 것이란 비관론이 팽팽한 모습이다.

탄핵소추됐던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현직 대통령 최초로 탄핵심판에 직접 나갔다. 11차례의 변론 중 8번 참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2월 25일 최후 진술에선 150분여 동안 4만 자가 넘는 분량의 발언을 통해 “12·3 비상계엄 선포는 정치적 선택이며 위헌·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고, 야당 폭주를 직격했다(관련기사 “계엄 형식 빌린 대국민 호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진술).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 발언은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됐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2월 25일 전체 발언에서 ‘민주당’ ‘야당’을 68번 내세우며 계엄 선포를 결심한 계기에 야당의 ‘줄 탄핵’과 이른바 ‘입법 폭주’가 있었다고 호소했다. 도를 넘어선 거대 야당에 제동을 걸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계엄을 선포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의 적극적 방어 전략은 유효타였다. 지지층 결집은 물론, 2030 젊은 세대들이 보수층에 가세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기 드문 현상을 이끌어냈다. 전국적으로 릴레이식으로 이뤄져온 탄핵 반대 집회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3·1절 서울에서 열린 초대형 탄핵 반대 집회는 탄핵 찬성 집회 숫자를 압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보다 윤 대통령의 여권 전체 장악력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평이다. 향후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여당에선 윤 대통령과의 동조화 후보가 최종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지배적이다.
3·1절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봤다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박근혜 탄핵은 비록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부패범죄와 연루된 것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직무 수행 도중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층의 탄핵 접근법이 다르다”며 “이런 이유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결집하고 있으며 조기 대선을 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계승자를 선택하려는 보수 지지층의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들까지 ‘대통령 중심으로 뭉쳐서 전진하라’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윤 대통령과 함께 보수 감별사 대열에 동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7명의 여당 지도부가 3월 3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가 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당에 대해 훈수를 뒀다.
박 전 대통령은 “국가 미래를 위해 여당이 단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집권당 대표가 소신이 지나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중심으로 뭉치되 여당 내에서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여의도로 다시 돌아온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2월 17일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나서도 “소수 정당이 똘똘 뭉쳐 대통령이 일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하는데, (당이) 분열이 돼 있어서 참 안타깝더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당이 앞으로는 분열하지 않고 단합과 통합을 통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합쳐야 어려운 정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친윤계, 한동훈 향해 맹공
보수정당 전·현직 대통령들이 일제히 ‘단합’ 메시지를 내고 분열에 대한 경고에 나서면서 차기를 노리는 비윤 주자들이 배신자 프레임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배신의 정치에 대해 줄곧 날을 세워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또다시 분열 조장 세력에 대한 경고장을 날린 것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비윤’ 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뒤를 잇는다.
이 틈을 타 비윤 주자들을 향한 친윤계의 공격이 불을 뿜고 있다.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공세가 집중되는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3월 5일 기자들과 만나 “당을 이렇게 망쳐 놓고 양심이 있어야지, 나라를 이렇게 어지럽게 해 놓고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고 한 전 대표를 몰아세웠다.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는 한 전 대표의 개헌론을 겨냥한 것이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3월 4일 개인 보도자료를 통해 한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부터 대통령 제명과 탈당을 요구하고, 결국 탄핵으로 이끈 사람은 정작 한 전 대표”라며 “그런 그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조기 대선을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고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치적 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 지도자인 양 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불행하게 할 뿐”이라고도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3월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전 대표를 향해 “자유우파 분열 책동을 멈추라”고 쏘아붙였다. 이 도지사는 “한 전 대표는 탄핵찬성 내란주장 등으로 대통령을 배신하고 당대표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막아내야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듯이 자유우파가 똘똘 뭉쳐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절실한 시기임을 명심하고 행동하자”고 했다. 한 전 대표를 윤 대통령에게 사사건건 어깃장을 놔온 보수 단결의 걸림돌로 규정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전직 대통령들까지 보수 감별사로 등판해 미리 컷오프를 시키고 있다”며 “조기 대선이 벌어지면 당내 경선 허들부터 넘어야 하는데 감별사 판단이 먹혀든다면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김문수 장관은 파란불, 한동훈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은 빨간불, 확실한 친윤 행보가 부족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란불이 켜진 셈”이라고 봤다.
#중도층 공략에 독 될라
전·현직 대통령들의 메시지는 일단 지지층 결집엔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여당 내 판단이다. 그러나 야당이 내세우고 있는 ‘극우연대’ 공세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조기 대선이 진행된다면 중도층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걱정도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한국갤럽이 2월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중도층의 정당별 지지율은 국민의힘 22%, 민주당 40%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월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한 결과에서도 중도층의 30.1%는 국민의힘을, 45.8%는 민주당을 지지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당 일각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시급한 판에 두 전직 대통령까지 가세한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예선 통과는 ‘윤심’이 통한다고 치자. 그런데 이걸로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겠느냐”면서 “중도층의 탄핵 찬성 여론 및 민주당 지지율은 갈수록 높아져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짚었다.
“선거를 치러 보면 스윙보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그런데 이들의 표심은 결국 강한 쪽으로 휩쓸려 간다. 뭉치자는 목소리를 내면 중도 확장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지만 일단 보수가 단결을 통해 강해져야 중도가 센 쪽으로 기대고 싶은 심리가 생겨난다. 지금은 보수의 총단결이 우선이다. 경험 많은 전직 대통령들이 이런 차원에서 애정 어린 충고를 내놓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