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한 마음은 있다…FC 서울 계속 응원해달라”

기성용은 2006년 팀에 입단, 2009시즌까지 서울에서 활약했다. 2007시즌 데뷔 이후 스타플레이어로 등극했다. 2008시즌에는 당시 최연소 K리그 베스트11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0년부터 유럽 생활이 시작됐다. 스코틀랜드 셀틱을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스완지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스페인으로 갔다가 FC 서울로 복귀했다.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그에게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같은 이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기성용의 이적 소식에 팬들은 즉각 반응했다.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GS챔피언스파크 등지에서는 근조 화환이 늘어섰고 트럭시위가 진행됐다.
이에 더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순간, 기성용과 직접 작별을 하기 위해 훈련장 앞에는 팬들이 몰렸다. 오후 내내 훈련장 입구를 지키고 서있던 팬은 "구단에 대한 무언의 시위, 그리고 기성용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팬들은 저마다 기성용의 이름의 새겨진 유니폼을 대거 챙겨왔다.
오후 6시를 전후로 훈련을 마친 기성용이 옷을 갈아입고 팬들앞에 섰다. 비가 내리는 상황서 팬들은 그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일제히 우산을 접었다. 기성용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기성용은 연신 이적에 대한 미안함, 응원에 대한 고마움을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정말 고마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지난 5년간 팬들과 함께 여기서 너무나도 행복했다. 진심이다"며 "팬들의 사랑이 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답을 드리고 싶었는데 안돼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서울 복귀 이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도 이어졌다. "지난 5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고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우승컵이라도 하나 들고 뭔가 이루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해 아쉽고 힘들었다. 운동장에서 인사를 드릴 때마다 마음이 상당히 무거웠다"고 말했다.
기성용의 갑작스러운 이적 결정에 팬들은 구단에 대한 반감이 크다. 근조 화환, 트럭 시위에 담긴 문구는 구단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기성용은 자신이 떠나더라도 구단을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오늘까지만 이런 아쉬워하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여러분들도 클럽을 다 사랑하시지 않나. 남은 선수들을 위해 응원을 해주시기 바란다. 저도 밖에서 응원할 것이다. 정말 팀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 어느 팀을 가든 FC 서울이 내 팀이라는 마음에 변화는 없다. 솔직히 어느 팀을 가든 이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프로로서 최선을 다하는거지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 팀은 FC 서울 뿐이다. 저도 여러분도 이 상황을 받아들여서 앞으로의 할 일에 집중해서 나아갔으면 좋겠다."

기성용의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이를 듣던 팬들은 하나 둘 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쉬움의 감정은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 일부 팬들의 얕은 울음이 빗소리와 함께 울렸다.
기성용은 팬들을 향해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래에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말에 한 팬은 "우리가 기다리면 코치든 감독이든 돌아올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기성용은 "나중에 어린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면서 "기회가 된다고 하면 팬들과 함께하기 위해 돌아오는게 꿈이다. 지금 당장 약속을 드릴 수는 없지만 어떤 의미로 이야기하시는지 이해하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에서의 마무리를 꿈꿨던 기성용이다. 팀을 떠나게 된 상황에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저도 서운한 마음이 있다. '아무렇지 않아요, 저는 괜찮아요'는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10년간 열심히 달려 왔는데 이렇게 나가는 것에 대해 서운한 부분도 있다. 서운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클럽이고 어릴 때부터 여기서 꿈을 키웠다"며 마지막 인사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팬들은 '서울에 돌아온 기성용, 역사를 써 내려가 기성용, 끝까지 함께하자 기성용'이라는 가사의 응원가로 그를 배웅했다.
같은날 저녁, 팬들과 대화를 나눈 기성용은 마음의 준비가 된 듯,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인사를 남겼다. 그는 "'뛰고 싶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적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이런 소식으로 인사 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하다. 감사했다. 사랑한다"는 인사로 끝을 맺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