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조명, 낡은 가구, 청소 용품, 향초 등이 안구건조증·두통·인후통 등 증상 유발 주의해야
혹시 이런 경험이 있다면 어쩌면 원인은 집안에 있을 수 있다. ‘항상 피곤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일 경우 더더욱 집안의 어떤 특정 환경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집안의 인테리어와 가구 선택이 피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증거가 점점 더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도 있다. 이름 하여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이다. 이는 특정 건물 안에 있을 때면 피로감부터 콧물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딱히 한 일이 없는데도 늘 피곤하다면 ‘건물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내 집안에 어떤 환경이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걸까.
‘건물 증후군’과 관련된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안구건조증, 두통, 인후통 등이 있다. 무엇보다 해당 장소를 벗어났을 때 증상이 호전된다면 더욱 의심해 볼 수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실내 환기 불량, 카펫, 가구, 청소용품에서 배출되는 공기 중 오염 물질, 곰팡이나 습기, 조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에 더해 가구가 제대로 배치되어 있지 않아 비좁고 어수선한 환경 역시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해 이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건물 증후군’은 보통 개방형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과학자들은 이제는 집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예컨대 오래된 가구, 조명, 심지어 향초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천장의 조명이 너무 밝다

또한 대부분의 LED 전구는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청색광(블루라이트)을 발산하며, 강한 명암 대비와 그림자 때문에 눈에 부담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밝은 조명 아래서 시간을 보내면 저녁이 돼도 우리 몸이 여전히 활동할 시간이라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즉, 깨어 있어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가 몸에 계속 전달되기 때문에 각성 상태가 지속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휴식 시간이 방해를 받고, 이는 결국 육체 및 정신적 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
청색광과 파장이 더 긴 녹색광에 각각 6.5시간 동안 노출됐을 때의 영향을 비교 분석한 하버드대학의 연구 역시 이를 증명했다. ‘임상 내분비학 및 대사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청색광은 녹색광보다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약 두 배 가까이 더 오래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토닌 호르몬은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며, 수면과 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조명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를 설치하거나, 조명을 교체하거나 혹은 보조 스탠드 램프를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매트리스 교체 주기가 지났다
너무 오래 사용했거나 몸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할 정도로 푹 꺼진 매트리스는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의 몸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런 매트리스에서 잠을 자면 비록 푹 잔 것처럼 느껴져도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밤새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거나, 아침에 몸이 뻣뻣한 상태로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실제로는 밤사이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 오히려 더 피로가 쌓일 수 있다.
매트리스 업체 ‘심바’는 이에 대해 “몸을 받쳐주는 적절한 지지력이 없으면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오히려 매트리스로 인해 허리와 목에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단지 밤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온몸에 통증이 있거나, 뻣뻣한 상태로 일어나게 된다. 그 결과 개운하기 보다는 피곤한 상태로 눈을 뜰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수면 전문 자선단체인 ‘슬립 카운실’이 권장하는 매트리스 교체 주기는 7~8년 정도다. 또한 수면 건강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적정 수면 시간은 최소 7시간이다. 가능한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것처럼, 수면 습관 역시 일정한 패턴을 유지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몸에 안 좋은 향초를 사용한다

이는 향초를 태울 때 발생하는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화합물은 모두 국제적으로 인정된 발암 물질에 속한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향초를 태우면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때로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준치를 초과하기도 한다. 이렇게 발생한 초미세 입자들은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경우는 향의 지속력을 높이기 위해 화학 물질인 프탈레이트가 사용된 향초를 태울 때다. 프탈레이트는 호르몬 교란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생식기 건강이나 발달 장애와 특히 관련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천연 재료로 만든 향초나 디퓨저나 에센셜 오일 등 건강에 덜 해로운 대안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커튼을 친 채 생활한다
낮 동안 햇빛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에 따라 생체 리듬이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요컨대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으면 생체 리듬(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우리 몸에 내장된 시계)이 깨져서 무기력한 상태가 유발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채광이 적은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광선치료 램프’를 사용할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라도 생체주기 리듬을 재조정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옥스퍼드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저명한 생체 리듬 전문가인 러셀 포스터 교수는 “햇빛은 생체 리듬을 맞추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아침에 쬐는 햇빛은 우리 몸이 일찍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역시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가령 자연광에 더 많이 노출된 사무실 근로자들은 인공조명 아래서 일하는 근로자들에 비해 수면 시간이 더 길고, 수면의 질과 삶의 질도 더 좋았다. 이 경우 창문이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창문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보다 173% 더 많이 자연광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하루 평균 46분 더 많은 수면을 취했다.
다시 말해 아침에 자연광을 충분히 받기만 해도 피로감이 줄어들고 하루를 더 활력 있게 시작할 수 있다.
#가전제품 사용 시간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유럽 인구의 40%가 집안에서 55dB 이상의 소음에 늘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시끄러운 사무실 수준의 소음에 해당한다. 가령 세탁기의 평균 소음 수준은 70dB이며, 냉장고는 약 50dB, 믹서기는 경우에 따라 최대 90dB까지 소음을 발생한다.
이와 관련, 런던 퀸메리대학교의 정신의학 교수인 스티븐 스탠스펠드는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면 심박수가 올라가고 혈압이 상승한다. 또한 피로, 스트레스, 심장마비, 심지어 뇌졸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가전제품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소음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거나, 필요하다면 귀마개를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내 환기가 안 된다
향초만이 실내 오염 물질(VOCs)을 방출하는 건 아니다. 영국 서리대학교의 프라샨트 쿠마르 박사에 따르면, 요리, 페인트, 광택제, 곰팡이 포자 등도 VOCs의 주요 발생 원인이다. 심지어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실내 공기가 외부 공기보다 더 오염되는 경우도 있다.
실내 미세먼지는 단기적으로는 피로감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기침이나 재채기, 또는 눈, 코, 목, 폐의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천식, 만성 기관지염, 심지어 폐암의 위험도 높일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오염원을 줄이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키고, 요리할 때는 환풍기나 후드를 작동해야 한다. 또한 오염 물질을 적게 방출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합성 향료가 든 제품은 피하는 게 좋다.
이렇게만 해도 실내 공기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