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클럽’ 알힐랄에 패해 아챔 4강 좌절…올 시즌 앞두고 주요 전력 이탈에도 K리그1서 상위권 경쟁

비록 8강에서 대회를 마치게 됐으나 광주의 도전에는 박수가 쏟아졌다. 2부리그에서 승격한 직후인 2023년 최종 리그 3위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낸 것부터 의외의 일이었다. 대회 성적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광주의 도전은 첫 경기부터 놀라움을 자아냈다. 직전 시즌 J리그 준우승팀 요코하마 F 마리노스를 상대로 7-3 대승을 거둔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광주가 국제무대에서 선보인 적이 없기에 상대가 대비가 덜 된 것으로 보였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는 마케도니아 국가대표 소속 아사니의 날카로운 왼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8강이 마무리된 시점까지 아사니는 대회 9골로 득점랭킹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이후로도 광주의 선전은 이어졌다. J리그 디펜딩 챔피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게도 승리를 거뒀다. 말레이시아 우승팀 조호르 다룰 탁짐, 중국의 상하이 선화 등을 잡아냈다. 결국 광주는 리그 스테이지 최종 4위에 오르며 토너먼트로 향했다.
대회에 함께 나선 포항과 울산은 16강에 오르지 못했기에 성적이 더욱 도드라졌다. 16강 진출은 K리그 시도민구단 역대 최고 성적과 타이였다. 충분히 박수를 받을 성적이었다.
실제 광주는 16강에서 대회를 마치는 듯했다. J리그 강호 비셀 고베를 만나 적지에서 0-2로 패했기 때문이다. 탈락이 눈앞에 둔 상황, 광주는 홈에서 2-0 스코어를 만들었고 연장전에 돌입해 결국 3-0 승리를 낚아챘다.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0-7 대패로 8강을 마쳤으나 그럼에도 광주를 향한 박수는 쏟아졌다. 상대는 '유럽 올스타'를 방불케 하는 팀이었다. 알렉산더 미트로비치,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칼리드 쿨리발리, 주앙 칸셀루 등 포지션을 막론하고 최근까지도 유럽 빅리그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자원들이 즐비했다. 축구 데이터 정보 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알힐랄의 선수단 가치는 약 2933억 원, 반면 광주는 약 140억 원이었다.
세계적 이름값의 스타들을 상대로 뒤로 물러설 법했으나 광주는 강하게 맞부딪혔다. 짧은 패스를 시도하고 공격에 나서며 평상시의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예상치 못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를 지켜본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아마 많은 팀들이 알힐랄을 만나면 수비라인을 내리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광주와 이정효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면서 "계속해서 만회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다가 많은 실점이 나온 것이다. 분명 개인 기량 차이에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용감하게 싸웠다는 부분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처음으로 나선 챔피언스리그가 끝나면서 도전의 한 단락이 마무리된 모양새다. 광주는 2021시즌 1부리그에서 강등을 경험한 이후 이정효 감독 부임과 함께 지속적으로 고공행진을 펼쳐왔다. 2022시즌 역대 최단 기간 내 K리그2 우승을 확정 지어 K리그1로 향했다.
다수가 고전을 예상한 승격 첫 시즌, 광주는 시즌 내내 돌풍을 이어가며 3위에 올랐다. 한 때 리그 선두를 위협할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리그 3위 등극에 따라 2024시즌에는 '큰 무대(챔피언스리그)'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반기에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탓에 최종 리그 순위는 전년에 비해 떨어졌다. 광주는 2024시즌 최종 리그 9위를 기록했다.
리그를 중하위권으로 마무리한 시즌, 그럼에도 스포트라이트는 이어졌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연이어 '대어'를 낚아내는 행보를 보인 덕분이다.
시즌을 거듭하며 광주를 향한 기대감은 커졌다. 이들은 2022시즌 승격, 2023시즌 상위권 도약, 2024시즌 챔피언스리그 활약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번 시즌 상반기에는 기어코 '파이널 스테이지'로 불리는 8강 무대까지 밟았다. 결국 승격부터 이어져 온 '광주 드라마'의 한 시즌이 끝을 맺었다.

시즌 1은 끝났지만 드라마는 계속된다. 2025시즌 역시 광주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이번 시즌 개막 이전 광주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각 포지션마다 핵심 선수들의 이탈이 많았던 탓이다. 꾸준히 '중원 에이스' 역할을 맡아주던 정호연이 미국 미네소타로 진출했다. 또 다른 핵심 자원 이희균과 허율은 나란히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최전방을 맡아주던 이건희가 제주로 이적했고 측면에서 공격 활로를 뚫어내는 두현석이 군 복무를 위해 팀을 떠났다. 이들 모두 2부리그 시절부터 광주 드라마에 함께 해온 일원들이다. K리그의 재정 건전화 제도(FFP)를 준수하기 위해 이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주축 자원들이 줄줄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구단 사정상 만족스러운 보강이 이뤄지지 못했다. 새롭게 광주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2부리그 출신이거나 신인급 선수들이 다수였다. 그렇지 않으면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베테랑 선수들이었다.
그럼에도 광주는 이번 시즌 초반,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상위권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K리그1 10경기에서 단 2패만을 기록했다. 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는 전북, 김천, 대전을 상대로 모두 승점을 따냈다. 최근에는 '난적' 서울까지 잡아냈다.
승격 이후 팀을 떠났다 다시 돌아온 헤이스는 4골을 넣으며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박태준과 오후성은 올 시즌 핵심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힘입어 광주는 예상과 달리 지난 시즌에 비해 순위가 높다.
이 같은 광주의 예상 밖 활약은 매 시즌 반복돼 왔다. 3년 전 승격 당시에도 선수단 일부가 팀을 떠났다. 1부리그 3위 등극 당시에도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순민 등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광주는 어려움을 극복 해왔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은 광주가 정말 어려울 것으로 봤다. 잘해오던 선수들을 부자구단들이 잘하는 선수들을 '박박' 긁어갔다"면서 "그런데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인다. 2년 전부터 광주가 소위 말해 '떴다'고 볼 수 있는데, 올 시즌을 더 칭찬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력 약화가 예상되는 와중에도 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정효 감독의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알힐랄전 이후 "선수들에게 많은 칭찬 보내줬으면 좋겠다. 감독인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지난 3년 동안 성과를 내왔지만 광주의 전력은 여전히 약팀으로 분류된다. 광주의 선수단 가치 140억 원은 K리그1 내 8위의 규모다. 전북(약 309억 원), 서울(약 277억 원) 등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그럼에도 상위권 경쟁에 나서며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번 시즌이 마무리될 시점, 그간 드라마를 만들어 온 광주가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