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이재명 향해 ‘국정공백’ 책임론 공세…되레 “윤석열 탄핵 사유 공고히 했다” 분석도

헌재는 최재해 원장에 대해 “(국가공무원법·국회증언감정법) 법률 위반 사항이 있으나, 헌법질서에 미치는 해악의 정도가 중대하지 않다”며 “국민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창수 지검장 등 검사 3인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 등과 관련해 헌법상 탄핵사유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한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헌재 결정으로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2024년 12월 5일 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지 98일 만이다. 앞서 헌재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기각 만장일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기각 4인·파면 4인)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기각 5인·파면 4인)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기각 만장일치) 등의 탄핵소추에 대해서도 기각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야당은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중 13건이 국회를 통과해 헌재 탄핵심판이 진행됐는데, 선고가 내려진 8건 모두 인용되지 않았다. 당초 민주당 안팎에서는 최재해 원장과 이창수 지검장 등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긴 했다. 이상민 전 장관이나 이진숙 위원장 사례를 보면 헌재가 ‘법률 위반은 있으나 파면 사유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검사 3인의 탄핵심판의 경우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자료를 헌재가 요구했으나,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탄핵소추 사유 증명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3월 13일 “거대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는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넘어 입법독재로 국정마비를 초래하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묻지마 탄핵소추’였다는 게 명백히 확인됐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정당성이 점점 증명되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헌재는 지극히 당연한 결정을 선고했으며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거대 야당의 폭주에 국민을 대신해 엄중히 경고했다. 대통령 변호인단 또한 헌재의 당연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대통령 탄핵도 신속히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의) 탄핵 시도는 헌법과 법률이 아니라 국회 다수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무도하고 무리한 시도였다”며 “헌재 결정은 민주당의 정치적 탄핵 남발에 대해 법의 철퇴를 가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같은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의회 독재가 여실히 증명된 사건”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얼렁뚱땅 애매하게 말하지 말고 8번째 탄핵 기각에 대해 정식으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최소한 민주당은 헌법적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주어진 권한을 과하게 행사했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그 안을 벗어나지 않았다. 불법·위헌 행위를 감행하지는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관련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가 허용하지 않는 행위니 (야당의 줄탄핵과 윤 대통령 비상계엄을) 동일선상에 비교하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건 공직자로서 선서한 헌법수호 의무를 배반하고 헌법에 대항하는 행위”라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언제 임명할 건지, 임명하지 않을 거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최 대행은 국민에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 대행은 3월 14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명태균 특검법은 위헌성이 상당하고,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헌법수호의 막중한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으로서 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최 대행은 2024년 12월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이어받은 이후 두 달 반 동안 8개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윤 대통령보다도 빠른 페이스다.
심우정 총장은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지휘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됐다. 심 총장은 “구속집행정지 즉시항고제는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즉시항고를 해 또 다른 위헌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야권 한 관계자는 “최 대행과 심 총장의 위헌·위법적 행위는 너무나도 뚜렷하다. 그럼에도 연이어 헌재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는 상황에서 또 다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국정공백을 초래했다는 논란을 자초할 필요도 없다”며 “민주당에서 정무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최 원장과 검사 3인에 전원일치 기각 판정을 하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계속 미뤄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도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번 헌재 결정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 측과 극우세력에서는 끊임없이 헌재를 공격하고 압박해왔다. 그러던 중 최근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돼 석방되는 변수까지 발생했다”며 “헌재는 윤 대통령 측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판결 이후 논란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선고일자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히려 3월 13일 탄핵심판 선고를 통해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의 사유를 더 강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 측에서는 줄탄핵이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주장해왔다. 윤 대통령도 2월 25일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거대 야당은 국무위원은 물론이고 방통위원장, 검사, 감사원장에 이르기까지 탄핵하고 탄핵하고 또 탄핵했다. 탄핵 사유가 되는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며 “공직자 줄탄핵은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차원을 넘어, 헌정질서 붕괴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13일 국회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하면서도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순 이상으로 소명됐다. 이 사건 탄핵소추 주요 목적은 헌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거대야당이 설사 줄탄핵을 했더라도,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사유가 안 된다고 정리한 셈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