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R114’ 사업 일부 넘겨받아 그룹 내 역할 커질 듯…정 교수 AI 분야 전문성 살려 ‘경영 연습’ 가능성

이번 합병을 통해 HDC는 부동산R114의 자회사 ‘미래비아이’가 보유한 판교오피스 등 부동산을 관리하게 되며 부동산 데이터베이스(DB) 등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은 HDC랩스로 이관된다. 이 같은 내용의 합병절차가 오는 4월 30일 마무리된다.
HDC랩스는 기존 영위하고 있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역량과 부동산R114의 DB를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HDC는 “부동산R114가 보유한 방대한 부동산 데이터로 고객 중심 AI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전환을 본격화하는 성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DC랩스는 부동산R114 사업부문 인수로 그룹 내 역할뿐 아니라 매출도 커질 전망이다. HDC랩스의 지난해 매출은 6288억 원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처럼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AI를 적용해 △홈서비스 △건설솔루션 △부동산종합관리 등 그룹의 디지털 전환 관련 미래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HDC랩스가 더욱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준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있다. 재계에서 정 교수는 HDC랩스를 통해 경영 일선에 등판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물이다.
정준선 교수는 전문 연구 분야 측면에서 HDC그룹 내 AI 등 관련 사업을 맡고 있는 HDC랩스와 연관성이 있다. 정 교수는 2021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하며 AI와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 교수가 전문성을 발휘하기에 HDC랩스가 좋은 조건을 갖춘 회사다. 정 교수가 HDC랩스에 입사해 경영 능력을 입증하면 향후 승계작업을 진행할 때 잡음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HDC랩스 지배구조도 눈길을 끈다. 유력한 차기 총수로 거론된 바 있는 정준선 교수가 지주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가 HDC랩스다. 정 교수가 HDC랩스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월이다. 5개월 동안 15차례에 걸쳐 HDC랩스의 지분을 늘려왔다. 정 교수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13만 주(0.50%)다.
정준선 교수가 지분 매입 후 지주사 HDC가 HDC랩스 지분을 늘리기 시작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의무지분율은 30%다. HDC가 매입하기 전 보유하던 HDC랩스 지분은 39.05%로 의무지분율을 한참 넘긴 수치였다. HDC가 지분을 매입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해 39.99%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3월 기준 HDC랩스 주주현황을 보면 HDC가 지분 39.9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정몽규 회장이 18.32%를 보유해 2대주주다. 이어 정몽규 회장의 개인회사 엠앤큐투자파트너스가 지분 3.88%를 보유해 3대주주 자리에 있다. 정준선 교수 지분까지 합치면 62.69% 수준으로 오너 일가 우호 지분이 과반이다.

정준선 교수가 HDC랩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도 관심이 쏠린다. 정몽규 회장이 보유한 HDC랩스 지분을 정 교수에게 증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와 관련해 HDC관계자는 “정준선 교수의 지분 확보는 개인적인 부분이어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준선 교수의 지분 확보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교수는 1992년생으로 그룹을 승계받기엔 어린 나이인 데다 아직은 교수직 등 학계에서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교수는 2021년 정 회장에게서 아파트를 증여받을 때 27억 원 상당의 세금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지난해 보유 현금으로 HDC랩스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한 바 있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거나 증여받기엔 당장은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정준선 교수는 교수직 수행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산학 협력 연구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정 교수는 HDC랩스와 산학협력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회사를 종종 방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HDC랩스 관계자는 “정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HDC랩스에 출근해 기술연구 교육 등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