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권 행보, 대미 관세 협정 속도전 출마 포석…국힘 경선후보들 가능성 열어놨지만 여론은 부정적

한덕수 대행은 아직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대행은 4월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에 “노코멘트”라며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 대행은 당초 대권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최근 정국 상황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은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4월 15일 광주 기아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다음날은 울산을 찾아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초계함에 탑승하고 결식아동을 돕는 식당 주인을 격려했다. 23일에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았다. 사실상의 대선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과 미국 간 ‘2+2 통상협의’가 시작됐다. 한국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양국 대표로서 협의를 이끌었다.
한 대행은 이번 통상협의에 빠른 합의 성과를 이끌어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오늘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르면 다음주 양해에 관한 합의에 이르러, 다음주부터 기술적인 조건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일찍 도착했고 자신들의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다. 우리는 그들이 이를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한 대행의 시정연설 이후 한 대행을 향해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과 답변,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처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12·3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하다.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할 시점으로,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권 일각에서는 관세 협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덕수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4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과 국회가 결단해 한덕수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즉각 추진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당내에서 한덕수 대행 탄핵안은 이미 써놓았다. 탄핵해야 할 상황이 오면 발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자칫 한 대행 측 전략에 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거대 야당의 연이은 탄핵으로 탄압받는 상황에서 자진사퇴해 대권에 도전하는 서사를 만들어줘 대선 출마를 돕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대미 관세 협정을 서두르는 것도 야당의 탄핵 추진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라는 분석도 뒤를 잇는다.

당초 김문수 후보를 제외하고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후보는 한덕수 대행과의 대선후보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이에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후보로 선출되는지를 보고 난 후 한 대행이 출마 선언을 미루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도 최근 태도를 바꾼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 후보는 4월 23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한덕수 대행이 권한대행을 사퇴하고 출마하면, 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더라도 ‘반이재명 빅텐트’ 단일화 협상의 길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후보 역시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빅텐트 가능성을 열어놨다. 안철수 후보는 채널A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같으면 모두 다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만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 대행과 국민의힘 후보 간의 단일화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시선이 팽배하다. 야권 한 관계자는 “빅텐트 단일화는 사실상 한덕수 대행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양보하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대선후보가 됐는데, 단일화에 나선다는 것은 당원들의 마음을 무시하는 게 될 수 있다”며 “당내 경선을 거쳐 얼마나 어렵게 얻어낸 대선후보직인데 쉽게 양보할 수 있겠냐. 김문수 후보도 막상 최종후보로 선출되면 단일화에 반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경선 후보들이 단일화에 입장을 열어둔 것은 경선에서 보수 지지층에 표를 받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이어진다.

이어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4월 14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한 대행은 15.8%로, 12.5%를 보인 김 후보를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459명만 따로 분류해서 보면 한 대행과 김 후보 지지율은 각각 28.2%와 18.2%로,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하지만 이후 지지율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4월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 ‘대선 양자대결’에서 △이재명 56%-김문수 35% △이재명 52%-안철수 35% △이재명 52%-한동훈 36% △이재명 52%-홍준표 38% △이재명 53%-한덕수 38%를 기록했다. 한 대행이 국민의힘 후보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특히 국민 절반 이상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한 견해’ 질문에 응답자의 54%는 ‘출마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무소속 출마 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는 29%, ‘무소속으로 출마해 완주해야 한다’ 8%를 기록했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최종 후보는 오는 5월 3일 결정된다. 대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은 5월 4일이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의 한 대행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