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부 강등 위기 겪었지만 올 시즌 선두 싸움…포옛 부임 후 공수 밸런스 탄탄, 어수선한 분위기 수습

전북은 최근 K리그1에서 가장 좋은 기세를 보이고 있는 팀이다. 개막 초반 2연패로 리그 10위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3월 중순부터 패배가 없다. 12경기 연속 무패행진이다. 코리아컵을 더하면 무패 기간은 14경기로 늘어난다.
한때 10위로 떨어졌던 순위는 어느덧 선두 싸움을 하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시즌 초반 기세가 좋았던 대전 하나시티즌과 함께 선두 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공수 밸런스에서도 빼어난 모습을 보인다. 16경기를 치른 5월 29일 기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24골)을 기록했고 가장 적은 실점(11골)도 기록 중이다.
팀이 좋은 모습을 보이자 선수들 개개인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 3월 A매치 기간에 전북은 단 한 명의 국가대표 선수도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6월 A매치에는 김진규, 박진섭, 전진우 등 3명의 선수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연령별 대표팀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7명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특히 측면 공격수 전진우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띈다. 개막전부터 골맛을 본 그는 팀의 연패 이후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차곡차곡 쌓인 포인트는 어느덧 11골이 됐다. 국가대표 공격수 주민규를 따돌리고 리그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전북의 상승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난 시즌 2부리그 강등 위기를 겪는 등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전북은 누구나 인정하는 K리그 내 명문이었다.
2009시즌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달성한 이래 통산 9회 우승 기록을 남겼다. K리그 전 구단을 통틀어 최다 우승 기록이다. 이에 더해 2017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리그 5연패에 성공했다. 이 또한 최다 연패 기록이다.
5연패 이후 거짓말처럼 구단의 내리막이 시작됐다. 2022시즌 승점 3점 차로 울산 HD에 우승을 내줄 때만 하더라도 내리막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2023시즌에는 더한 부진이 이어졌고 이에 책임을 지고 김상식 감독이 시즌 중 사퇴했다.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됐고 리그를 4위로 마무리했다. FA컵 결승에 올랐으나 패배를 면치 못하며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가 없는 시즌을 맞았다.
더 이상의 부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던 2024시즌에 전북은,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었다. 전지훈련부터 팀과 함께한 페트레스쿠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힘을 쓰지 못했다. 4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 자진 사퇴로 팀을 떠났고 대행 체제를 거쳐 김두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반전은 없었다.
시즌 중 테크니컬 디렉터(박지성→마이클 김), 주장(김진수→박진섭)까지 교체하는 시도를 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결국 K리그 승강제 도입 이후 구단 역사상 최저 성적인 10위를 기록했다. 2부리그 강등 여부를 가리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고서야 가까스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치르고 난 직후, 어느 정도 전북이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모습은 기대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시즌 대비 현재 전북의 달라진 점은 사령탑이다. 구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우루과이 출신이자 잉글랜드, 스페인 등 빅리그 지휘봉을 잡은 경험이 있는 거스 포옛 감독을 선임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이전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 올렸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포옛 감독은 기존의 몸값, 경력, 명성에 연연하지 않는 선수 기용을 선보인다. 시즌 초반 자신만의 선발 자원이 정해진 듯했으나 팀이 흔들리자 수정을 가하는 유연함도 보였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베테랑 중앙 수비수 홍정호의 중용을 주요 포인트로 짚었다. 그는 "수비에서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자원이 홍정호다. 지난해에는 부상도 있었고 출전이 많지 않았는데 홍정호가 돌아오면서 팀이 수비부터 안정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홍정호 복귀와 함께 연쇄작용도 있었다. 그는 "홍정호가 선발로 들어가면서 수비진에서 뛰던 박진섭이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박진섭도 잘할 수 있는 위치에 기용되고 있다. 강상윤, 김진규까지 더해져 미드필더 조합이 좋다. 포옛 감독이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7일 전북의 대구 원정경기 현장에서 만난 한 축구계 관계자는 "현재의 성적이 전북이 원래 가진 전력"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이전부터 체급이 높은 팀 아닌가"라며 "지난 2년 정도가 문제였던 것이지 이번 시즌은 원래 모습으로 복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윤 해설위원도 "전북이 어려울 때 축구 외적인 잡음도 있었다. 포옛 감독이 전술적인 능력도 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잘 수습했다"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6월, K리그는 A매치 기간을 맞아 휴식기에 돌입한다.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팀들은 훈련 등을 통해 만회하는 기회로 삼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포옛 감독은 '휴식(Rest)'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특별한 변화는 시도할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반면 이상윤 해설위원은 한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 과제는 출전 빈도가 현저히 떨어진 이승우였다. 이 해설위원은 "전북이 확실한 우승 후보로 올라서려면 그 마지막 카드는 이승우라고 본다"며 "분명 이승우는 시즌 초반 기회를 받았지만 본인이 살리지 못했다. 확실한 실력을 가진 선수다. 전북이 어떻게 이승우를 되살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