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나서 ‘대국민 사과’했지만…더딘 유심 교체 속 집단소송·불매운동 움직임도
[일요신문] 4월 22일 해킹으로 인한 악성코드 감염으로 SK텔레콤(SKT) 고객 다수의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SKT는 유심보호서비스 자동가입을 비롯해 유심 무상 교체에 나서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SKT 대응에 실망한 고객들의 이탈 규모가 커지고 있고, 집단소송 및 불매운동 등 단체행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어렵사리 지켜내고 있는 SKT 시장점유율 40%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SK텔레콤 로밍센터에서 출국자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4월 SKT에서 KT로 옮긴 고객, 전월 대비 149% 증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4월 SKT에서 KT, LG유플러스로 옮긴 고객은 각각 9만 5953명, 8만 60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각각 149%, 85% 증가한 수치다.
SKT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가입마저 중단된 상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1일 유심 부족이 해소될 때까지 신규 모집을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SKT는 이에 따라 5일부터 전국 직영점·대리점을 비롯해 온라인을 통한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신청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대신 유심 교체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해킹 사태 여파로 이탈자가 많아지고 신규 유입마저 끊기면서 10년째 지속된 SKT의 40%대 시장점유율이 무너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기부의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SKT 휴대전화 이용자 비율은 2019년 12월 42.9%(2409만 3771명)에서 2025년 2월 40.5%(2309만 9839명)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SKT가 타 통신사로 번호이동 시 위약금을 면제해줄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만약 위약금을 전면 면제한다면 가입자 이탈이 더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SKT의 귀책사유로 해킹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용약관에 따라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을 면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5월 6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 3사는 2015년 고객 귀책 여부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위약금을 부과하는 약관을 운영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관법 위반 판단을 받고 자진 시정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회 과방위로부터 5월 8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 출석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준비를 위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와의 한미 통상 관련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대신 전날인 7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날 서울 중구 SKT 본사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고객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을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 뼈아프게 반성한다”며 “질책 받는 게 마땅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위약금 문제 관련해서 최 회장은 “SKT 이사회가 논의 중이고 논의가 잘 돼서 좋은 해결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저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 드릴 말씀이 여기까지다”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SK텔레콤 이용자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고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더딘 유심 교체…집단소송·불매운동 움직임까지
SKT의 대처를 두고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SKT는 ‘유심보호서비스’ 이용을 권장했지만 4월 28일 16만여 명이 몰리며 온라인 접속이 불가능해 가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4월 30일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서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SKT는 이틀 뒤인 5월 2일부터 자동 가입을 순차적으로 적용했다.
SKT는 지난 5월 6일 기준 해외 로밍 등의 이유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이 어려운 100만 명을 제외한 모든 가입자에 대해 자동 가입을 완료했다고 5월 7일 밝혔다. SKT망 알뜰폰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총 2411만 명이다. 또 유심보호서비스와 로밍 중복 이용이 가능한 ‘유심보호서비스 2.0’을 오는 5월 14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심교체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지난 5월 7일까지 유심교체를 완료한 SKT 회원은 115만 명이다. 유심 교체 예약자는 아직도 800만 명가량 남았다. SKT 측은 재고와 인력 부족 등 물리적 한계로 인해 속도를 올리기가 어려우며, 5월 중순 이후에나 유심 업체로부터 일정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유심 무상 교체는 전국 2600여 직영·대리점에서만 가능하다. 통신 3사 가입 업무를 모두 처리하는 판매점에는 유심 무상 교체가 불가능하다. SKT가 판매점과 협조해 무상 교체 인프라를 확대하고 추후 유심 비용을 돌려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성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고문은 “전국에 판매점 수는 1만 8000여 개로 고객 입장에서도 접근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라며 “불안감에 빠진 나머지 웃돈을 주고서라도 판매점에 방문해 빠르게 유심을 교체하려는 소비자도 있다. 인력·인프라가 부족하다면 협조를 요청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SKT 소비자들 사이에서 집단소송 및 불매운동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네이버에 개설된 ‘SK텔레콤 개인정보유출 집단소송카페’는 집단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는 동시에 불매운동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 기준 5만 5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집단소송·SKT 불매준비 의사를 밝혔다. 노바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대건, 법무법인 (유)로고스, 법무법인 다산 등 법조계에서도 집단소송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 SKT 관계자는 “판매점에서 유심 무상 교체와 관련해 계약상 의무가 없으며, 영업 방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협조 요청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민관합동조사단의 해킹 조사 결과가 아직 안 나왔기 때문에 단체 소송 경과는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KT, 일부 부서 영업예산 확대
최근 KT서부광역본부 일부 부서에서 영업예산(영업활동비) 확대하며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진행되는 것이 확인됐다.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KT 본사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KT 직원인 A 씨는 “서부광역본부에서 토탈영업TF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정의 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가족·지인에게 휴대전화를 판매하면 1대당 영업예산을 1만 원씩 늘려주겠다는 방침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타 부서도 포함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토탈영업TF는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규 자회사 전출 또는 희망퇴직 미신청 인원으로 꾸려진 유통 영업·기술 영업 조직이다. 이번 프로모션 강화를 두고 영업 능력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토탈영업TF 직원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있다.
KT 관계자는 “본사가 기획한 프로모션은 절대 아니며, 예산 규모 상 광역본부 차원에서도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5월 근무 영업 일수가 다른 달 대비 적기 때문에 영업 독려하는 차원에서 부서 예산 지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