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들 잇따라 브랜드 론칭…회의적 시선 많지만 버터 대체재 마가린처럼 새 시장 형성할 수도

기후 변화로 인한 커피 원두 생산량 감소가 대체커피 시장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커피를 ‘5대 멸종위기 작물’로 지정했으며, 원두 가격은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체육 시장이 기존 육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대체커피 역시 기존 커피의 맛과 향을 구현하면서도 환경적 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커피를 개발하는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 대체커피 스타트업 ‘아토모(Atomo)’가 110억 원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 700억 원을 돌파했다. 같은 시기 한국의 ‘산스(SANS)’와 싱가포르의 ‘프리퍼(Prefer)’도 공식 론칭하면서 대체커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글로벌 대체커피 시장에서는 네 개의 주요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아토모(ATOMO)는 대추씨, 치커리뿌리, 포도껍질, 해바라기씨껍질 등을 원료로 사용해 천연 카페인을 구현했다고 한다. 네슬레가 투자한 페로(PERO)는 보리, 맥아보리, 치커리, 호밀을 활용하며, 미국 소비재 성장 1위 기업 MUD/WTR은 시나몬, 민들레씨, 강황 등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컴파운즈푸드는 커피 체리를 활용한 독특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아토모나 MUD/WTR이 그나마 시판 제품을 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개발한 대체커피는 기존 커피 원두 대비 탄소 배출량을 93%, 물 사용량을 94% 줄이는데 성공했다. 한국의 대체커피 시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웨이크(WAKE)가 론칭한 ‘산스(SANS)’ 브랜드는 글로벌 최초로 오프라인 매장을 종로구 익선동에 냈다.
국내 브랜드 산스는 글로벌 최초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타이틀답게 국내외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언론 및 각종 방송에 소개됐고 중국 CCTV, 독일 프로지벤 등 해외 방송국 등에서 보도됐다. 산스를 운영하는 김경훈 웨이크 대표는 “대체커피라는 소재에 전 세계에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매장 오픈 이후 취재 요청이 다양한 곳에서 와서 놀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체커피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과거 출시된 아토모 등 대체커피 제품이 보리차와 비슷한 맛이었다는 소비자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커피 원두 없이 커피 맛을 구현할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커피 기업이 대체커피 시장에 뛰어들 때는 혼합 방식을 접목하기도 한다.

'일요신문i'는 대체커피 브랜드 3곳(아토모·산스·블루보틀) 제품을 구매해 직접 시음해 봤다. 아토모는 온라인 판매되는 제품을 직구로 구해서 마셔봤다. 아토모는 콜드브루 대체커피가 캔 형태로 출시됐으며, 부드러운 맛을 구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마셔본 결과 끝맛에서 한국의 갈근차와 유사한 향이 남았다. 커피보다는 한약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한 바리스타는 “아토모가 궁금해서 마셔봤는데, 실제 커피와 거리가 있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산스는 아메리카노 스타일과 유사한 대체커피다. 산스는 12가지 원료를 발효해 복합적인 산미를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산스 커피는 스타벅스와 같은 쓴맛이 강한 프랜차이즈 커피들과 뚜렷하게 구별됐다. 풍미가 풍부한 스페셜티 드립 커피와 비슷한 맛으로, 커피의 쓴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쓴맛을 선호하는 커피 애호가들은 밍밍하거나 차에 가깝다고 느낄 듯했다. 다만 산스 라떼는 기존 커피와 구별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블루보틀이 출시한 '놀라 플로트'는 대체커피가 주축은 아니다. 이 제품은 기존 커피 브랜드가 대체 커피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그 관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놀라 플로트는 아이스크림과 우유의 조화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지만, 여전히 커피 원두를 50% 사용해 완전한 대체커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이스크림의 단맛으로 인해 커피 본연의 맛을 구분하기 어려웠으며, 대체커피보다는 우유와 아이스크림의 풍미를 즐기기에 더 적합한 제품으로 느껴졌다.
현재 커피 시장 규모는 국내 약 17조 원, 글로벌 약 600조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커피 생산 감소, 원두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의 문제로 업계가 변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물론 대체커피가 기존 커피 문화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커피 애호가들은 여전히 대체커피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또한 기존 커피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신생 대체커피 스타트업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거 버터 대체재로 개발된 마가린이 결국 버터 시장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한 사례처럼, 대체커피 역시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대체커피가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칠지, 커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 시장 반응에 달려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