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거리 미확보 운전자 ‘범칙금 무효소송’ 패소…연소득 26억 원에 비례해 부과, 2년 유예

실제 법정에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이 스위스 변호사는 앞차와의 간격을 불과 8~12m만 뗀 채 시속 약 119km로 최소 2.4km의 구간을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결국 이 운전자에게 하루에 2328달러(약 340만 원)씩 총 50일 분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령했다. 이렇게 막대한 금액이 부과된 이유는 위반자의 과세 소득에 따라 벌금을 계산하는 스위스의 벌금 조항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빈부 정도에 상관없이 체감하는 벌금의 정도가 같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인 것.
예를 들어 벌금이 300달러(약 44만 원)로 고정되어 있는 경우,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이 금액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백만장자에게는 푼돈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스위스에서는 부유할수록 사소한 범죄에도 더 많은 벌금을 지불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때로는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의 가치보다 더 높은 금액의 벌금을 부과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번 사례도 바로 그런 경우에 속했다. 변호사인 이 운전자의 연간 과세 소득이 180만 달러(약 26억 원)인 점을 고려해 책정된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스위스 법에 이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벌금이 무효라고 주장해왔으며, 그 이후로 계속 소송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벌금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에 변호사는 종전 벌금에 더해 현재 추가로 법원 비용 1만 4500달러(약 2000만 원)도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다행히 그가 당장 이 벌금을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니다. 2년간 벌금이 유예된 상태기 때문에 향후 2년 동안 또 다른 위반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