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판 유감’서 ‘사법 독립 침해 유감’으로 분위기 변화 조짐…민주당 숨 고르기 나설까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선고한 것에 대해 ‘아쉽다’는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도, ‘민주당의 사법부 흔들기가 선을 넘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대법원이 “당선이 되더라도 향후 재판은 각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밝힌 만큼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법원과 ‘갈등’이 불거질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이 지난 5월 1일 이재명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하면서 사법부 압박에 나섰다. 대법원의 판단이 정치에 개입한 행위라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 등 대법관 12명과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채택된 증인들은 모두 청문회에 불참했다. ‘대법원 판결 과정 경위와 절차의 적정성 등을 따지려는 자리인 만큼 법관이 참여하기 부적절하다’고 불출석 이유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국회에서 요청한 전원합의체회부 회의록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도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거부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이런 결정을 강도 높게 성토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민주당)은 “이런 몇 줄짜리 불출석 사유서는 보다 보다 처음”이라며 “그 오만함이 참 대단하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한 대법관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도 “법원 구성원들마저 사퇴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대법원장님은 사퇴 의향이 없느냐”고 압박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들이) 수사를 받는 그런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다고 하면 누구도 자유롭게 소신껏 권력에 대항해서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석호 변호사는 증인으로 출석해 “조 대법원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대법원 판결의 타당성을 헌법재판소에서 따지는 4심제, 대법관 증원 등 사법부 압박용 법안도 진행시켰다. 국회법이 규정한 ‘상임위 상정 전 숙려 기간 15~20일’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표결로 상정을 밀어붙였고, 현재 법안들을 전부 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민주당은 다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재명 후보도 지난 14일 경남 창원에서 “내란 수괴뿐만 아니라 지금도 숨어서 끊임없이 2·3차 내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을 다 찾아내서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그 법정은 깨끗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에 힘을 보탰다.
#뭉치기 시작한 법원
대법원의 대선 한 달여 전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단에 공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주옥 부장판사가 내부망에 “개별 사건의 절차와 결론에 대하여 대법원장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있느냐”며 대법원장 사과와 사퇴를 주장하는 등 비판글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잇단 공세에 반발감이 커지고 있다. 익명의 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대법원의 판단도 아쉬움이 있지만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려는 듯한 민주당의 발언과 입법안들에 대한 우려감이 더 커지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시기나 절차를 놓고 아쉬움은 있지만 판사의 판단이 각기 다를 수 있기에 삼심제를 하는 것인데 이를 흔들려는 듯한 민주당에 대한 판사들의 우려가 더 크다”고 귀띔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면 몰라도 대법원의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게 삼권분립의 의미 아니냐”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법관대표들은 오는 26일 ‘대법원 판결로 촉발된 사법 신뢰 및 재판독립 침해 우려’ 회의를 열기로 했는데, 앞선 중앙지법 판사는 “판사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당초 ‘대법원 재판 유감’을 표명하던 분위기에서 최근에는 ‘민주당의 사법 독립 침해 유감’으로 분위기가 조금 더 쏠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이런 사법부 분위기를 감지한 듯하다.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 출신인 이석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15일 조희대 특검법 추진에 대해 “민주당은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특검법이나 탄핵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국민은 헌법의 정신에 의해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면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역시 26일 법관회의 결과를 보고 대응 방향을 다시 논의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던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유흥주점 향응 의혹’도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등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시즌2’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